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024 - 트렌드 & 활용백과
김덕진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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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였던가. chatGPT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로 세상은 요동쳤다. GPT에 대해서 그렇게 큰 기대감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무덤덤했지만 세상은 참 많이 떠들썩했다. 배우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학습에 관한 여러 오류와 한계성을 보아왔기에 재미로 몇 번 질문하고 답하고 해 봤을 뿐이다. 그리고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트렌드로 변하는지만 눈여겨봤다. 근데 지금에 와서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 만났을 때조차 들지 않았던 불안감이 이제야 스멀스멀 올라온다.

  GPT를 이용한 여러 기술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이 책은 스마트북스 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인 중에는 ChatGPT를 유료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퇴사를 하여 컨설턴트 업체를 차렸다. 채팅방에서는 틈만 나면 ChatGPT 덕분에 일이 너무 수월해졌다는 얘기를 한다. 물론 나도 GPT를 이용해서 책의 목차를 뽑거나 하는 정도의 활용은 해보았지만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의 고민은 GPT의 활용이 아니라 엔진 쪽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공학적인 마인드다. (배울게 산더미 같아서 한숨이 나오지만..)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많은 ai가 나와 있다. 굳이 나만의 뭔가를 해본다는 게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 기업도 아닌 개인이 말이다. 그래서 그 지점에서 살짝 고민이 된다. 반대로 지금에야 신박한 결과물을 내놓지만 결국엔 전부 비슷비슷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시작될 저작권 전쟁은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관심사긴 하다.

  불과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이미 수십 종이 넘는 ai 엔진들이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상은 오히려 ai에 때문에 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ai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ChatGPT를 만든 openAI 역시 매달 적자가 상상 이상이다. ai는 유료화 전환을 시작했고 여기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어느 지점에 어떤 ai에 올라 탈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 책은 최대한 많은 종류의 ai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자신의 하려는 업무에 맞춤형 ai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해당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활용백과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더불어 ai가 만능이 아님을 설명하고 ai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ai에게 질문을 잘하는 방법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해 예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격언 만들기, 가사 쓰기, 보고서 만들기 등의 예제가 있다.

  GPT는 검색 엔진은 아니다. 대신에 업무를 대신해 줄 만큼 정보 정리에 능하다. 지시만 잘 내린다면 에세이 정도는 거뜬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기획과 확인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우리는 ai를 하나의 도구로 보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늘 인간보다 강한 것들을 길들이며 발전해 왔다. 최초에는 대량 가축이 그랬을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가 그랬다. 그리고 이제 데이터가 그 대상이 되었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데이터를 길들이는데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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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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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에 관한 책은 어느 정도 과학적이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그리고 뇌와 수면은 여러모로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갑자기 꿈을 가지고 나오면 조금 당황스럽다. 꿈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고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꿈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꿈 자체가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과학서적인지 비과학 서적인지 조금 혼동스럽기도 했다.

  꿈을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해 보려 노력하는 이 책은 청림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꿈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매일 밤 꾸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기억하지 못할 뿐 매일 꿈을 꾼다. 수면 상태에 들어간 뇌는 느슨한 연결을 시도하며 깨어 있을 때의 강력한 결합에서 벗어난 여러 조합을 테스트해 본다. 그 과정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이어 본다. 꿈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여러 연관성을 이은 스토리와 같다.

  수면은 생존에 불리한 행동이다.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수 있는 가장 취약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까지의 수면의 역할은 깨어 있을 때의 기억을 연결하고 재배치하여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단히 연습한 상태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갑자기 더 잘되는 것도 연습했던 기억들을 자는 동안 뇌가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꿈은 여러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다. 하늘을 난다던지 괴물과 싸운다던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그 또한 나의 여러 기억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식을 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뇌는 서로 이어 붙이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예지몽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뇌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기도 하다. 물론 우연의 요소도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것은 램수면과 넥스트업이라는 꿈 연구 이론이다. 램수면은 뇌는 여전히 각성 상태이지만 몸의 긴장도는 0(마비와 같은 상태)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램수면이 길수록 꿈은 또렷하다. 그리고 수면과 비수면 상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것이 자각몽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인걸 알지만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자각몽은 꾸는 것보다 길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꿈이란 걸 인지하는 순간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뇌가 각성 상태로 돌아왔지만 근육의 긴장도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수면마비'라고 한다. 이를 우리는 가위눌렸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램수면에 들어갔지만 근육의 긴장도가 낮아지지 않게 되면 몸이 움직이게 된다. 이를 램수면장애 즉 몽유병이 된다. 

  수면은 우리의 기억을 응고화 시켜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론 감정을 무뎌지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유아의 경우 수시로 잠드는 것이 이 때문이다. 어릴 때와 기억 와 나이 들었을 때의 기억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를 기억 진화라고 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PSTD)의 경우에는 호르몬이 램수면을 방해해서 기억이 무뎌지는 것을 방해한다. 적당한 수면은 건강에 여러모로 중요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책은 초반부터 프로이트를 비판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주장은 이미 다른 이들의 주장을 모아둔 것에 불과한 듯한 발언을 한다. 아들러나 융에 대해서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주장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각성을 하게 되면 유사한 것들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패턴화의 결과다. 옳음이 제시되면 그름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하지만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기억끼리 붙여 보는 작업을 뇌는 한다. 때로는 굉장히 창의적인 때로는 괴상한 꿈으로 결과는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 행해지는 것일지 모를 일이다.

  사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것은 과학서적인가 비과학서적인가 갸우뚱해졌다. 꿈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꿈에 대해 연구한 수많은 학자들의 역사와 함께 수면에 대한 여러 과학적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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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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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미국은 단숨에 세계 최강이자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서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기가 아닌 돈줄을 죄며 상대를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리지 않았다. 최강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소련이 그렇게 무너졌고 일본이 그렇게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세계 기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력과 기축통화의 힘은 무섭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게 그 힘을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경찰로서 신뢰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자체로보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자국의 세금을 외부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의 실업자의 복지를 외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정권을 쥐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 팬데믹은 세계 공급망의 취약점을 드러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위기에서 이기적이었다. 어쩌면 중국이 빌미를 만들었고 트럼프는 노련하게 명분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계획은 약간의 경제적 이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힘을 등에 업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바이든에게는 어떤 정책적 선택권도 없어 보였다. 트럼프를 넘어서는 제재를 가동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깊숙이 엮여 있었기에 양쪽에게 치명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식량 자원이 필요했고 미국은 중국의 많은 중간재들이 필요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저렴한 세계의 공장에 제재를 가하는 순간 모든 제품의 원가는 상승했다. 미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나빠졌고 결국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중국 제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예전과 같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 미국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미국이 더 이상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얀마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기축 통화인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달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도 주변국들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중국 제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모양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차이나 런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독일,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테슬라나 애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제조업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도 사실이며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큼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치적으로 움직여도 기업은 돈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를 분할하여 양쪽의 실익을 모두 얻으려는 기업도 생긴다. 물론 중국 내 기업들의 탈출도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은 두 강대국의 자존심 싸움 같다. 미국은 정치적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중국과 꾸준히 무역하고 있다. 둘은 디커플링 할 수 없다. 양쪽을 겨누는 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으로 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기대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생산 기반은 건물 하나가 옮겨 오는 것이 아니다. 도시가 통째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애플 공장 10%를 옮기는데 7~8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을 대신할 마땅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교착점에 있는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적당히 괜찮은 입지 조건과 더불어 많은 중간재를 중국에서 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다.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저 정치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하는 대안일 수도 있다. 중국의 공급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프라가 미흡하다. 멕시코는 부패가 심하다. 그리고 중국 시장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어떤 마음으로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많이 챙기는 것이 식량 주권이다. 식량 최대 생산지는 역시 미국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도 식량부족 국가다. 세계 공급망이 차단되면 우리 역시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 전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먹방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는데, 중국이 식량에 대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져온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게 꽤나 아프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전쟁 덕분에 우리의 반도체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의 대책은 없다. 기업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제재한 덕분에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핵전쟁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칭화대에서 반도체 학과를 개설했고 여러 대학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계속 오픈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답게 소재 부분에서 국산화를 진행했고 기술력이 다소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장비 국산화를 50%에 가깝게 이뤘다. 중국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하이테크 반도체가 아니라 다량으로 쓰이는 적당한 수준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성공하는 것은 영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고 국가도 무제한 지원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며 각국에서 푸대접받던 많은 반도체 인력들이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고립은 중국의 자립을 향해 가고 있다. 

  세계는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각 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다. 마냥 미국의 편을 드는 시대도 지났다. 미국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무 대책 없이 미국 뒤에 선다면 우리는 그저 일본 아래쯤의 중요도를 가지게 된다. 지금의 한국의 대만보다 중요하지도 않다. 아무런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차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자도생을 주문한다. IMF에서 줄이지 않았던 R & D 예산을 삭감했다. 무제한 지원을 받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세계는 공급망 전쟁이다. 서로의 아군을 찾기 위해 바쁘다. 중국은 러시아와 긴밀해진다. EU가 러시아와 대척하는 동안에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천연자원을 값싸게 얻어 왔다. EU는 미국에 동조하듯 하면서도 중국에 투자를 감행한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지 못한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은 투자가 막히는 것을 염려해 외국으로 돈을 옮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급등은 중국돈의 탈출이 원인이다. GM은 중국의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는 국가별로 기업별로 계산기를 두드르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이 이념을 내세우며 불 속에 뛰어드려 하고 있다.

  중국의 횡포에 등을 돌린 나라. 미국의 달러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나라. 소외 좀 산다는 나라들이 싸우는 동안 제3세계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신경 쓰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 기후 위기 같은 것은 그냥 빛 좋은 개살구다. 세계 공급망이 깨져버리는 지금은 자체 공급망을 신경 써야 하고 그 속에서는 석탄도 원자력도 모두 중요한 자원이 된다. 돈을 보며 움직이는 듯 하지만 다들 전쟁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우리 정부의 대책 없음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통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 쪽의 입장이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지금 정적 싸움이나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한가한 사람들인지 뼈 저리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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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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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완벽한 서사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인간은 허구의 상상을 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것이 미래에 닥칠 여러 상황을 상정하는 진화의 흔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만든 이야기는 인간을 그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이야기. 그것은 이야기의 핵심. 내러티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이야기에 따라 흘러간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따라서 말이다.

  소설 플롯의 대한 이야기부터 인간에게 내재된 보편적 이야기 구조를 분석하는 이 책은 원더박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영웅의 서사를 좋아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전히 전쟁에 관한 역사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인물이 실존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다. 모험을 시작하고 역경을 견디며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돌아와 평화롭게 지내는 이야기는 알고 있으면서도 재미나게 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조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스토리가 가지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둔 인간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들이 있다. 그것을 위해 '마스터 플롯'을 알아야 한다. 마스터 플롯들은 여러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경쟁, 구원, 탐색, 변신, 복수, 약자, 사랑 같은 것들이다.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 즉 호모 나랜스라고 얘기한다. 이는 인간의 발달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재미난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한 문장 속에 참조를 생성해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문법의 형식도 보편적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시간 감각이라는 것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왔음에도 우리가 이야기 속에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구 위에 있는 우리가 중력을 의식하지 않듯 물고기가 물에 대해 설명할 수 없듯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 인류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를 통해서 해석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가려한다. 그리고 그 플롯은 영웅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길 원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중세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신에게 돌리기도 하였으나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업적을 중시하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하층 계급은 도덕적으로 비난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은 능력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상속에 가까운데도 화살은 더욱더 개인을 향하고 있다. 영웅의 서사를 따르는 현대인들은 자기 계발에 목숨 걸듯 바쁘다. 몰입처럼 자신을 잃어버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전투를 미화시키는 많은 콘텐츠는 파시즘의 정의가 된다. 현재 우리에게 파시즘은 느껴지지 않지만 파시즘을 미학적으로 다루는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긴급한 위협 때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면제된다. 그들은 그저 싸울 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행복이 최고의 가치일 수 있지만 파시즘은 '구원'을 제공한다. 더 큰 확신을, 초월적 사명을 전달한다. 영웅이 되기 위해 거대한 위협이 있어야 하고 세계는 무너져야 한다. 악을 제거해야 하는 영웅에게는 말살시키는 행위가 정당화된다. 자기 삶에 대한 좌절을 다른 민족에게 돌리는 망상은 히틀러를 놓았고 그저 자신은 할 일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많은 독일인을 낳았다. 인간은 누구나 강력한 영웅이 되길 원하기도 하지만 악당이 되는 걸 꿈꿔 보기도 한다. 산업이 파시즘의 미학을 다루는 방식이다. <라이온 킹>에서도 스카의 독재자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여성 혐오의 내러티브는 아담과 이브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낙원을 떠나게 만든 원흉이 된다. 즉 여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판도라는 여성이 섹슈얼리티를 무기로 영웅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냈다. 세이렌은 선원을 유혹하고 서큐버스는 남자의 정자를 갈취한다. 마녀는 사냥당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은 여성의 한계성과 섹슈얼리티의 상품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치명적인 여성 '팜므파탈'은 위험한 여성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남성의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다.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 있는 동안 여성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게 되었다. 쾌락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을 등장시켜 남성을 파괴하는 상징을 만들어 냈다. <백설 공주>, <잠자는 숲 속의 마녀>, <라푼젤>의 적수들이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공주는 가치 있지만 고독한 여왕은 그렇지 못한 이유다. 여성 혐오는 두 가지 지점에 항상 존재한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에로틱한 조작이 이뤄지고 또 하나는 순응하지 않는 여성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암컷의 80%를 수컷 20%가 차지하는 것은 자연의 보통 현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자발적 독신자의 여성 증오도 존재한다. 인셀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여성은 외로운 남성의 존재적 비참함에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내러티브는 자유화된 사회에서 섹스에 대한 접근이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 결핍 현상을 여성에 대한 폭력적 억압에 대한 정당성으로 해석한다.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기후 변화와 같은 집단적 이슈에 힘들 쓸 수 없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영웅적 서사에 집단이 움직여 해결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며 쳐 부셔야 할 적대자를 지정하기도 어렵다. 적대자가 없으니 주인공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에 비해 경제적 수치와 같은 것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대가 태어날수록 그들에게는 망가진 자연이 '노멀'한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이 '밝은 면'만을 보려고 하는 감정적 측면도 작동한다. 

  하지만 인간 스토리의 가장 큰 잘못은 언제나 늘 인간을 주인공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인간 역사에는 새로운 플롯과 스토리 라인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플롯을 파악하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스토리의 덫에 걸리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변하지 않는 게 가장 편하지만 그건 인간 서사에 나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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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코헨 지음, 장정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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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학 공식들이 필요하다. 풀어가는 과정을 모두 코딩으로 구현하면 과정도 만만치 않고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알고리즘의 속도는 곧 성능이다. 최근에는 라이브러리 형태로 이런 것들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손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범용 라이브러리 기능에는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 타이트한 성능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를 정확하게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선형대수학의 기본과 이를 파이썬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는 이 책은 한빛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벡터와 행렬을 다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수학 2에서 그리고 대학교에서 다뤘을 정도다. 사회에 나와서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 삼각함수 정도만으로도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알고리즘을 다루려다 보니 다시 행렬과 만나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겨우 몇 가지 구현했을 정도다.

  선형대수학은 알고리즘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수학이다. 펜을 들고 일일이 증명해 나가면 쾌감은 있겠지만 빠른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려다 보니 코드와 함께 풀어보는 편이 수학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빠르게 연산을 해주니 확인도 어렵지 않다. 그러면에서 파이썬은 좋은 선택인 듯했다.

  파이썬의 기본 지식을 조금만 가지고 있다면 따라 하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선형 대수학의 지식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책을 보며 바로 코드로 옮기는 작업보다는 펜으로 한번 식을 적어보고 코드로 옮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되는 코드는 결국 남지 않으니까. 

  벡터와 행렬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인 활용 방법을 알려주고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상관계수 분석이나 선형판별분석 같은 것은 조금 어렵지만 파이썬을 이용하면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물론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이렇게 빠른 시간에는 어려울 것 같다. 

  각 장이 끝나면 연습문제가 있는데, 풀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쉽지는 않았다. github에 답안 코드가 있어서 매번 참고하며 구현해 봤다. 마치 매트랩을 쓰는 듯한 편리한 plot 화면은 왜 파이썬을 써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매장 매장 어려우면서도 신기해하며 즐겁게 봤던 것 같다.

  물론, 몇 권의 책을 더 봐야 할 것 같다 (파이썬을 제대로 공부해 볼까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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