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김용주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시는 기존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예술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파악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 안에는 디자이너의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지만 예술가 본연의 모습을 헤치면 안 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콘셉트뿐 아니라 분위기와 동선에서 신경 써야 한다. 디자이너의 얘기는 큐레이터의 얘기와는 또 다른 것을 알아 갈 수 있다.

  공간과 관객의 사이를 채우는 일을 하는 전시 디자이너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소동 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 장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예술은 관객의 눈과 귀에 닿아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라는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것을 모두 표현하려 노력하지만 관객의 눈과 귀에 닿는 건 또 다른 영역이다. '판'을 까는 직업. 그것을 전시 디자이너라고 한다.

 전시는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은 듯하다. 우선 예술가가 대중에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유명하다면 철저하게 예술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훌륭하지만 대중에게 낯선 예술가의 경우 그들을 드러내기 위한 디자이너의 고뇌는 조금 더 깊어지는 듯하다. 디자이너는 예술가에게 깊은 공감을 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작품을 이해한 뒤 전시를 디자인하게 된다. 예술가의 철학을 전시에 반영하려 노력한다.

  그들의 노력은 누구의 평가가 더 의미 있을까? 예술가가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면 관객의 호응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예술가가 살아 있다면 예술가에게 받는 호평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기도 할 듯하다. 타인의 작품이 돋보이게 하는 작업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러 전시회를 예를 들어가며 전시 디자이너로서 고민한 부분과 해결한 내용을 적어나가다 보면 전시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전시회라는 것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도 약간의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게 되어 세상 사는 곳 다 비슷하고나 싶었다.

  전시 디자인의 얘기지만 공간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전시회라고 가면 후다닥 지나기 바쁘다. 물론 디자이너의 노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고민했구나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공간과 작품은 언제나 있었고 그것이 전시 디자이너의 힘이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참 좋은 전시회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 온난화'라는 평온한 단어는 어느새 '기후 위기'라는 조금은 과격한 단어로 바뀌어 있다. 왜 아직도 '기후 비상'이 되어 있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모두의 이해관계 속에서 꽤나 더딘 걸음을 옮기고 있다. 더 많은 이상 기후가 우리를 덮칠 것이고 더 많은 질병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머리로 계속 상기시켜도 눈앞의 밥벌이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또한 현실이다.

  인간에게 중요도는 그 값어치와 함께 시간적으로 얼마나 멀리 있냐가 중요하다. 당장의 오백 원이 일주일 뒤의 오천 원 보다 소중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후 위기라는 것은 피부에 그렇게 심각하게 와닿지 않는다.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지고 덮고 비가 많이 오고 그런 거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에서는 그 변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물에 잠기기 시작한 투발루나 몰디브 같은 나라에 비하면 위기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왜 '지구가 아파'라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구는 전혀 아프지 않다. 산소가 없던 시절도 있었고 지구의 온도는 늘 주기적으로 변했다. 빙하는 얼었다가 녹았다가 했다. 그렇게 지구 위의 생물들을 선택했다. 지금의 위기도 지구에게는 그저 긴 세월의 찰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로건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강도야~'하면 다들 창문과 문을 걸어 잠그지만 '불이야~' 하면 모두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슬프게도 그렇다. 지구가 아프다고 하면 누군가 돌봐주겠지라고 생각한다. 집에 불이 났어라고 얘기해야 조금 더 피부에 와닿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기가 늦춰질수록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많은 소비와 편함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만한 지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불편해야 한다. 예전처럼 추우면 내복을 꺼내 입고 더우면 등목 하던 시절을 지났다. 더운데 에어컨 켜지 말고 추운데 보일러 돌리지 말라고 하면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이다. 결국 지구의 온도나 인간의 삶을 보더라도 늦어질수록 멈추기는 더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인간이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멈추면 안 되는 거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그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면 가격은 점차 오르게 된다. 그런 생활에 견디려면 덜 써야 한다. 덜 먹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적당히 생산하고 적당히 소비하려면 결국 개체 수가 줄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코로나 음모설을 만들어냈지만 나 역시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탄소는 바다에 녹아들고 그런 바다는 산성화 된다.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하게 될 것이고 바다의 온도는 점점 올라갈 것이다. 대기의 온도보다 해수의 온도가 더 중요한 이유다. 데워진 바다를 식히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솔직히 늦었다. 그럼에도 노력은 해야 한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든 생존 구역을 건설하든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린 워싱이라도 좋다. 지금은 이슈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정치화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슈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방 소멸'에 대해 외치던 한 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소비자가 환경에 신경을 쓴다는 행동을 보이면 기업과 국가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와의 싸움이 될 듯하다. 100년 전에 전기 자동차가 석유 회사의 로비에 의해 사라지고 수 십 년 전 우리나라에 세제가 필요 없는 세탁기가 세제 회사의 공격에 한국을 떠나듯 그런 싸움이 될 것이다. 그 속에는 서로의 연대와 돌봄이 필요할 것 같다.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 공부 - 논어에서 찾은 인간관계의 처음과 끝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평성대는 모든 사상가들의 이상향과 같다. 저마다의 논리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얘기한다. 그중에 '공자'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삶을 꿰는 원리는 오직 하나에 있다. 수많은 진주도 하나의 가닥으로 이어져 값진 목걸이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의 많은 일은 그것을 관통하는 지혜가 있다. 답은 인간의 관계 속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민주주의든 왕정 국가든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간다. 자기반성을 통한 철저한 수양만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

  공자의 말로 삶을 꿰뚫어 보는 이 책은 청림출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공자라고 하면 굉장히 조용하고 고리타분할 것 같지만 실상 그는 어려서 천하게 살았고 공부를 끊임없이 하여 성인이 되었다. 항상 자신의 모자람을 탓하고 공부하고 또 실천하려 노력했다. 타인의 좋은 점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겸손했다. 깨달음은 환경과 천성에 따라 다르기에 제자들에 맞춤 교육을 했다. 식물은 싹을 틔우고 꽃이 틔운다. 인간 또한 그렇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를 양성함에 귀천을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했다. 그리고 어지러운 세상에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어렵게 자란 탓에 천한 일을 곧잘 했다. 하지만 공자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지는 않았다. 어떤 일을 하든 제대로 해냈다. 한날은 왕이 공자의 다재다능함을 칭찬했는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천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기 때문이라 했다. 책만 읽을 것 같았던 공자지만 활쏘기와 같은 활동도 꾸준히 했다.

  공자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유명하다. '무지의 지'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도 통한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모자람을 알고 또 채워나갈 수 있다. 날로 익혀 새로워지는 것이야 말로 공부의 참모습이다. 우리가 말하는 '엉덩이의 힘'이 억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너무 즐거워 앉은자리에서 떠날 수가 없다는 것이라니 그 깊이의 차이가 놀랍니다.

  하지만 배움이라는 것은 단지 익히는 것이 아니다. 익히기만 해서는 아무 쓸데가 없다. 익히고 행하여야만 그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배우는 이유는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니 행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발 디디지 말고 스스로 수양을 게을리하지 말라 했다.

  군자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지금의 시대도 행동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은 자신의 수양을 위한 움직임에 더 집중된 반면 공자의 시대에는 세상을 헤아릴 움직임인 듯하다. 앞선 사람을 존경하고 뒤처진 사람을 탓하지 않는 미덕이 지금의 시대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육각형 인간이라고 할까. 그릇에만 집착하는 지금의 교육 방식에 문제점을 제시하며 하나의 굳어버린 그릇이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는 변화와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은 관계로 이뤄져 있으니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했다. 죽음에 대해서는 삶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죽음과 귀신에 대해서 얘기하냐 했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세상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계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았다면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문장이 깊이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가 거듭 발전하면서 인권과 평등의 가치는 점차 소중하게 되었다. 그동안 가정에서의 일을 해오던 여성들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점차 가정 밖으로 진출하고 있다. 온건하게 얘기하면 사회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급진적으로 얘기하면 여성 해방이라 말할 수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규탄하며 강제로 이를 조정하려고 한다. 과연 그것으로 해결될까? 그것이 항생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마중물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커리어와 가정의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생각의 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두 가지 선택설이 있다. 하나는 자연선택이며 또 하나는 성 선택이다. 둘을 묶어 적자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생존도 해야 하지만 상대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컷은 과격하지만 그것이 우월함이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위한 행동이다. 그 목적이 많음 암컷을 거 늘이기 위함이다. 강한 자가 암컷을 얻는다고 믿어 왔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컷에게 구애하는 것보다 경쟁자를 없애는 편이 더 나은 방법이었을 거다. 그래서 젊은 수컷은 과격하다. 우월한 수컷을 선택하는 암컷에게는 그 싸움의 결과를 기다리는 건 꽤나 편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윈-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그런 일련의 과정이 공동체, 국가를 이루면서 여성을 집안으로 더욱 몰아붙였는지 모를 일이다. 자연에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암컷에 비해 인간은 점점 의존적인 사회 구조로 만들어졌다. 암컷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가정에 더욱 종속되었다. 오래전 활동적이고 성공적인 여성의 대부분은 그런 경제적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경우로는 남편이 여러 이유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여성의 경제 활동은 인정되기도 했다. '여장부'라는 편견적인 단어가 붙었지만 많은 성공을 이룬 결혼한 여성들 중에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어쩔 수 없이 바뀐 경우가 제법 있다. 많은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여성 자체가 능력이 떨어져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편견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변화로 인한 직장의 변화가 주요했다. 피임을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남자 친구와의 약혼반지가 최선의 대책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교사였다. 교사는 육아로 커리어를 멈춰도 얼마든지 다시 이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며느리감이 초등교사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피임과 새로운 직업들은 여성들을 더 넓은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현재 여성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삶이 팍팍해서 맞벌이를 하길 원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차별은 벌써 사라져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여성은 남성을 압도하는 부분이 여럿 보인다. 이것은 나라의 경제의 주축이 여성이어도 괜찮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렇게 평등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현대에도 성공한 여성들 보면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내조를 하는 남편을 둔 경우도 있다. 이 점은 남녀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져도 남녀의 소득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을 얘기하는 구조적인 단서다. 여성은 어느 순간에 커리어 단절을 겪게 되거나 그럴 위험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현대의 여성은 커리어의 성장과 함께 엄마로서의 성공도 이루고 싶어 한다. 이것은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임신의 확률은 확실히 줄어든다.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을 점점 늦추고 있지만 커리어의 평균적인 상승은 직장에서의 중요한 나이 또한 늦어지고 있다. 결국 커리어냐 가정이냐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저자는 모든 것의 원인을 '탐욕적인 일'이라고 얘기한다. 회사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 줄 능력 있는 사람에게 더 큰 보수를 지급한다. 워라밸을 챙기지 않는 쪽이 더 큰 성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에서 부부가 둘 다 밸런스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쪽보다 한쪽이 더 많이 버는 것이 유리함을 만들어낸다. 결국 가정을 보살필 사람이 필요하며 그것이 대체로 여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규모의 돌봄이 사라진 이번 팬데믹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아이를 가정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여성이 집에 남기로 했다. 여성은 커리어의 연결이 어렵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여성의 경제 활동은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다른 부분이 바뀌고 있다. 남성들 또한 "탐욕적인 일"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가족들과의 삶을 더 즐기고 싶어 하고 회사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해 추가 보수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가정을 희생한 아버지들을 좋아했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 휴가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 활동과 보수의 차이는 현상도 원인도 명백하다. 무조건적인 혜택과 강제적인 채용은 오히려 반발 심리만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여성의 대학 졸업률과 성적이 더 좋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커리어를 어떻게 유지시켜 줄 것인지와 남성의 가정에 대한 참여의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가정을 희생시켜 가며 치열하게 덤벼야 할 "탐욕적인 일"을 어떻게 쪼개어 나눌까 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 줄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이 수를 걱정하는 것보다 이미 세상에 있는 사람의 경제 활동을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직도 여성의 경제 활동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고 고령층 또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해결되면 인구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커리어와 가정이 양자택일의 문제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출산율도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가 135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다는 가설을 모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듯하다. 빅뱅이 뭔지는 몰라도 빅뱅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을 거다. 그리고 처음을 향한 항해는 언제나 쉽지 않다. 우리는 이것을 끊어진 고리, 영어로 미싱 링크라고 한다. 우주의 첫 순간은 인간의 첫 등장이나 처음으로 세포 분열을 한 생명체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지점에 들어서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된다. 시작을 알면 모든 것이 풀린다. 그래도 우주는 흔적을 많이 남겨 놓은 편이다. 우리는 빅뱅 넘어 세상을 이해할 날이 올까?

  굉장히 어려운 암흑 물질을 계속 얘기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빅뱅에 다중우주까지 설명해 내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았다.

  우주는 언제나 신비롭다. 게다가 광활하다. 블랙홀을 비롯해 성운과 초신성, 퀘이사 등과 같은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 태양계는 그렇게 우리 은하를 돌고 있다. 우리 은하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그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 그런데 이런 은하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우주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사실 이런 질문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을 인정하기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뉴턴의 등장으로 우리는 지구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천문학자들의 노고로 태양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인류는 아인슈타인을 만남으로써 우주를 조금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많은 관측자의 데이터가 모아지면서 우주는 가속 팽창함을 알게 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우주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 분명 에너지가 필요할텐데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그것을 암흑 물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속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이 물질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증거만 쌓아갈 뿐 그 존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암흑물질은 중성미자와 같은 입자들 같이 다른 것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 몸으로 몇 조개의 중성미자가 지나가도 우리가 아무렇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것이 암흑 에너지로 불리게 되었다. 여러 정황들이 있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진영 또한 만만치 않은 듯하다. 그리고 올해 7월 2조 원짜리 망원경 유클리드가 랑그라주 L2로 향해 날아갔다. 암흑물질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 궁금하다.

  랑그라주점은 여러 중력의 영향으로 중력이 0에 가까운 지점이다. 다섯 개의 포인트가 있으며 L2는 태양을 등진 지구 뒤편이다. L2가 관측하기 좋은 이유는 태양을 등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달이 지구를 가려 준다면 지구에서 나오는 수많은 잡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반대로 올해 7월에는 암흑에너지가 전혀 없는 은하가 발견되었다. 우주론은 굉장히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시끄러운 결국 결판이 나게 된다. 그 결론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과학은 늘 틀릴 수 있다. 패러다임은 한순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학계를 주도하고 있더라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빅뱅과 암흑물질은 여러 연관되는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주가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다중우주론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우리 우주가 4차원이 아니라 11차원 26차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존의 이론의 허점을 계속 채워가며 다듬다 보면 언젠가는 통합장 이론에 근접할 수도 있지 않을 싶다. 우주는 여전히 모른 것 투성이며 우리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우주의 지평선에는 다가갈 수조차 없다. 그리고 반대로 아무것도 없을 이유도 없다.

  책과 함께 우주의 신비로움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주가 너무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