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텐 집이 너무 작아 마리앤미 그림책 2
유리 슬레거스 지음, 김선희 옮김 / 마리앤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빠한텐 집이 너무 작아>라는 책은 굉장히 유희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엔 너무 무겁고 아픈 얘기가 있었다. 몇 장의 삽화와 글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이 책은 마리앤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동화책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화와 사뭇 다르다. 어떻게 보면 생각이 좀 필요한 부분이 있다. 4 ~ 7 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될만한 동화였다. 이 동화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아빠가 너무 커져서 집에 못살고 거인 나라 집에 살게 되었다 정도로 즐겁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아빠에게 집은 왜 너무 작았을까?

  아빠는 집을 부수는 파괴적인 상징이었을까?

  아이가 아빠랑 살고 싶다는 의지에도 엄마는 왜 아이를 탓했을까? 


  마지막에 비로소 부드럽고 해맑은 아빠의 얼굴을 보여준다. 집을 부수고 했던 그 아빠의 얼굴을 작가는 그려 넣지 않았다. 아빠는 어떤 이유에서 집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었을까? 작가는 아빠가 너무 커진 게 아니라 집이 너무 작아진다고 표현한 게 아닐까 했다. 아빠들은 종종 푸념하기도 한다. "집에서 내 자리가 없어져" 그런 것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부모 사이의 마찰로 힘겨움과 울음을 터트린 아이의 모습은 안쓰러웠지만 그렇게 힘든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할 수 있음을 얘기한다.


  이 책은 동화로 이혼을 옹호하는 책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단지 주위에 이혼해서 엄마 집, 아빠 집이 따로 있는 친구들에 대한 이해와 그렇게 사는 친구도 행복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공 팜파스 그림책 6
하지원 지음 / 팜파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강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와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동화책은 팜파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빨강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와 강아지가 놓친 빨강 공을 쫓아가며 이런저런 동물들을 만나는 얘기다. 아이들이 귀여워할 만한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다소 아쉬운 점은 이런 동물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의 책이 좀 많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책으로는 <사과가 쿵!>이며 구슬이나 공이 데구루루 굴러가며 동물을 찾아가는 책들은 참 많다. 성인의 입장에서는 스토리가 조금 아쉬웠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다면 조금 귀여운 강아지가 애착형성이 되어 애착 도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콜슨 화이트 헤드의 신작 <할렘 셔플>은 60년대 할렘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강도, 약탈을 소재로 하는 케이퍼 픽션 장르이다. 할렘에서 평범한 가구 판매상을 하던 카니가 친척 프레니 때문에 범행에 말려드는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평범한 가구점을 하는 카니는 평범한 가구 판매상이었고 사촌 프레디가 가끔씩 가지고 오는 값싼 보석이나 중고품을 받아서 대신 팔아주기는 했으나 그는 굳이 범죄를 저지를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그의 성향 또한 그냥 평범한 시민이었다.


  카니가 범죄 속으로 휘말리게 된 것은 친척 프레니가 '테리사 호텔 강도 사건'에 가담하면서부터다. 프레니는 거절을 하지 못하고 결국 끌려가듯 범죄에 가담했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장물아비로 '카니'를 추천해버렸다. 카니는 그저 친척 프레니의 별거 아닌 물건만 처리해주고 있었지 전문적으로 장물을 취급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친척의 뒤를 늘 돌봐왔던 카니는 이번에도 거절하지 못했다. 그 장물 속에는 할렘 최고의 폭력배의 물건이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카니의 아버지는 범죄자였다. 그래서 그는 범죄 세계가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주위의 환경은 그를 계속해서 범죄과 연관되게 만들었다. 프레니의 부탁을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그는 더 깊은 범죄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잠시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피곤한 상태였는지 정신없이 펼쳐지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잘 정리되지 않았다. 할렘가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고 스토리를 이어 붙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드문드문 펼쳐지는 긴박한 스토리 장면 이외의 것이 잘 담기지 않았다. 미국인 특유의 블랙 코미디도 나에겐 많이 낯설었다.


  많은 풍자와 비판이 담긴 소설이었던 것 같았는데 나의 짧은 식견으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집중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소설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슨 화이트헤드의 신간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과학자의 에세이다. 우리나라는 문과/이과를 잘라놓고 서로의 것을 배우면 안 되는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문과생에게도 이과적인 교양 지식이 필요하고 이과생에게도 읽기와 쓰기의 기술은 필요하다. 최재천 박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과학자와 대중이 생각하는 위대한 과학자가 다르다고 했다.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를 묻는다면 우리들은 단연 리처드 도킨슨을 얘기할 것이고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를 묻는다면 칼 세이건을 얘기할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책을 썼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중요하다. 엄청 어려운 학문을 연구하여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의 이해와 공감은 과학의 발전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책도 제목만 보고 구매했다. 천문학자의 이야기겠구나 싶었지만 에세이일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우리 주위에 흔치 않은 천문학자의 삶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서정적이고 매끄럽게 글을 써나가는 과학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늘 동경하는 학문을 파는 과학자의 이야기. 나에게는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주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그리고 미래를 향해가는 모습까지 아주 매끄럽게 적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학문으로서의 과학이 얼마나 열악한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라는 단어를 내 주변인이 아닌 과학을 연구하는 모든 과학자를 뜻한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는 학문을 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주는 Universe, Cosmos 그리고 Space라고 불린다. Universe는 자연 그대로의 우주, Cosmos는 질서와 조화 측면에서 바라본 우주이다. 마지막으로 Space는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주를 여러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Cosmos가 나와서 얘기지만 <칼 세이건>의 Cosmos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신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칼 세이건>만큼이나 우주가 가슴 띄고 황홀하지는 않다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맞아 그럴 수 있겠다'며 혼자 피식 웃었다.


수성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하루에 두 번씩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으며 보이저 1호가 176년에 한 번씩 갈 수 있는 항로로 여행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 176년 만에 한 번씩 오는 경로는 대부분의 행성을 거쳐갈 수 있는 항로이다. 뉴 호라이즌스 호도 명왕성에 도착한 9년간의 항해 속에 만난 행성은 2개 남짓하다. ) 가벼운 문장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과학 지식은 과학자 에세이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이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 되면 우주비행사가 될 거에요🎵우주비행선을 타고 높이 높이 우주로 날아가요🎵천왕성을 지나 해왕성을 건너 우리 은하계를 여행할 때🎶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을 만나 인사 나눌지도 몰라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온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안돼~!'라고 외치고 눈물이 차오르는 글쓴이의 에피소드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멀리까지 갈 거야? 그러면 엄마는 속상할 것 같은데"

"그냥 노래야, 노래"

"엄마랑 같이 그냥 지구에서 살자"

"응!"


직업병처럼 종종 출몰하는 직업병 같은 문장들은 천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즐거움의 위트였다. '그렇지, 그렇지. 그래야 천문학 자지.'라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은 명왕성 얘기로 마무리한다. 명왕성은 행성에서 134340이라는 왜소 행성으로 변경되었다. 그놈의 기준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수금지화목토천해~~~므영읍' 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명왕성을 치명적인 경쟁 속에 소모되는 십 대들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입시에 실패하면 명왕성처럼 행성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말미에 조금 더 희망적인 얘길 한다.


인류가 태어나기 전부터 명왕성은 그대로 명왕성이었고 아무리 왜소 행성이라고 불러도 명왕성은 명왕성일 뿐이다. 명왕성도 우주의 하나의 존재로서 서로의 중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얼마나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 인지. 살아가면서 조금은 소외받는 일이 있더라도 명왕성처럼 그렇게 내 존재를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