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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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영향 때문인지 영화 같은 느낌 가득할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이 에세이는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에세이다.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적은 이 책은 잔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적으려고 교보문고에 이미지를 가지러 갔을 때 비로소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신청할 때도 의례 소설이겠구나 했고 책 내용 또한 소설 같은 전개였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쏟아지는 에세이와 많이 달랐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에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왜 문장이 리듬 없이 잔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3차례 걸쳐 치러진 중동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수에즈 운하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 전쟁은 아랍권에서는 <카데시 작전>이라 하고 이스라엘에서는 <시나이 전쟁>이라고 불린다. 1956년 말 이스라엘의 이집트 침공은 영국과 프랑스가 참전을 불렀고 이들은 수에즈 운하의 통치권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더불어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데 나세르>를 몰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시작된 이후 UN과 미국, 소련은 이들에게 압박을 가했고 결국 이들 나세르는 물러나게 만들었다. 영국과 프랑스에게는 굴욕을 주었고 나세르 대통령은 강한 권력을 쥐게 되었다.


이 작품은 소란 속에서 이집트에서 살아가는 유대인의 삶을 회상하고 있다. 이집트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등이었지만 모두 유대인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그들은 나름 부유하게 살고 있었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 서서히 그 자리를 잃어갔다. 이런 중동 전쟁의 결과로 나세르 정부는 이집트에서 살고 있는 영국, 프랑스 그리고 유대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외로 추방한다. 작가의 가족, 친척들도 한 가정씩 그렇게 추방되었다.


이 에세이는 이집트의 아름다움에 대조적인 그 당시 이집트에서 살았던 유대인들의 몰락을 적어내고 있다. 냄새나는 아랍인이라고 상대를 비하하면서도 이집트의 아름다운 바다를 사랑했고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서 아랍어를 배우고 유대인을 비난하는 시를 외우는 노력까지 하는 모순적인 삶도 살았다. 결국 추방되게 되었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이집트를 회상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작은 도시지만 잃기가 싫구나.

저런 별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 작품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JYP 박진영 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자신은 "그루브"만 있으면 어떤 음악이든 즐길 수 있지만 "그루브"가 없으면 듣기 힘들다고, 재즈가 그런 장르에 가깝다고 했다. 이 에세이는 굴곡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지를 읽는 것에 신이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책은 가을 초입 나무 아래 앉아 바람 소리를 리듬 삼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환경이 지금 나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잠깐 한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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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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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및 상담심리학 박사님이 쓰신 이 에세이는 일반적인 문인이 아닌 특수 직업 종사들의 생각이 녹아들어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명언과 좋은 글과 함께 글쓴이의 글이 녹아 있는 이 책은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글쓴이는 '명상'을 매일 하는 모양이다. 명상 후에 글 작업을 하는 게 아닐까 했다. 글은 꼭 오전에만 쓴다고 했다. 쇼펜하우어의 생활 방식을 따라서 기운이 가득할 때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서다. 명상을 '죽음에 가까워지는 체험'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의 통제를 모두 놓아주고 깊은 심연 속에 빠져드는 느낌일까. 명상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이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조금 이해가 간다.


이 책을 보고 놀란 것은 좋은 명언들이 매 장마다 나온다는 것이다. 왼쪽에는 명언과 좋은 글 오른쪽에는 작가의 글이다. 작가의 글귀는 명언의 글귀에 영감을 받아 적은 것인지 보통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문장들과 당당히 같은 시야에 자신의 글을 적은 것은 자신감은 아니었을 것이다. 좋은 글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그런 식의 전개다.


초반에는 좋은 글이 담긴 왼쪽 페이지에만 눈이 갔다. 너무 탁월한 문장들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에 비해 작가의 글은 쉬이 눈에 들지 않았다. 명언과 함께 글을 내 보인다는 것이 글쓴이의 글을 희미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다. 중반 쯔음 들어서니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산문들이 눈에 들었다. 그중에는 꽤 마음에 드는 시도 있었다.


쓸모없지 않으려고

쓸모를 개발해가며

쓸모를 외쳐가며

쓸모가 되어온 너


쓸모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쓸모가 있지

혼자 있을 땐 쓸쓸하고

씁쓸한 쓸모


요즘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서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스스로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할만 하지만 문제에 이름을 붙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 내가 이렇지? 이게 무엇 때문이지? 왜 나는 이렇지?' 같은 질문은 좋지 못하다. '난 이렇지'라는 인정을 해야 나아지려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자주 듣던 얘기지만 다시 읽어도 좋은 내용이다.


내가 전문가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기대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감각이다. 문인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별함이 있다. 이 책도 군데군데 그런 특별함이 묻어 있다. 아쉬웠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문장을 담았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반쯤은 명언이며 그의 반은 일반 문인 같은 글이었다. 문인의 멋드러지고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려면 나태주 시인 같은 분의 글을 읽으면 된다.


내가 기대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좋은 글들이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고 작가의 마음이 드러는 시와 때로는 상담심리학 전문가다운 견해도 묻어 있다. 전문서적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고 그런 무거운 책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볍게 읽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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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2 :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22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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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니 온택트니 코로나19는 미래를 향해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지난 2년이었다. 백신이 나오고 곧 효능이 있다는 것으로 발표된 치료제도 속속 발표되고 있는 이 시점에 미래는 어떤 산업으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2022년 현재 세계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보는 이 책은 비즈니스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큰 카테고리로 본 미래의 모습은 미디어에서 워낙 많이 노출된 내용이라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몇몇 곳에서 재미난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제부터의 세계는 인간의 상상했던 그것들이 현실에 등장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인류를 저자는 <메타 사피엔스>라고 말한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이끌어 갈 6가지 트렌드를 제시하고 6개의 챕터로 해당 트렌드를 설명한다.


우주시대 : 우주 골드러시의 시대가 열렸다.

로봇과의 동거 : 로봇과 동거하는 세상이 온다.

AI 메타버스 : AI 메타버스, 새로운 디지털 월드

노화의 종말 : 나이 듦과 죽음을 거슬러며

기후 위기 극복 : 위기의 지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ESG 경영 : 기업의 미래를 위한 ESG 생존 전략


  미소 냉전시대에는 군사적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 사이에 우주로의 경쟁이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우주로 향하던 자본은 잠시 주춤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는 지금의 시점에는 엄청난 자금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음 세대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NASA를 필두로 Space X, Blue Origin 등 민간 업체들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중국 또한 매년 12조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우주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달 탐사선, 화성 탐사선을 차례로 보내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우주 과학의 강국이며 국가 간 연대를 한 EU 또한 우주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우주는 모두의 것일 거라는 착각을 잠시 한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산업화를 통해 지구에 엄청나게 많은 공해를 일으켜 놓고서는 우주에 엄청난 쓰레기들을 마구 쏘아댄다. 기후재해를 걱정하는 것이 많냐 싶을 정도다. 우주를 향하는 길은 개발과 환경을 함께 조율하면서 갈 수 없을까? 결국 상업주의는 '자본'의 독재 아래 있는 것이다.


  로봇은 AI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52%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서 새로 생겨날 일자리가 몇일지는 모르겠지만 2030년에는 현재 직업들의 80%가 사라질 것이다. 대부분 생산/서비스 직군이 될 것 같다. 능력주의 사회로 진입 일지 모르겠다. 몸 써서 하는 일은 이제 로봇에게 다 뺏길 것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메타버스는 지난해 주식 시장과 함께 엄청나게 이슈가 되어서 많은 사람이 알 것이다. 메타버스의 기본적인 내용은 현실을 가상 속에 구현하겠다는 기술이다. 이 기술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재택근무다. 앨빈 토플러가 1960년대에 예언한 출근할 필요가 없는 세상.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면 모두 도시에 살 필요도 없고 부동산 거품도 자연스럽게 빠진다고 했다. 그다음에 주목할 기술은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온 기술인데 눈으로 접하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뇌파로 접하는 가상현실의 세계이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질병에 있는 사람들도 자유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지도 1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인간의 모든 염기 서열을 밝혀서 각종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진행된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였다. 이제는 AI를 통해서 신약과 백신 등을 개발해 가고 있다. 이와 발맞추어 줄기세포 연구, 인공 장비, 인공 관절 등의 산업도 급격히 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생길지도 모르고 냉동된 인간을 해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간이 불사를 꿈 꾸는 것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겠지만 인간의 욕심이라면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싶은 욕망을 향하는 기술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기후재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불릴 만큼 인류가 당장 직면한 과제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구 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기후재해들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곳이 물에 잠길 것이고 급격하게 배출되는 탄소는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린 위싱'이라는 말이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척만 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말한다. 말하자면 에코팩 같은 것을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사는 행위 같은 것이다. 최근 UN 기후변화 협약 회의를 보면 많은 국가들이 '그린 위싱'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한 푼 더 벌어보려다가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길 바라본다.


  기후에 대한 관심은 ESG로 향한다. 미래의 돈은 모두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쏠릴 것이다. 재생 에너지나 전기차가 그 예다.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것 또한 살아남아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다.


  <세계보고서 2022 :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는 2021년에 진행되는 여러 방면의 기술들을 통해서 미래를 알아보는 책이었다. 단순히 2022년의 산업군도 파악할 수 있지만 더 멀리 2030년까지도 짚어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쪽 지식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던 상태라 그렇게 많이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래 산업이라고 할만한 대부분의 것들을 짚어주고 있었고 기술을 넘어 벌써 뛰어든 업체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길이 보였으면 바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으며 미래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을 응원한다. 나는 조금 게으르게 더 나은 세상을 즐길 수 있게 나름대로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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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읽기 세창명저산책 86
곽영직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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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이미 읽었다.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이지만 책에서 느낀 몇몇의 감동은 아직도 기억이 나고 있다. 이 책은 그 <코스모스>를 요약해 놓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세창미디어에서 지원받아 읽어 보았다.


  최근 서점에서 다시 만난 <코스모스>는 코팅 재질에 넓은 판형을 가진 거대한 녀석이었다. 아마 <창백한 푸른 점>처럼 컬러판으로 만들었나 보다. 물론 텍스트 위주의 예전 <코스모스>도 존재했다. 500페이지가 넘고 과학 교양서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을 요약하는 것에는 분명 엄청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그 점 글쓴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천문학을 위한 책은 아니었다. 과학사는 기본이고 인문학적 요소도 많이 들어 있다. 이 책에서는 많은 부분이 축약되어 있어서 원본이 주는 감동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코스모스>의 첫 페이지를 감히 넘기지 못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챕터마다 담백하게 요약을 해 두었다. 내가 느낀 <코스모스>의 메시지는 굉장히 철학적인 것이었다. 우주의 아름다움은 스치듯 지나가는 배경 같은 이야기였다. 코스모스에서 느낀 메시지는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놓치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


  첫 번째 메시지는 우주는 인간 중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는 태양을 도는 하나의 행성이며 우주에서 보자면 먼지 같은 존재다. 인간은 행성이나 우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루살이만도 못한 생명주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찾고 있는 외계인은 인간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구의 생명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양해 보이지만 지구에서 살아남은 유일 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살지 못할 것 같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지 않을까? 사실 외계인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인간 중심적이다. 외계 생명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두 번째 메시지는 우주에는 많은 별들이 있지만 인간이 적응한 지구만큼 인간에게 완벽한 별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인류의 터전을 위해서 환경을 좀 더 잘 지켜야 한다. 금성의 경우를 보자. 금성은 표면 온도가 480도나 된다. 그 원인은 대기를 가득 채운 이산화탄소들이다. 지구에도 금성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식물들로 혹은 바다에 동토 안에 그런 식으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딱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탄소를 뿜어댄다면 금성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가 살아온 지구, 조금 더 소중히 하자.


  세 번째 메시지는 우주로 나아가는 인류의 공동 전선을 얘기하고 있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그 당시에는 냉전시대였다. 일본에 핵폭탄이 투하되고 미소 핵경쟁을 하던 시기이다. 인류의 파멸로 몰고 가는 기술에 경쟁하지 말고 우주로 나아가는 연대를 얘기하고 있다. 우주로 나아가는 일은 인류의 거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부족 단위로 돌도끼를 만들고 국가 단위로 대항해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전 지구적 관점으로 우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 책에서 여러모로 잘 정리해 주었지만 <코스모스>는 꼭 읽어보는 게 좋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의 주파수를 읽고 분석할 줄 안다면 얼마나 잔인한 생명체라고 생각할까라는 대목은 아직도 기억난다. 왜냐면 지구 상 뉴스는 죄다 전쟁이며 사고며 범죄가 송출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평화롭고 따뜻한 뉴스가 많아지면 안 되는 걸까? 그리고 더불어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리는 보이저 1호의 촬영 스토리는 정말 기억에 남을만하다. 보이저 1호를 잃을 뻔하면서도 그런 일을 한 것은 지구인에게 지구라는 것이 우주에서 보면 그냥 창백해 보이는 하나의 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은 크기에 다 담지 못할 내용이지만, 이 책은 축약본으로써 역할은 충분히 한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은 칼 세이건이 얘기하고자 했던 인문학적 메시지에 더 집중하면 어땠을까 하는 것과 차라리 글쓴이가 감동받았는 부분 위주로 설명하듯 적어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천문학적 학문을 쉽게 풀어쓴 책은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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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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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는 사뭇 잔인할 것 같은 스릴러 느낌이 나지만 소재를 빼면 동화 같은 문체와 아이의 치우침 없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책은 시월이일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킬러다. 할아버지는 독 전문가, 할머니는 폭탄 전문가이다. 누나는 스나이퍼이고 형은 검사이며 흔적을 없애는 전문이다. 아빠는 자살 전문가인데 어느 날 집을 떠난 후 연락이 되질 않는다. 엄마는 암기를 다루는데 달인이면서도 의뢰를 관리한다. 주인공은 이 집의 막내다. 자신만 유독 킬러의 자질이 없어 보였다.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런 주인공은 삼촌에게 훈련을 받는다. 삼촌은 아빠가 사라진 후로부터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 데스노트의 '키라'와 사상이 조금 비슷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며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데스노트'만큼 진지하게 스토리를 풀어가지 않는다. '데스노트'만큼 무거웠다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들어서려 한다는 철학적 질문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무겁고 무서운 것이지만 화자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일까. 킬러의 삶이라는 것도 꽤나 호기심 어리게 적어가고 있다.


📖 화초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도, 세차하는 할머니도 찌개를 끓이는 엄마도, 버스에서 내리는 형도 완벽하게 치명적인 급소를 감추고 있다. 무방비로 돌아다니는 건 누나뿐이다. 나는 우리 식구 중에 누나가 제일 좋다.


이 책은 즐거움 속에서 가볍게 질문을 흘리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킬러의 멋진 삶을 그린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철학적 논쟁에서도 비껴간다. '데스노트'의 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악인에 대한 절대적 심판으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통쾌함을 가져 오려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무심히 적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이 엄마를 대신해서 '의뢰'를 받는 장면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세상에 그냥 악당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양면이 있는 것이지. 죽이고 싶다는 쪽의 사람의 말만으로 의뢰를 집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킬러 집단은 대의를 위한 집단이 아니다. 그저 조금 덜 죽는 쪽을 선택해서 없앤다. 역사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여도 그들은 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킬러 집단을 평범한 가족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킬러 가족처럼 화려한 살인 기술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조금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죽음에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은 더 이상 죽일 사람이 없을 때라는 문장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사람에게 양면이 존재한다면 맑음의 얼굴이 더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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