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페미니즘 역사
조현준 지음 / 채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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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페미니즘은 <양성 평등>, <당당한 여성> 이런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었다. 지금의 페미니즘은 그 단어만으로도 질색팔색이 될 정도로 굉장히 성가신 단어가 되어 버렸다. 다르게 얘기하면 <양성 혐오> 정도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페미니즘이 추구하던 가치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데 첫 번째 답을 해줄 이 책을 채륜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페미니즘은 <엠마 왓슨>의 UN 연설 이후로 급격하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먹고살기 바쁜 나는 굉장히 시끄러워졌네 정도만 느꼈을 뿐, 그네들이 만든 전장 위에 서 있지도 않았다. 그동안 수 없이 양산된 양성 비하 단어들은 알아채지도 못했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갈등을 기회로 보고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형태로 변해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남성들 또한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첫 책으로 가볍게 시작하려 했으나 1장에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정말 명료하게 줄여놓아서 어떤 관점으로 알아 가야 할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참고 문헌 또한 괜찮은 책들도 구성되어 있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서문으로 지금 페미니즘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사회의 페미니즘과 반 세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페미니즘의 기본적 가치는 휴머니즘이고 인본주의다. <남녀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나타내는 페미니즘은 자유와 평등의 인간 보편적인 기본권을 남녀 모두 누리고 살자라는 것이 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1세대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을 2세대 페미니즘은 여성의 역량을 키우고 여성의 처한 현실에 대한 개선에 집중했다. 3세대의 페미니즘은 여성, 남성을 사용하는 그것 자체부터가 차별이라고 인정하고 '다르지만 평등하다'라는 모티브 아래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 갔다. 4세대 페미니즘은 IT 기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속에서 확산되었는데 이런 다양성은 개인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게 되는 '확장 편향성'을 가지고 되었고 더 많은 정보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신념에 갇혀버리게 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은 민주화 운동으로 여성의 참정권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온 여성들로부터 페미니즘은 전파되었으며 여성학 강좌 등이 개설되었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역시 초기에는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페미니즘이 전파되는 도중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군 가산점 폐지>와 <호주제 폐지>였다. 동시에 여성을 위한 정책과 여성들의 정계 진출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은 급격이 동력을 잃어 갔다.


  게다가 IMF의 위력은 페미니즘을 전멸시킬 법한 사건이었다. IMF로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신자유주의로 변해가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된다. 먹고살기 위한 욕망 앞에 다른 모든 욕망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소수자는 밟고 올라가야 하는 대상으로 다시 전락하였다. 급격한 개인주의는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한국의 2세대 페미니즘은 기본의 페미니즘이 현실에서의 여성의 상황을 바꿔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노선을 걷게 된다. <메갈리아>로 대두되는 페미니즘은 '미러링' 전략으로 혐오에는 혐오로 맞대응했다. 그리고 여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자란 남성 세대들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의 대립은 분명해졌다. 그들은 서로가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의 20세대는 페미니즘을 논하기 전에 생계형 전장에 내몰려 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좋은 직장, 좋은 성취, 자본 혹은 미모 등이 지위를 나타낼 정도가 되었다. 인본주의적인 평등을 논하기에는 신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차별적 환경에 분노하고 남성들은 또 다른 차별에 내몰려 분노하고 있다. 승자독식 사회는 그렇게 젠더의 차별을 또 다른 방법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페미니즘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를 걷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남성 혐오가 없는 상태에서 페미니즘을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즘이 <양성평등>의 인본주의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지지를 보낼 남성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내 딸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 바라는 아버지 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차별 없이 차이를 인정하다는 것이 그 가치라고 했다. 그런 가치라면 인류 모두가 공감할만한 충분한 가치이다. 이런 가치라면 누구라도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전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해와 혐오에서 먼저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아주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역사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으니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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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 역사 - 로빈슨 크루소에서 해리 포터까지, 우리 삶에 스며든 모든 우산 이야기
매리언 랭킨 지음, 이지민 옮김 / 문학수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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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하나의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이면 하나쯤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으로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런 독특한 책을 문학수첩에서 지원해 준 이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사 속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답게 우산이 역사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우산을 소개하면서 흥미롭게 해 주었다.


  우산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의 권위를 뜻하는 물건이었다. 태양으로부터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왕 위로 뻗은 하늘이기도 했다. 우산은 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머리 위를 우산으로 덮었으며, 중국에서는 우주의 상징이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상징하는 여덟 개의 표식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인도에서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우산은 <차별의 징표>였다. 우산은 실용적이지 못했고 여러 장식을 달아 호화스럽게 만든 장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가게에서도 우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선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산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부정적인 시선의 시작은 우산 자체에 있었다.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드레스 코드와 맞추는 등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늘의 의도 즉, 사람을 젖게 만들려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였다는 것이었다. 과학이 아닌 의식주에서도 종교의 탄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모자도 같은 이유로 억압당했다고 하니 우산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산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의 보호라는 근본적인 기능이 우산을 계속 쓰게 만들었고 문학에서도 우산은 보호의 상징이었으며 우산을 쓰지 않은 것은 고난이거나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함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보편화된 우산은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하늘에서는 낙하산을 연상시켰고 바다에서는 돛으로 이어졌다.


  우산은 보호의 기능도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붕 아래 나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우산 속은 세상과 어느 정도의 벽이 만들어진 내 세상이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만 오면 우산을 쓰고 이어폰을 끼고 마냥 걷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가 우거지거나 숲 속에서 비가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좋았다. 


  지금은 너무 저렴한 우산이지만 귀빈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고, 탄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서 예전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지는 못하지만 삶 속에 녹아든 우산의 역사를 읽는다는 재미는 느끼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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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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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서포터즈 2번째 도서는 도대체님의 <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도대체>님은 반려견 <태수>와 함께 산책을 다녔다. 그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담았다. 길고양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보았을 때에만 관찰할 수 있는 순간과 에피소드가 좋았다.


  나도 어린 시절 야생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시골이었기에 길고양이라기보다는 야생고양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들은 사실 길고양이들보다 더 사람을 경계한다. 닭들을 키웠던 작은 방에 넣어두고 매일 같이 밥을 주며 정을 나누었던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사나웠던 고양이가 나에게 사납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고양이를 줘 버렸던 날의 슬픔은 이로 헤어릴 수 없었다.


  나는 동물은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물은 그들만은 영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내 생각이었지만 추운 겨울 길고양이 여럿의 죽음을 본 <도대체>님이 길고양이를 안고 허겁지겁 작업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예전 그날의 나를 생각나게 해 버렸다.


"그래. 나도 동물들 참 좋아했었는데.."


  작품 속에서는 길고양이들을 좋아하는 <도대체>님과 더불어 동네 마실을 나서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볼 수 있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내 품의 자식이라고 하지만 동물은 원래부터 내 품에 없었고, 그런 동물도 사랑했으면 한다.


 책 속에 글귀를 인용하자면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히 괴롭습니다" 


자연과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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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 - 천재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일곱 시공의 궤적
아이리스 치우.정쭝란 지음, 윤인성 옮김 / 프리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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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제목의 역할이 컸다. <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제목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떠올릴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오드리 탕>의 일대기와 대만의 사정에 대한 얘로 이뤄져 있다.


  이런 <오드리 탕>의 얘기를 읽을 수 있도록 프리렉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오드리 탕이라는 천재를 전면에 내보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내용이 언제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없었으며 천재 자신과 가족이 스스로 만들어 갔다는 것에 오드리 탕의 어머니의 대단함을 느끼는 동시에 김 빠짐 또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국이 영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제외한다면 이 책은 <오드리 탕>의 평전이라고 해야 옳다. 대만 최연소 장관인 그녀는 꽤 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Perl 6 개발 커뮤니티를 운영한 천재 프로그래머이며 트랜스젠더이다. 천재성을 공공성에 기여하는 시빅 해커이면서 10대 스타트업 CEO였고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천재를 품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대만에도 없었다. 일반 학교에서 천재는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천재성을 알아보는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었고 대학생들이 주체하는 철학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곤 독일로 향하게 된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대만과 완전히 달랐다. 천재성은 스스로 길러야 했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워준다. 천재이면서도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것이고 학력을 모자라지만 어른스럽고 자신감 있는 독일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천재로 간주되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가진 빛이 있습니다.

또 천재로 보이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어둠이 있습니다.

둘 다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실재하는 것은 IQ가 아니라, 이러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그녀가 다시 대만으로 향한 것은 대만의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사실 그의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 독일 교육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대단함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각에 맞춰 가족회의를 열고 변론하고 결정하는 그들의 문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브리 탕이 트랜스젠더가 되려고 했을 때도 상급 학교로 진학하지 않으려 했을 때에도 부모는 그녀를 믿어줬다. 결국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었던 것 같다. ( 아버지와의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도 스스로 뉘우친다. )


  결국 모두가 같다는 환상이라는 것은 소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한 것 같았고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이상향이었다. 젠더라는 것은 성별과 다르게 남녀 이분법이 아니듯 천재라는 것도 그냥 특정 부분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오드리 탕>이라는 멋진 사람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중간에 대만의 근대 사정을 많이 집필했지만 그곳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평등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겪어 온 그녀만이 할 수 있는 평등하고 투명한 정책들이 대만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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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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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길고양의 동거.. 재밋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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