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스페셜 에디션)
브로니 웨어 지음, 홍윤희 옮김 / 트로이목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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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행복의 정의는 참 다양하고 행복론이라는 것도 사 람마 다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은 눈을 감 날 행복하다면 그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이다. 모든 인생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죽기 전에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면 충분하다.

  호스피스로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자신의 삶의 나침반을 삼은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후회로 되어 있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많은 것에 집착한 인생을 후회한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아쉬운 것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아 있는 지금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행복하다는 것과 즐겁다는 것은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행복에는 유희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힘겨움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 자기 발전이 행복한 사람에게는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인 것이다. 이를 악물고 견뎌내는 것조차 행복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낼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선택을 하면 선택에 책임을 지고 행복하게 해내는 것이 후회 없이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해 집착하면 인생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은 신중히 선택했다면 후회 없을 만큼 달려 보는 게 어떨까 싶다.

  때로는 쉼이 필요한 시기도 있을 거다. 모두가 달릴 때에도 멈출 수 있는 용기는 필요하다. F1 경기를 보다 보면 긴박한 경기 도중에도 차들은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정비 부스로 들어간다. 이를 피드스탑이라고 한다. 물론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기 때문에 3초 이내로 다시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콤마 1초가 아쉬운 F1 레이싱에서도 점검을 받아야 하는 시간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타이어가 찢어져서 기권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대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부자가 될 필요도 없지만 행복할 필요는 있는 거다. 남의 삶에 들러리가 아닌 내 삶을 살아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금 더 솔직해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남들의 기대보다 나의 선택을 존중하자. 

  지금까지의 삶에 후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인생은 어차피 완벽할 수 없고 지금까지의 삶 또한 내 삶이니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고 다독여주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인생을 조금 더 말랑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세상의 많은 자극들을 조금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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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스 구단 미해결 사건집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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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자마자 아이들 추리 소설 같았다. 야구라는 주제로 살인 사건을 다룰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커버 또한 가벼운 추리소설임을 드러내는 듯했다. 황금가지는 나에게 '이영도'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가벼움이 살짝 낯설긴 하다. 그래도 작품의 완성도는 여러 면에서 괜찮았다. 속도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면 바로 '승부조작'이다. 승부조작으로 이어진 여러 사건들을 풀어가는 동시에 야구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이 책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뭘까? KBO를 알듯 친숙한 환경이라는 점이다. 아무런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나열되어 있어 스토리에 집중하기 편했다. 핀토스는 돌핀스가 생각났고 '부산 사나이'는 이대호 선수가 생각났다. 최근에 <최강야구>를 열심히 보다 보니 야구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이해하는 데 그렇게 힘든 점도 없었다.

  한국 스포츠에도 승부 조작은 가끔씩 일어난다. 프로야구에서는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승부조작이 있었다. 승부조작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단의 존폐를 물론이거니와 스포츠 종목 자체에 대한 외면으로 번진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팬과의 신뢰가 전부다. 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연세대 최희암 감독은 선수들이 공놀이로 호강할 수 있는 건 다 팬들이 있어서라며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사건은 은퇴한 선수의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오해가 일으킨 살인 사건은 팽팽해진 긴장감을 맥없이 풀었지만 가벼운 사건으로부터 실타래는 풀리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엮인 악연. 그리고 묻혔던 승부조작 사건의 범인의 응징은 여러 방면으로 빌드업하여 풀어가기에 어색함이 없다. 

  작가는 야구 관련 책만 냈을 정도로 야구광이다. 야구의 낭만을 얘기하는 작가의 글에는 미스터리를 넘어서는 그런 애정이 드러난다. 야구 기자였던 주인공이 야구단 단장 직속 조직의 팀장으로 구단 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야구판과 언론사를 모두 겪은 주인공을 설정함으로써 스포츠와 언론의 생태도 알아갈 수 있었다.

  투수와 배터리의 두터운 신뢰. 선수를 위한 구장 관리자의 섬세함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포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팀 스포츠의 팀워크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즐거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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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야 - 나는 중졸 작사·작곡가
오카지마 카나타 지음, 정은희 옮김 / 리틀에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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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 예전에는 억만장자들의 책만 읽었다면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성공했다 싶으면 자기 계발서를 낸다. 차이가 그렇게까지 나지 않아서일까? 갑부들의 책들보다 더 많이 팔리는 듯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방식은 언제나 참고용이다. 도무지 정답이 찾아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졸. 남들과 다르게 자신의 길에 먼저 내디뎠던 한 발짝.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던 자존감 낮은 아이는 어느새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로벌 뮤지션 오카지마 카나타의 이야기는 앵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청소년 책 같은 예쁜 표지에 약간 갸우뚱하며 책을 펼쳤다. 읽어가며 느낀 점은 청소년들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마주 앉아 있는 아내에게 "엄마들은 이 책 못 읽게 하겠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의 꿈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자칫 '공부가 다는 아니야'로 오해될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지금 하는 것을 열심히 해보라고 권한다. 꿈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될 거니까. 그것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그리고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말에 돌아온 아버지의 무심한 말은 '나도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2NE1의 CL의 아버지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다.

  저자는 단호하게 얘기한다. 어중간하게 해서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그리고 분명 남들이 겪는 일상적인 성장 경험이 부족한 것도 인정한다. 그래서 자신은 늘 배워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이유가 있고 그런 처지에 놓은 사람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딪히다 보면 좋은 인연을 만나고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잘 되지 않을 때에도 끊임없이 도전해 본다. 자신을 알아줄 때까지. 그리고 어느 날 깨닫게 된다. 음악이라는 장르가 그렇게 좁지 않음을.. "노래는 못하지만 가사는 잘 쓰는구나"라는 아버지의 팩트폭행이 고마웠다. 저자는 아무로 나미에의 곡에 자신의 가사가 채택되면서 급성장하게 되었다. 노래를 불러야만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막연히 도전해라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장학개론>을 쓴 김승호 회장의 강연을 듣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시지만 사실은 돈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인생은 기획이고 디자인이며 자기 PR은 마케팅이다. 꿈이라는 것이 현실성 있으려면 경제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꿈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그리고 수요가 있는 일의 교집합에서 찾아라고 했다. 가장 상식적이고 실용적인 얘기가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딸에게 권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과감한 행동도 필요하다는 걸 저자는 잘 얘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적당히 해서도 안 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부모가 얘기해 주는 것보다 더 공감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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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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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라는 나라는 땅덩어리가 꽤 큰 편이다. 네 개의 큰 섬에 오키나와까지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서 오사카는 조금 특별해 보인다. 일본 방송을 보더라도 칸사이 사투리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인다. 서울 말이 대부분에 어쩌다 재미로 사투리를 쓰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칸사이 지방 연예인들은 거침없다. 역사가 깊은 교토와도 그다지 멀지 않은데 바다 옆이라 그런지 와일드하다.

  오사카 찐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게 되는 이 책은 모디빅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해외여행에 그다지 진심이지 않아서 가본 나라는 대부분 출장지였고 그 대부분은 중국이었다. 일본은 전시회, 출장과 더불어 신혼여행으로 인연이 있다. 그러고 보면 홋카이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매번 다른 지역을 다녀온 것 같다. 겉으로 보는 일본의 모습에는 큰 차이는 없었다.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중 오사카는 샤프와의 미팅이었기에 마케팅 팀장과 함께 갔다. 그래서 여러모로 좋았다. 닭과 양배추가 유명하다는 오사카는 밑반찬으로 항상 생 양배추가 나온다고 했고 닭 요리는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관광지답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관광객이 서 있는 식당은 비추한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많은 곳 그리고 주방장이 나이가 지긋하면 더 좋다고 했다. 그렇게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즐겼다. 샤프와의 미팅이 끝난 뒤에도 팀장은 일본 맛집 랭킹 어플을 이용하여 숨겨진 타코야키 집과 라멘집을 찾아줬다. 짧은 출장 동안 잘 먹고 복귀할 수 있었다.

  책은 그런 추억을 소환해 준다. 시끌벅적한 칸사이 사투리가 귓가를 때리는 듯한 짧고 생동감 있는 문장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사진이 예술이다. 나는 삶을 그대로 닮은 캔디드(candid) 장르를 좋아하는데, 사진을 너무 잘 찍었다. 글을 빼고 사진만 담아도 충분히 책이 될 법하다.

  오사카에서 맛보는 술. 구글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집들을 소개한다. 도쿄 긴자에나 있을 법한 그런 절제된 미가 있는 식당들이 아니다. 오사카 답다고 해야 할 법한 와일드하고 소박한 집들이다. 맛이 전부가 아니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 주인장의 매력이 넘치는 곳,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은 곳, 숲 속의 절처럼 정갈하나 곳 등 삶의 단편을 담은 집들을 소개한다. 맛이 없다면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술이라는 게 꼭 맛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아침 술, 낮 술이 가능한 집도 있다. 그야말로 로컬 맛집이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늘 즐겁다. 그들의 문화 또한 즐길 수 있다. 노재팬 이후로 쭉 업무 이외로 일본을 방문한 적도 없고 (일본 정계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그럴 생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여행에 대한 욕구의 그릇이 채워진 느낌이다.

  오사카에서 제대로 된 음주 분위기를 느끼려면 한 번쯤 읽어보고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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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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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학에 대한 신랄한 비난일까. 아니면 미스터리를 좇는 추리 소설일까. 책은 실제 이야기이면서 마치 추리를 하는 듯하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고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는 시간에도 정신의학은 과학의 범주 안에 있으면서 과학적이지 못했다.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시간에도 그들은 마치 유사 과학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과학적이라는 것 뒤에 숨겨진 비과학적인 행태를 고발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과학의 발전은 순차적이다. 물리가 가장 먼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렇다. 실 생활에 가장 가깝기도 했고 특별한 도구가 없이도 발전할 수 있었다. 물리는 어떻게 보면 모든 과학의 바탕이 되어주는 과학이다. 물리가 만들어 준 각종 도구는 다른 과학을 발전시킨다. 망원경은 천문학을 현미경은 생물학을 여러 실험 기자재는 화학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리는 점점 더 발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주로 나가기도 하고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일까지 할 수 있게 해 준다. 수명은 길어지고 여러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 많이 생겨났다.

  무언가의 기원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빅뱅이라든지 최초의 인류,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와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런 것을 제외하면 가장 핫한 분야가 바로 뇌과학 분야인 듯하다. 인간의 마음은 늘 '자아'라는 철학적 명제와 엮여 있고 인간은 모두 '자신을 알려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뇌 스캐닝을 통한 기억 복사로 이어지고 인간이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약육강식의 논리 때문일까. 건장한 신체만큼이나 강인한 정신력은 모두에게 박수받을만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약한 정신력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었다. 다수가 되지 못했던 마음은 '정신병'으로 뭉뚱그려졌다. 신에게 버림받은 자가 되기도 했고 악령에 씐 자가 되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모자란 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보살펴야 할 것으로 보질 않았다. 범죄자로 대하는 듯했다.

  정신병이라고 뭉뚱그려진 질환은 이제 엄청 세분화되었다. 과학이 발달하고 정신의학이 비과학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에 대한 시선은 따갑고 잠재 범죄자가 되어 있다. 애초에 정신병이 왜 생기는지를 고민해 보는 일보다는 그들을 격리하려는 행동은 여전하다. 뇌가 아픈 것이 암에 걸린 것과 같은 관심과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있을 것 같지만 다른 병들과 같이 예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오진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뻔했다. 얼마나 많은 오진이 생길까를 고민하는 중에 '가짜환자,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에 대해 알게 된다. 정신병원의 실태를 조사하는 이 실험은 정신의학이 얼마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질병과 정상의 경계를 긋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라는 것은 엄청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단지, 방법은 있다. 더 따뜻하고 더 관심을 보여주는 병동의 필요성이다. 많은 정신병들은 사회적 고립과 차별에서 오는 반응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왜 마음의 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많은 병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건지, 잘못된 기준으로 인해 환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환자가 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앞에서 얘기했듯 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데이비드 로젠한 또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다. 수많은 과학 논문들 중에는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 지성의 신뢰를 깨트리는 일은 수많은 과학자들을 곤경어 처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대의 거짓을 그저 허용하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사회를 위한 일인지는 눈여겨볼 일이다.

   정신의학은 점점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정신의학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의 잣대는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으로 연결되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어쩌다 찾아온 깊은 힘겨움 때문에 순간 환자가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정신의학에서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의 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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