인간 이후의 철학
시노하라 마사타케 지음, 최승현 옮김 / 이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세는 보통 핵실험이 실시된 1945년을 시작점으로 본다. 방사능,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그리고 무문별 하게 늘어난 사육. 수 만년, 아니 수 십만 년의 역사를 압축해 놓은 변화. 인간은 그렇게 지구 위를 주도하고 있다. 지구는 여전히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만 인간만이 분주하다. 그리고 그만큼 빠르게 소멸과 마주하게 된다.

  세계의 종말은 인류세의 종말을 의미한다. 인간이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의 거대함을 다시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감을 느낀다. 인간에게 집중했던 철학을 다시 자연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인간 이후의 철학은 어떨까?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의 감각이 닿아 있는 장소. 인간이 사물을 억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의 감각이 닿은 곳을 인지하고 그곳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만들고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를 만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것이 영원할 거란 착각을 하며 산다. 

  하지만 인간은 감각보다 더 좁은 의미를 인지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을 인지할 뿐인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만 관심에서 두지 않는 것도 많다. 눈으로 바라볼 때 보다 카메라로 찍었을 때 더 많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김각이라는 것은 디지털 데이터 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은 마치 자신이 세상을 조율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자연. 범 행성적인 혹은 우주적인 공간은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다. 인간의 자신만의 유니버스 안에 갇혀 있다. 기술과 문화의 발전은 인간을 자연 속 인간의 위치를 왜곡했다. 인간은 스스로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동족 경쟁을 시작했다. 그 사이 무분별한 결과물이 쏟아졌고 그것은 인간의 관심을 벗어나 자연과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다.

  인간에 만들어 놓은 굳건한 세상에서도 자연은 한 번씩 그 존재감을 보여왔다. 때론 지진으로 때론 태풍으로 말이다. 인류는 인간 한계를 넘어선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러면서도 잠깐의 슬픔과 함께 잊힌다. 전쟁과 질병과 같은 것이 덮쳐도 결국 이겨낼 거라 믿는다. 쓰나미가 덮치면 더 높은 방파제를 만들지만 그 방파제의 높이는 결국 인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밸런스를 조절하는 행성적인 피드백은 그보다 높은 쓰나미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핵과 기후 위기 그리고 넓어져 가는 열대, 녹아내리는 동토. 언제 어떤 재해나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되어 간다. 우주적 환경에서 지구로 덮칠 더 큰 재앙 또한 알 수 없다. 인류는 지구를 걱정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 유니버스'에 대한 걱정이며, 세계의 종말은 인간이 구축해 놓은 존재의 흩어짐이고 사물들의 해방이다. 인간이 관심이 두지 않는 곳에 더 큰 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소멸을 통해서만 그것이 이뤄진다. 소멸은 사라짐이 아닌 인간의 관심이 사라짐을 얘기한다. 그곳에서 사물은 인간이 이름 지은 족쇄를 벗어난다.

  인류세가 시작된 지 100년도 되지 않은 지점에서 벌써 종말을 얘기한다. 지구의 온도 섭씨 6도가 올라가면 세상은 절망한다고 한다. 환경보호라고 하는 일들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게 대부분이다. 모든 일은 소위 경제를 유지하는 일뿐 환경을 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경제의 붕괴, 금융의 붕괴 그리고 생태의 붕괴. 어쩌면 소멸은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인간 이후의 세계에 인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멸종에 대한 얘기보다 인류세의 종말을 얘기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인간은 겸허하게 자연 속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인간을 넘어선 시스템에 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 이후를 생각하는 현대 철학의 방향이다. 언제까지 인간 중심의 철학에만 관심을 둘 순 없는 것이다.

  집안으로 날아든 좁쌀만 한 벌레에도 난리가 나는 상황, 태풍이 몰려와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을 보면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인류세 속에서 경쟁하듯 살아가니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코드화된 인간의 것만이 시끄럽다. 지금의 위태로움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 인간 이외의 것들과 관련된 문제다. 

  중요한 것은 세계는 인간이 있든 없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우주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함을 넘어 우주에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인간이 여기서 산다는 사실이 왜 중요하며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너 자신의 알라'의 인류세 전체를 꿰뚫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비즈니스 트렌드 코리아 - 월스트리트 출신 경제 전문가의 매크로웨이브 산업 전망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연말이 다가오면 늘 다음 해를 전망하는 책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10년 50년 단위로 전망을 내어놓았지만 지금은 한 해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물론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은 분명 필요하지만 당장은 내년의 소식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길이 잘못된 방향이 아닌가 잠깐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더 미시적이다. 기술적 트렌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그래서 경제 뉴스를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들이다. 한 해의 경제 총정리 같은 이 책은 베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경제를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꽤나 냉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벨류 체인의 붕괴는 무난할 것 같았던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대해 러시아는 무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되었고 서방 세력은 즉각 제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러시아의 천연자원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못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덜 썩였다.

  이런 분위기 속 외교는 줄타기와 같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지만 둘의 무역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유럽은 미중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제재는 결국 유럽에게 폭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줄타기를 거부했다. 경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엮여 있어 어렵다. 이제는 일기예보 보다 더 믿을만한 게 못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상황을 꼼꼼히 적어두었다. 아직은 덜 익은 혹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산업이나 기술보다는 당장 먹고살만한 것에 집중했다. 저자가 월가에서 지내서 그런지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 산업 동향이라고 보면 더 적절할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세계의 상황을 간략적으로 설명한다. 중국 리스크는 독재라는 정치 체제와 세계 최강을 내어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알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달러를 자기 마음대로 찍어내고 또 자기 마음대로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하는 미국의 모습이 개그 같지만 팬데믹이 지나 덮친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팬데믹과 홍콩, 대만 사태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고압적 태도는 기업들의 탈출을 가속화시켰고 중국 내부의 경제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아세안을 고려한 신남방정책,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를 고려한 신북방정책은 그런 면에서 탈 중국을 준비하는 자세이기도 했다. 지금은 되려 미국에 고립되는 듯한 모습이라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언제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인도와 화석 에너지의 힘이 끝나기 전에 경제 전환에 힘쓰고 있는 중동의 오일 머니는 우리가 노려도 될만한 거대한 시장이다. 

  세상이 전쟁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으로 만들어낸 무기 기술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과 남한 두 나라가 세계 전쟁의 주축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 외에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가게 대출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책은 파트 2에서 현재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현주소와 대책에 대해 정리해 두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 방산, 모빌리티, AI, 건축, 원전, 재생에너지를 설명한다. 파트 3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산업들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리한 자료를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게 보는 부분도 있고 더 나쁘게 보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산업의 소부장 쪽에 관심이 생겼다.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니 기회가 있을 듯했다. 배터리는 중국의 CATL을 과소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BYD의 기세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태양광 산업 또한 중국 점유율이 80%며 셀의 핵심 소재는 97%가 중국이다.

   소형 원자로 SMR에 대해서도 정책 기조가 바뀌었으니 해 볼만한 산업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SMR이 핵잠수함이나 우주선 추진 엔진으로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효율도 낮고 폐기물도 여전히 생기는 기술. 그리고 잠수함처럼 실거주지 바로 옆에 두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RE100으로 가는 추세를 CF100으로 하자고 하는 게 우리만 외친다고 될 일인가 싶다.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를 걱정한다면 그걸 도와줄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이 미래보다 현재를 적고 있다 보니 현실감이 확확 와닿았다. 미래의 기술이라면 배운다는 자세로 그저 읽었을 텐데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생각과 다른 점, 내가 모르고 있던 점 등을 찾아가며 읽는 공부가 된 듯하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한 권의 산업 동향 분석서로서 나에게 현재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력이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검찰, 감사원, 국정원 같이 감찰기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가 바로 언론 길들이기다. 이 시나리오는 늘 우리나라 보수라는 사람들이 집권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진보 인사가 정권을 잡고 보수 언론을 싹 날려버렸으면 좋겠지만 같은 종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기에 늘 코너에 몰려 있는 느낌이다. 이번 정부도 KBS, MBC와 같은 공영방송을 흔들기 시작했다. YTN은 민영화에 돌입시키고 TBS는 수입을 막아버렸다. 노골적이다. 예전 보수 정부들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언론 탄압의 화살은 공영 방송 mbc를 향했다. 140개의 언론이 내보냈지만 그 대상은 mbc였다. 본보기일 수도 있고 그들이 장악하고 싶은 언론이 mbc이기도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난을 겪었던 mbc의 수난사를 적은 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시작은 소고기 파동이었다. 대부분 나라가 20개월 이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었다. 30개월 이하에서도 살코기만 수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위험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 FTA에서 굉장히 좋은 카드로 쓰일 수 있었는데 덜컥 체결했다. 이 속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수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임의로 수입 중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30개월 이상 특정위험부위가 함께 수입되어도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런 사실들은 소 학대 영상, 광우병 영상들 함께 세상을 휩쓸었다.

  지지율 10%까지 떨어진 이명박 정부는 바로 mbc를 때렸고 미디어를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그 선봉장이 지금의 방통위원장 이동관이다. KBS의 수신료 징수를 가지고 KBS부터 압박하고 있다. 누가 봐도 치사한 방법이라 어느 진형에서도 쓰질 않는 방법이다.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정권이다.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하며 mbc를 조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사를 항의하러 방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검찰이 일개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 했다. 전형적인 본보기다.

  지금은 언론 지형이 많이 변했다. 국내 언론이 정부에 아부하는 뉴스를 내보내도 현장에 있던 개인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해외 언론들의 보도자료를 접할 수 있다. 국내 언론들이 칭찬할 때 해외 언론들은 조롱했다. 해외 언론이 우리를 걱정해 줄 지경이다. 뉴요커는 '우리가 압수수색 당할 거다'라는 농담을 기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쫓겨났다가 mbc 재건에 힘을 쏟는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경험담은 그래서 중요하다. 보도국은 철저하게 신뢰를 바탕으로 보게 된다. 세월호 이후 수많은 기레기가 탄생했다.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mbc는 '엠빙신'이 되어 있었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능처럼 재밌으면 돌아서 보게 되는 게 아니기에 긴 세월이 걸렸다. 

  그런 mbc를 좌편향되었다고 때린다. 오른쪽 끝에 붙어 있는 조중동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일 대 일로 출현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좌편향된 보수 인사를 패널로 초청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편에서는 보수 세 명에 진보 한 명으로 패널을 구성하기도 한다. 누가 편향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는 게 맞을까? 좌편향된 게 아니라 그만큼 논란거리가 많다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을까? 조국 가족이 검찰에 난도질당하는 동안에도 문제가 많던 장관 후보자들은 논란만 일으키고 사라졌다. 그들의 논란거리가 지방대 표창장 보다 더 심해 보였는데도 말이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적을 만난 뒤 노란 리본을 달고 한 얘기다. 이태원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는데도 놀다 그런 거라 괜찮단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반지하에서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왜 피하지 못했냐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에도 교사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어도 왜 더 참지 못했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뿐이다. 인간의 고통 앞에선 얼마든지 편파적이어도 괜찮다는 교황의 말에 괜히 부끄러운 나라가 되고 만다.

  mbc 아니 저널리즘을 지키려 하는 많은 언론은 위기 앞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mbc에 대한 얘기를 넘어 권력이 어떻게 언론을 파고드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썩은 언론에 다시 새싹이 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노력이 필요한지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관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영 방송이 점령당해도 풀뿌리 언론에게서 독립 언론에서 그리고 해외 언론에게서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주는 개인들도 많아졌다. 우리가 관심을 잃지 않는다면 언론에 대한 그들의 횡포가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이런 불행한 일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10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69세의 르몽드가 한국어판을 출판한 지도 벌써 15돌이 맞았다. 많은 소식들이 있지만 르몽드 자체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수정 작가의 경험담이 서늘하게 가슴을 스친다. 눈앞에 많은 구름이 있음에도 맑아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눈앞의 현상보다 언론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말을 하는 언론을 신뢰하는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상업주의에 찌든 언론이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낼 언론이 필요하다. 르몽드는 그 자리를 굳건하기 지켜주길 바란다.

  10월은 좌파를 집어삼킨 우파의 얘기와 그 속에서 좌파의 역할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듯했다. 더불어 독립 운동가를 폄하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잘못된 점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10월호는 르몽드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최근 공교육의 문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드러났다. 사실 공교육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선생님이 되려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나라도 있다. 하지만 교육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핀란드는 달랐다. 부러운 일이다. 그럼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는 최근 대안 교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대안 교육 대부분이 비싼 학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사립학교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육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실제로 대안 교육은 부유층 부모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는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대안 교육이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할 것이다.

  '빨갱이'는 군사독재 시절에 권력의 하수인들이 즐겨 사용했던 단어다. 대표적인 매카시즘 용어다. 물론 요즘도 극우 성향의 사람들은 이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지하는 색이 '빨간색'이라는 건 좀 모순적이기도 하다. 빨강은 인류가 사랑하는 색이다. 그리고 저항의 색이다. 프랑스혁명의 붉은 깃발도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빨강은 혁명의 색이다.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땅 위에 흘린 피의 색도 빨강이다. 21세기 우리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해묵은 이념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좌파는 정치적 노선이 꽤나 어렵다. 기득권이 차지할 이익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애물도 많다. 약자들이 소리를 내지 않으면 모든 정치는 기득권을 위한 도구가 되고 만다. <진보와 빈곤>에서는 저자는 가난한 자는 진보의 시끄러움을 견딜 만큼 부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고 했다. 그래서 진보가 승리하려면 순식간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조금 늦은 것 같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뚜렷하게 나뉘는 점이 있지만 그것이 더 이상 기득권과 약자가 아니다. 미국에는 보수와 보수만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이제 서로에게 권력을 내주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 강한 듯하다. 미국보다 더 미국 같다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괜찮은 진보 세력이 없다. 극우들은 민주당이 좌파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극우와 보수만 있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여러모로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양극화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망령들을 불러오는 것 같기도 하다. 시대에 대한 혐오는 과거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자칫 그 방향이 분노를 가지게 되면 옛날 좋았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최근 사회는 '능력', '공정'이 키워드가 되는 것 하다. 능력이라는 것에 도덕적 잣대가 해이해지는 것 같다. 많이 벌고 많이 가진 사람이 능력 받고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재능만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파시즘의 악령들을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잘 났으니까 그랬겠지라는 기함할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미국이 트럼프를 뽑은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나라에서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 무섭도록 말이다. 나치즘도 그렇게 생겨 났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싱가포르의 내면도 아름답지 않다. 싱가포르의 이주자의 삶이 절망적이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여전한가 보다. 싱가포르는 70년 넘도록 총리가 3 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명은 부자 관계다. 투표권이 존재하지만 야당에 대한 규제도 있다. 반자유적 민주주의 표본이다. 파업은 불법이지만 조세피난처를 자처한다. 이민자를 받을 때에도 등급을 나눈다. 하지만 싱가포르 경제를 굴러가게 만드는 건 경제활동인구 40%를 차지하는 이민자들이다. 기본 급여도 없고 고용인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야 한다. 싱가포르 경제는 핍박받는 이민자들 위에 세워져 있다.

  세상 여러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혁명, 쿠데타 그리고 자유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쿠데타의 얘기부터 안락사의 얘기까지 모두 흥미로웠다. (조금 어렵기도 했고) 이렇게 또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어 패턴 쓰기 노트 (스프링) - 매일 일본어 문장 쓰기 루틴
넥서스콘텐츠개발팀 지음 / 넥서스Japanese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수준의 일본어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혼자 일본어 공부를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인지도도 팔로우도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넥서스 출판사는 나에게 이 책을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필사하며 자연스레 일본어와 친근하게 만드는 이 책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일본어를 시작한 사람 중에 '이제 나도 JLPT N5 도전해 봐야지'라는 생각이 든 사람에게 유용할 수준의 문장들이 담겨 있다. 왼쪽은 따라 쓰기, 오른쪽은 한글을 일본어로 바꾸어보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 문장들은 mp3로 제공해 준다. 핸드폰으로는 표지 뒤에 찍힌 QR코드로 mp3를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루 10분 정도 투자하면 한 장을 소화할 수 있다. mp3를 들으며 따라 써보고 우리말을 일본어로 적으면서 단어를 자연스레 암기하게 된다. 조금 어렵다 싶다면 구석에 써가며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여백도 장점이다. 300개의 문장을 20 문장씩 15일 동안 연습하면서 일본어와 친해질 수 있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은 딱딱하며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더 나은 실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때론 긴장을 풀고 가볍게 즐길 필요도 있다. 쉬는 시간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실력은 더 좋아질 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너무 무겁지도 않아 적당하다. 부담감을 내려두고 그저 적어 보는 거다. 비슷한 문장의 반복은 어느새 문장의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딱 보름만 재미나게 해 보자. 일본어가 조금 더 친근해지게 될 거다.

  본인이 일본어가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꽤 많이 쉬울지도 모르니 목차와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