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의 모든 것 - 대규모 웹 분산 시스템을 위한 운영 고려 설계 | 아마존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 베스트셀러
마이클 나이가드 지음, 박성철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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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관리를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모든 S/W는 현장에서 다시 시작된다. 일반적인 IT 관련 프로그래밍이 아닌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서 작업을 실시하는 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는 나에게는 S/W는 멋스러움이 아닌 보수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기대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꽤나 어려웠다.

  보통의 책은 만드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지만 현실은 운영일 시작하고부터다. 운영 고려 설계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한빛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복잡하지만 꽤나 즐거운 일이다.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악몽이 시작된다. 고객은 개발자의 생각을 넘어선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트래픽은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간이 곧 돈인 현장에서의 대응은 피 말리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메카닉을 직접 구동하는 나의 업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보통의 IT업무에 비하면 단조로운 편이다. 대신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잘못된 동작은 하드웨어의 파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파손은 직접적인 손해가 된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인터록이 중요하다. 물론 인터넷상에서 처리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그 위험성은 존재한다. 은행업무와 같은 보안의 문제라든지 쇼핑몰 이벤트에서의 서버 다운 같은 일은 심각한 손해를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운영 환경을 고려한 설계에 대해 얘기한다. 안정성 패턴과 안티 패턴 및 운영 고려 설계와 배치 고려를 얘기한다. 아키텍처와 버전 관련 그리고 카오스 공학까지 두루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놓으니 나에게는 버거운 지식이 되어 버렸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관련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생경하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설계해 내야 하는 관점은 동의할 수 있었고 여러 환경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잘 설계된 프로그램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음도 동의할 수 있었다. 하나의 에러는 시스템 전반으로 전염되어 시스템을 통째로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는 얘기들도 해 주었다.

  이쯤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완료하곤 하지만 현장은 늘 생각 이상의 것들로 넘쳐 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대한 얘기로 가득하다. 접점이 부족하여 모두를 공감하며 읽을 수 없었고 꽤나 어려운 개념들이 나를 덮쳐 읽어내기 힘들었지만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해결책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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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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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인을 매몰차게 공격하는 학자 중에 한 명이다. 그의 저서들은 과학으로 종교를 부정한다. 종교라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타인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기 위해서는 신념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종교는 제국을 만들었고 왕은 신이 되고자 했다. 종교는 권위가 되었고 필요 이상의 힘이 되었다. 

  존재의 이유는 종교가 아니라 행복이라고 얘기하는 알프레도의 말처럼 죽음, 사랑 그리고 믿음에 관한 이야기는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의 장르가 오묘하다. 일단 스릴러임은 분명하다. 종반부에 드러나는 사건의 재구성에서 느껴지는 역겨움은 하드보일드한 장르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 행복에 대해 얘기하고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광신에 대해 비판한다. 어쩌면 이 책은 종교 비판적인 책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시대를 근대로 설정함으로써 페미니즘의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 

  가볍게는 신을 믿지 않는 자가 신을 믿는 집단에 있을 때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종교는 꽤나 폭력적이다. 적어도 지금의 종교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종교를 행하는 자 또한 그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닌 듯하다. 고행과 수난은 수행자의 기본 값이기 때문이다. 복종이라는 것을 요구하는 거친 폭력이다. 

  초입이 굉장히 난해하다. 책은 꽤나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주위의 잡음소리에도 이야기가 끊어져버리는 느낌이다. 마치 소곤대는 소리 같다. 비밀을 얘기해 줄 듯 알듯 말듯한 얘기들이 전개된다. 어느 하나 확신을 들지 않는다. 화자 별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 좋았다. 각자의 얘기는 묘하게 잘 섞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초반의 느슨했던 이야기는 마르셀라의 이야기에서 긴장감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법의학자의 독백과 같은 구성으로 범죄는 점점 풀려나간다.

  이 작품은 종교를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믿음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의 죄를 신의 뜻으로 돌려버리는 무책임감은 (내가 고해성사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깊은 빡침을 준다. 그리고 그런 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는 여성의 모습에서 자신의 행복이 완전해야 한다는 믿음도 보였다. 나르시시즘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지부조화라고 해야 할까.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인간은 나약해지고 기대고 싶은 존재가 필요할 때 신을 만들어 낸다.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도 위급한 상황 앞에서 모두 기도하게 된다. 믿음이라는 건 순진한 자기 속임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이 종교인이 부러운 때가 딱 한 번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죽음을 앞두고서라고 했다. (물론 죽음을 축복으로 여기는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겠지만..) 인간은 나약하니까 언제든 종교가 파고들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의 생각에 의심을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지독한 믿음으로 출발한 슬픈 사실은 끔찍한 살인 현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다. 믿음에는 행복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마르셀라와의 대화를 통해 늦은 나이에 진정한 사랑을 한 알프레도의 모습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필요한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랑임을 얘기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르셀라의 필기 마지막에 남겨진 하트는 또 다른 따뜻함을 내보여 준다.

  온갖 부조리함으로 가득한 얘기로 읽기 힘들 수도 있다. 작가는 중간중간 작은 기쁨의 장치를 심어 놓음으로써 독자를 격려하는 듯하다. 훌리안 편에서는 깊은 빡침을 카르멘 편에서는 분노를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프레도의 이야기로 모든 것을 감싸 안으며 마무리한다. 

  작품은 범죄 해결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미제로 끝난 사건의 주인공들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옮겨두고 내면의 마음을 풀어낸다. 범인이 누구고 어떻게 살해된 게 중요한 게 아닌 듯했다. 작가는 죄의 무게와 잘못된 믿음의 결과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신 보다 인간의 사랑의 귀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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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의 세계 - 저울과 자를 든 인류의 숨겨진 역사
제임스 빈센트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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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정은 인지는 한 부분이다. 그리고 측정은 인지 중에서도 가장 집중해서 보는 행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어와 문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인류들의 집단 지성을 가능하게 해 줬다면 측정은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져다줬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 할 수 있게 된 측정은 인류가 세상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측정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현대에 측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측정은 고수준의 인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측정은 인류의 인지에 비약적 도약을 가져왔다. 교환을 위해 물건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 대신에 기준이 될 만한 다른 것들을 만들었다. 인간의 추상화 능력은 인류 발전의 큰 이정표가 되었다. 

  측정이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측정은 기득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했다. 사실 도량의 단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소 사용하려는 단위가 가장 편한 것이었다. 세금을 위해 혹은 무역을 위해 만들어지는 단위들이 최초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표준이라는 것에 대한 싸움도 실제 사용할 일이 없는 기득권층의 싸움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온도와 무게가 수량화되고 시간 또한 수량화되었다. 측정할 수 없는 연속적인 현상들은 조금씩 측정 가능한 것들이 되어 갔고 인간의 인식 또한 변하게 되었다. 측정은 세상의 생생한 활력을 그저 숫자로 표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는 욕망은 더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인간이 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곳에서 측정을 하다 보니 단위 또한 우후죽순으로 자라났다. 단위는 도시 하나만 건너도 통용되지 않을 수준에도 이르렀다. 그래서 단위의 통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단위는 전 세계적이어야 했다. 프랑스의 탈레랑은 국제 도량 단위를 만들었다. 길이, 부피, 질량을 기본 단위로 하는 십진법적 도량 단위 법으로 단위끼리 환산도 가능하다. 미터법 보급은 순조롭지 않았고 민족주의처럼 자신들만의 단위를 지키려는 노력에 부딪혔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1840년 강제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미터법 초기에는 표준을 나타내는 물건이 있었지만 현재는 빛으로 거리를 나타내는 것과 같이 추상적인 정의로 변화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10진법, 12진법, 64진법 등의 뒤섞여 있고 몇몇 예전 단위로 남아 있다. 미터법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사용하지만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만이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인류는 축적된 미덕에 대한 믿음, 진보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콩도르세는 말했다. 측정은 과학이 되었고 진보로 가는 열쇠이기도 했다. 많은 결과는 수치화되었고 통계로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평균의 문제나 우월성의 문제도 발생하였다. 하지만 덕분에 상관계수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게 되었다. 세상은 점점 더 숫자로 표현되고 있다.

  저자는 측정의 세계를 나열한다. 그러면서도 반대 방향의 질문을 던진다. '수량화된 자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의 신체는 수많은 숫자로 나열되고 있다. 그 숫자에 생명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아에 대해 자유 의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는 매일을 수치화하며 조금 더 나은 숫자를 위해 TODO 리스트를 챙기고 있다. 이것은 정말 진보를 위한 길일까? 저자는 질문한다.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대 문화를 이끄는 힘이다. 하지만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할 때마다 세상을 느낀다고 얘기한 로자의 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수치화된 아이들 어느새 IQ, EQ, SQ 등이 측정되고 수많은 시험의 결과로 숫자와 마주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KPI와 같은 숫자와 마주한다. 정말 그것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전부일까? 수치화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측정에 대한 흥미진진한 얘기와 더불어 숫자로 표현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수량화된 인간의 모습에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숫자는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지만 인간마저 숫자에 삼켜질지도 모른다. 우주를 이루는 하나의 숫자가 되어 버린 인간. 인간은 사라지고 통계만 남는다. 베트남 전에서 승리를 숫자로 만드니 민간인 학살이라는 일이 이뤄지듯 숫자 이면에 묻혀버린 질문에 답할 시간을 가져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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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의 미래 - 양자컴퓨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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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가 올해 초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AI의 겨울>이 다시 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겨울은 늘 끓어오르던 여름 뒤에 항상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도 불과하고 AI는 점점 실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다시 양자컴퓨터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0과 1 그리고 큐비트라고 불리는 불확정적인 영역을 사용하고 있다.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인 연산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도깨비 같다던 양자역학은 이제 현실에 정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자의 꼬리만 만지작거리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꼬리의 주인공이 정말 사자일지 생쥐일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의 원래 제목은 <quantum supremacy>로 양자우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은 양자 컴퓨터나 양자 컴퓨팅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양자 컴퓨터가 가져올 세상, 우리가 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일들이 해결되었을 때의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와 같다. 고등학교 때 이미 분자 가속기를 만들 정도로 대단했던 미치오 카쿠는 노년에는 칼 세이건의 길을 걷고 있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그는 꾸준히 대중에게 과학의 효용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또한 양자컴퓨터가 얼마나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얘기하고 있다.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책이지만 책인 정말 재밌다. 왜냐면 우리 사회에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한 얘기와 풀렸을 때의 얘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상상하며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된다. 그 많은 일들을 양자컴퓨터가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슈퍼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들에 대해 양자 컴퓨터는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가야 할 길을 여전히 험난하다. 책은 너무나 밝은 모습을 담아놓았기에 당장이라도 멋진 미래가 다가올 것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기관들이 양자컴퓨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그런 미래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의 먹거리에는 하나같이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가 어려운 것은 원자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저온이 필요하다. 이것은 양자컴퓨터에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다.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 국내에서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전세계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많은 나라들이 달 뒤편을 조사하는 것에는 같은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달에는 영구음영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영하 163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기 어렵지 않지 싶다. 우리가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는 참 다양한 듯하다.

  저자는 책 초반에 양자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세계의 양자 경쟁을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얘기를 가득 채워준다. 양자컴퓨터의 엄청난 연산력은 생명이나 우주의 메커니즘을 계산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실생활에 가깝게는 일기예보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광합성이나 세포 혹은 DNA의 비밀을 풀어낼지도 모른다. 핵융합 발전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의 최적화를 이뤄서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제거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 노화 방지를 넘어 영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이 가슴 뛰는 청사진은 저자가 대중에 전하는 <양자 역학>의 필요성이다. 엄청난 금액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들은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칼 세이건이 그랬다. 대중의 돈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해 대중에게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미치코 카쿠는 어쩌면 그런 이유로 미래에 관한 책을 많이 집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를 얘기하면서 현재 인간에게 닥친 숙제들을 알려주고 있다. 어느 하나만 해결해도 인류의 삶은 또 한 번 점프를 할 듯하다. 양자 컴퓨터로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양자컴퓨터의 미래가 늘 화창한 건 아니지만 한 발 더 내딛는 것이 인류의 숙명이라면 이런 책으로 두근거림을 느끼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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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꿀 테크놀로지 2024 - 닛케이가 전망한 기술 트렌드 100
닛케이BP 지음, 윤태성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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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케이에서 발간하는 잡지를 매달 받아보곤 했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더 이상 발간하지 않았다. 그것이 일본 본사의 정책인지 한국 배급소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알찬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닛케이에서 매년 기술에 대한 전망을 하는 책을 발간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약간 일본 답다고 해야 할까. 일반인에게는 체감하기 힘든 그저 있어 보이는 기술에 대해 전망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닛케이에서 다루는 기술들은 바로 접근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현업 종사자에게는 더 와닿는 것 같다.

  닛케이에서 주목하는 2024년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시크릿하우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럼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1위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2위는 산업 메타버스 그 뒤로 간호 로봇, 핵융합 발전이 뒤를 이었다. 작년 한 해 시끌벅적했던 ChatGPT처럼 문서 생성 AI는 그전부터 꾸준히 산업 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기대측면에서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AI라는 것 자체가 단독 기술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기술과 융합되어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업에서 기대하는 기술은 대부분 사람을 도와주는 기술들이다. 레벨 4 이상의 자율 주행 차량이나 젊은 인구의 유입이 드물어진 산업계에서 기술 유지에 필요한 산업 메타버스 그리고 인구 노후화를 대비한 간호 로봇은 모든 면에서 중요한 사람이며 머지않아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 기술이 주목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AI의 경우 이미 산업 내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AI 자체의 위험성 때문인지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항한 AI 생성 콘텐츠 탐지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계는 대중들이 환호하는 언어 모델보다는 여러 적응 학습을 하는 AI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대중이 AI에 집중하는 동안 산업계의 움직임은 보다 분주하다. 당장 탄소제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탄소를 품는 콘크리트, 발광하는 식물체, 태양광 발전을 하는 도로, 지붕, 창문 등이 그렇다. 자원은 최소, 적량을 사용하는 3D프린팅 기술이나 우주 건술 또한 빠질 수 없는 기술이다.

  증강 현실, 입체 음향은 물론 핵융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공 광합성이나 가공육에 대한 기술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식물성 주사 바늘이나 일회용 관절 내시경, 원격 수술 로봇, 간호 로봇등의 의료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할 스트레스 관리 앱이나 명상 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갱년기와 같이 인체에 대한 정보를 바로 알려주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완용 로봇의 시장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 메타버스나 인채 매칭 알고리즘 등으로 부족한 인력을 효율 높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 실용적인 양자컴퓨터와 오류 개선 기술 등이 차세대 IT 기술을 이끌 것 같다. 더불어 무선 전력 공급 시스템은 기술을 유연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기술들이 오픈소스로 제공됨으로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많은 트렌드 책들이 트렌드 자체에 집중하기에 가끔 뜬구름 잡는 느낌이 강하다. 그것은 기술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의 몫일 수 있다. 하지만 닛케이의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인 기술들 가시적인 성과가 눈앞에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모든 기술에 대해 '성숙도'를 표기하고 있는 것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 팔로우 전술로 기업을 운영하는 후발주자라면 보통의 트렌드 책 보다 이 책이 더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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