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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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미국은 단숨에 세계 최강이자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서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기가 아닌 돈줄을 죄며 상대를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리지 않았다. 최강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소련이 그렇게 무너졌고 일본이 그렇게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세계 기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력과 기축통화의 힘은 무섭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게 그 힘을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경찰로서 신뢰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자체로보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자국의 세금을 외부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의 실업자의 복지를 외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정권을 쥐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 팬데믹은 세계 공급망의 취약점을 드러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위기에서 이기적이었다. 어쩌면 중국이 빌미를 만들었고 트럼프는 노련하게 명분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계획은 약간의 경제적 이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힘을 등에 업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바이든에게는 어떤 정책적 선택권도 없어 보였다. 트럼프를 넘어서는 제재를 가동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깊숙이 엮여 있었기에 양쪽에게 치명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식량 자원이 필요했고 미국은 중국의 많은 중간재들이 필요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저렴한 세계의 공장에 제재를 가하는 순간 모든 제품의 원가는 상승했다. 미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나빠졌고 결국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중국 제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예전과 같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 미국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미국이 더 이상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얀마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기축 통화인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달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도 주변국들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중국 제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모양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차이나 런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독일,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테슬라나 애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제조업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도 사실이며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큼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치적으로 움직여도 기업은 돈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를 분할하여 양쪽의 실익을 모두 얻으려는 기업도 생긴다. 물론 중국 내 기업들의 탈출도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은 두 강대국의 자존심 싸움 같다. 미국은 정치적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중국과 꾸준히 무역하고 있다. 둘은 디커플링 할 수 없다. 양쪽을 겨누는 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으로 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기대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생산 기반은 건물 하나가 옮겨 오는 것이 아니다. 도시가 통째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애플 공장 10%를 옮기는데 7~8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을 대신할 마땅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교착점에 있는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적당히 괜찮은 입지 조건과 더불어 많은 중간재를 중국에서 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다.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저 정치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하는 대안일 수도 있다. 중국의 공급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프라가 미흡하다. 멕시코는 부패가 심하다. 그리고 중국 시장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어떤 마음으로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많이 챙기는 것이 식량 주권이다. 식량 최대 생산지는 역시 미국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도 식량부족 국가다. 세계 공급망이 차단되면 우리 역시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 전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먹방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는데, 중국이 식량에 대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져온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게 꽤나 아프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전쟁 덕분에 우리의 반도체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의 대책은 없다. 기업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제재한 덕분에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핵전쟁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칭화대에서 반도체 학과를 개설했고 여러 대학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계속 오픈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답게 소재 부분에서 국산화를 진행했고 기술력이 다소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장비 국산화를 50%에 가깝게 이뤘다. 중국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하이테크 반도체가 아니라 다량으로 쓰이는 적당한 수준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성공하는 것은 영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고 국가도 무제한 지원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며 각국에서 푸대접받던 많은 반도체 인력들이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고립은 중국의 자립을 향해 가고 있다. 

  세계는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각 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다. 마냥 미국의 편을 드는 시대도 지났다. 미국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무 대책 없이 미국 뒤에 선다면 우리는 그저 일본 아래쯤의 중요도를 가지게 된다. 지금의 한국의 대만보다 중요하지도 않다. 아무런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차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자도생을 주문한다. IMF에서 줄이지 않았던 R & D 예산을 삭감했다. 무제한 지원을 받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세계는 공급망 전쟁이다. 서로의 아군을 찾기 위해 바쁘다. 중국은 러시아와 긴밀해진다. EU가 러시아와 대척하는 동안에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천연자원을 값싸게 얻어 왔다. EU는 미국에 동조하듯 하면서도 중국에 투자를 감행한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지 못한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은 투자가 막히는 것을 염려해 외국으로 돈을 옮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급등은 중국돈의 탈출이 원인이다. GM은 중국의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는 국가별로 기업별로 계산기를 두드르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이 이념을 내세우며 불 속에 뛰어드려 하고 있다.

  중국의 횡포에 등을 돌린 나라. 미국의 달러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나라. 소외 좀 산다는 나라들이 싸우는 동안 제3세계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신경 쓰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 기후 위기 같은 것은 그냥 빛 좋은 개살구다. 세계 공급망이 깨져버리는 지금은 자체 공급망을 신경 써야 하고 그 속에서는 석탄도 원자력도 모두 중요한 자원이 된다. 돈을 보며 움직이는 듯 하지만 다들 전쟁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우리 정부의 대책 없음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통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 쪽의 입장이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지금 정적 싸움이나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한가한 사람들인지 뼈 저리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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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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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완벽한 서사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인간은 허구의 상상을 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것이 미래에 닥칠 여러 상황을 상정하는 진화의 흔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만든 이야기는 인간을 그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이야기. 그것은 이야기의 핵심. 내러티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이야기에 따라 흘러간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따라서 말이다.

  소설 플롯의 대한 이야기부터 인간에게 내재된 보편적 이야기 구조를 분석하는 이 책은 원더박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영웅의 서사를 좋아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전히 전쟁에 관한 역사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인물이 실존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다. 모험을 시작하고 역경을 견디며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돌아와 평화롭게 지내는 이야기는 알고 있으면서도 재미나게 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조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스토리가 가지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둔 인간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들이 있다. 그것을 위해 '마스터 플롯'을 알아야 한다. 마스터 플롯들은 여러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경쟁, 구원, 탐색, 변신, 복수, 약자, 사랑 같은 것들이다.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 즉 호모 나랜스라고 얘기한다. 이는 인간의 발달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재미난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한 문장 속에 참조를 생성해 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문법의 형식도 보편적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시간 감각이라는 것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왔음에도 우리가 이야기 속에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구 위에 있는 우리가 중력을 의식하지 않듯 물고기가 물에 대해 설명할 수 없듯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 인류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를 통해서 해석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가려한다. 그리고 그 플롯은 영웅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길 원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중세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신에게 돌리기도 하였으나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업적을 중시하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하층 계급은 도덕적으로 비난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은 능력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상속에 가까운데도 화살은 더욱더 개인을 향하고 있다. 영웅의 서사를 따르는 현대인들은 자기 계발에 목숨 걸듯 바쁘다. 몰입처럼 자신을 잃어버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전투를 미화시키는 많은 콘텐츠는 파시즘의 정의가 된다. 현재 우리에게 파시즘은 느껴지지 않지만 파시즘을 미학적으로 다루는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긴급한 위협 때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면제된다. 그들은 그저 싸울 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행복이 최고의 가치일 수 있지만 파시즘은 '구원'을 제공한다. 더 큰 확신을, 초월적 사명을 전달한다. 영웅이 되기 위해 거대한 위협이 있어야 하고 세계는 무너져야 한다. 악을 제거해야 하는 영웅에게는 말살시키는 행위가 정당화된다. 자기 삶에 대한 좌절을 다른 민족에게 돌리는 망상은 히틀러를 놓았고 그저 자신은 할 일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많은 독일인을 낳았다. 인간은 누구나 강력한 영웅이 되길 원하기도 하지만 악당이 되는 걸 꿈꿔 보기도 한다. 산업이 파시즘의 미학을 다루는 방식이다. <라이온 킹>에서도 스카의 독재자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여성 혐오의 내러티브는 아담과 이브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낙원을 떠나게 만든 원흉이 된다. 즉 여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판도라는 여성이 섹슈얼리티를 무기로 영웅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냈다. 세이렌은 선원을 유혹하고 서큐버스는 남자의 정자를 갈취한다. 마녀는 사냥당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은 여성의 한계성과 섹슈얼리티의 상품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치명적인 여성 '팜므파탈'은 위험한 여성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남성의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다.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 있는 동안 여성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게 되었다. 쾌락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을 등장시켜 남성을 파괴하는 상징을 만들어 냈다. <백설 공주>, <잠자는 숲 속의 마녀>, <라푼젤>의 적수들이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공주는 가치 있지만 고독한 여왕은 그렇지 못한 이유다. 여성 혐오는 두 가지 지점에 항상 존재한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에로틱한 조작이 이뤄지고 또 하나는 순응하지 않는 여성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암컷의 80%를 수컷 20%가 차지하는 것은 자연의 보통 현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자발적 독신자의 여성 증오도 존재한다. 인셀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여성은 외로운 남성의 존재적 비참함에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내러티브는 자유화된 사회에서 섹스에 대한 접근이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 결핍 현상을 여성에 대한 폭력적 억압에 대한 정당성으로 해석한다.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기후 변화와 같은 집단적 이슈에 힘들 쓸 수 없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영웅적 서사에 집단이 움직여 해결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며 쳐 부셔야 할 적대자를 지정하기도 어렵다. 적대자가 없으니 주인공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에 비해 경제적 수치와 같은 것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대가 태어날수록 그들에게는 망가진 자연이 '노멀'한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이 '밝은 면'만을 보려고 하는 감정적 측면도 작동한다. 

  하지만 인간 스토리의 가장 큰 잘못은 언제나 늘 인간을 주인공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인간 역사에는 새로운 플롯과 스토리 라인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플롯을 파악하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스토리의 덫에 걸리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변하지 않는 게 가장 편하지만 그건 인간 서사에 나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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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를 위한 실전 선형대수학 - 파이썬 3.10 버전 대응, 구글 코랩 실습 가능 I 연습 문제 + 해답+ 해설 영상, 무료 샘플북 제공 O'reilly 오라일리 (한빛미디어)
마이크 코헨 지음, 장정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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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학 공식들이 필요하다. 풀어가는 과정을 모두 코딩으로 구현하면 과정도 만만치 않고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알고리즘의 속도는 곧 성능이다. 최근에는 라이브러리 형태로 이런 것들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손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범용 라이브러리 기능에는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 타이트한 성능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를 정확하게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선형대수학의 기본과 이를 파이썬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는 이 책은 한빛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벡터와 행렬을 다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수학 2에서 그리고 대학교에서 다뤘을 정도다. 사회에 나와서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 삼각함수 정도만으로도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알고리즘을 다루려다 보니 다시 행렬과 만나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겨우 몇 가지 구현했을 정도다.

  선형대수학은 알고리즘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수학이다. 펜을 들고 일일이 증명해 나가면 쾌감은 있겠지만 빠른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려다 보니 코드와 함께 풀어보는 편이 수학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빠르게 연산을 해주니 확인도 어렵지 않다. 그러면에서 파이썬은 좋은 선택인 듯했다.

  파이썬의 기본 지식을 조금만 가지고 있다면 따라 하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선형 대수학의 지식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책을 보며 바로 코드로 옮기는 작업보다는 펜으로 한번 식을 적어보고 코드로 옮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되는 코드는 결국 남지 않으니까. 

  벡터와 행렬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인 활용 방법을 알려주고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상관계수 분석이나 선형판별분석 같은 것은 조금 어렵지만 파이썬을 이용하면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물론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이렇게 빠른 시간에는 어려울 것 같다. 

  각 장이 끝나면 연습문제가 있는데, 풀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쉽지는 않았다. github에 답안 코드가 있어서 매번 참고하며 구현해 봤다. 마치 매트랩을 쓰는 듯한 편리한 plot 화면은 왜 파이썬을 써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매장 매장 어려우면서도 신기해하며 즐겁게 봤던 것 같다.

  물론, 몇 권의 책을 더 봐야 할 것 같다 (파이썬을 제대로 공부해 볼까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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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후의 철학
시노하라 마사타케 지음, 최승현 옮김 / 이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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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세는 보통 핵실험이 실시된 1945년을 시작점으로 본다. 방사능,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그리고 무문별 하게 늘어난 사육. 수 만년, 아니 수 십만 년의 역사를 압축해 놓은 변화. 인간은 그렇게 지구 위를 주도하고 있다. 지구는 여전히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만 인간만이 분주하다. 그리고 그만큼 빠르게 소멸과 마주하게 된다.

  세계의 종말은 인류세의 종말을 의미한다. 인간이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의 거대함을 다시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감을 느낀다. 인간에게 집중했던 철학을 다시 자연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인간 이후의 철학은 어떨까?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의 감각이 닿아 있는 장소. 인간이 사물을 억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의 감각이 닿은 곳을 인지하고 그곳이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만들고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를 만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것이 영원할 거란 착각을 하며 산다. 

  하지만 인간은 감각보다 더 좁은 의미를 인지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을 인지할 뿐인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만 관심에서 두지 않는 것도 많다. 눈으로 바라볼 때 보다 카메라로 찍었을 때 더 많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김각이라는 것은 디지털 데이터 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은 마치 자신이 세상을 조율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자연. 범 행성적인 혹은 우주적인 공간은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다. 인간의 자신만의 유니버스 안에 갇혀 있다. 기술과 문화의 발전은 인간을 자연 속 인간의 위치를 왜곡했다. 인간은 스스로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동족 경쟁을 시작했다. 그 사이 무분별한 결과물이 쏟아졌고 그것은 인간의 관심을 벗어나 자연과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다.

  인간에 만들어 놓은 굳건한 세상에서도 자연은 한 번씩 그 존재감을 보여왔다. 때론 지진으로 때론 태풍으로 말이다. 인류는 인간 한계를 넘어선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러면서도 잠깐의 슬픔과 함께 잊힌다. 전쟁과 질병과 같은 것이 덮쳐도 결국 이겨낼 거라 믿는다. 쓰나미가 덮치면 더 높은 방파제를 만들지만 그 방파제의 높이는 결국 인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밸런스를 조절하는 행성적인 피드백은 그보다 높은 쓰나미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핵과 기후 위기 그리고 넓어져 가는 열대, 녹아내리는 동토. 언제 어떤 재해나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되어 간다. 우주적 환경에서 지구로 덮칠 더 큰 재앙 또한 알 수 없다. 인류는 지구를 걱정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 유니버스'에 대한 걱정이며, 세계의 종말은 인간이 구축해 놓은 존재의 흩어짐이고 사물들의 해방이다. 인간이 관심이 두지 않는 곳에 더 큰 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소멸을 통해서만 그것이 이뤄진다. 소멸은 사라짐이 아닌 인간의 관심이 사라짐을 얘기한다. 그곳에서 사물은 인간이 이름 지은 족쇄를 벗어난다.

  인류세가 시작된 지 100년도 되지 않은 지점에서 벌써 종말을 얘기한다. 지구의 온도 섭씨 6도가 올라가면 세상은 절망한다고 한다. 환경보호라고 하는 일들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게 대부분이다. 모든 일은 소위 경제를 유지하는 일뿐 환경을 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경제의 붕괴, 금융의 붕괴 그리고 생태의 붕괴. 어쩌면 소멸은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인간 이후의 세계에 인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멸종에 대한 얘기보다 인류세의 종말을 얘기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인간은 겸허하게 자연 속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인간을 넘어선 시스템에 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 이후를 생각하는 현대 철학의 방향이다. 언제까지 인간 중심의 철학에만 관심을 둘 순 없는 것이다.

  집안으로 날아든 좁쌀만 한 벌레에도 난리가 나는 상황, 태풍이 몰려와도 아무렇지 않은 상황을 보면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인류세 속에서 경쟁하듯 살아가니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코드화된 인간의 것만이 시끄럽다. 지금의 위태로움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 인간 이외의 것들과 관련된 문제다. 

  중요한 것은 세계는 인간이 있든 없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우주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함을 넘어 우주에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인간이 여기서 산다는 사실이 왜 중요하며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너 자신의 알라'의 인류세 전체를 꿰뚫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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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비즈니스 트렌드 코리아 - 월스트리트 출신 경제 전문가의 매크로웨이브 산업 전망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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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이 다가오면 늘 다음 해를 전망하는 책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10년 50년 단위로 전망을 내어놓았지만 지금은 한 해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물론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은 분명 필요하지만 당장은 내년의 소식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길이 잘못된 방향이 아닌가 잠깐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더 미시적이다. 기술적 트렌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그래서 경제 뉴스를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들이다. 한 해의 경제 총정리 같은 이 책은 베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경제를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꽤나 냉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벨류 체인의 붕괴는 무난할 것 같았던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대해 러시아는 무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되었고 서방 세력은 즉각 제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러시아의 천연자원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못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덜 썩였다.

  이런 분위기 속 외교는 줄타기와 같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지만 둘의 무역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유럽은 미중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제재는 결국 유럽에게 폭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줄타기를 거부했다. 경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엮여 있어 어렵다. 이제는 일기예보 보다 더 믿을만한 게 못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상황을 꼼꼼히 적어두었다. 아직은 덜 익은 혹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산업이나 기술보다는 당장 먹고살만한 것에 집중했다. 저자가 월가에서 지내서 그런지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 산업 동향이라고 보면 더 적절할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세계의 상황을 간략적으로 설명한다. 중국 리스크는 독재라는 정치 체제와 세계 최강을 내어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알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달러를 자기 마음대로 찍어내고 또 자기 마음대로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하는 미국의 모습이 개그 같지만 팬데믹이 지나 덮친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팬데믹과 홍콩, 대만 사태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고압적 태도는 기업들의 탈출을 가속화시켰고 중국 내부의 경제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아세안을 고려한 신남방정책,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를 고려한 신북방정책은 그런 면에서 탈 중국을 준비하는 자세이기도 했다. 지금은 되려 미국에 고립되는 듯한 모습이라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언제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인도와 화석 에너지의 힘이 끝나기 전에 경제 전환에 힘쓰고 있는 중동의 오일 머니는 우리가 노려도 될만한 거대한 시장이다. 

  세상이 전쟁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으로 만들어낸 무기 기술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과 남한 두 나라가 세계 전쟁의 주축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 외에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가게 대출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책은 파트 2에서 현재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현주소와 대책에 대해 정리해 두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 방산, 모빌리티, AI, 건축, 원전, 재생에너지를 설명한다. 파트 3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산업들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리한 자료를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게 보는 부분도 있고 더 나쁘게 보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산업의 소부장 쪽에 관심이 생겼다.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니 기회가 있을 듯했다. 배터리는 중국의 CATL을 과소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BYD의 기세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태양광 산업 또한 중국 점유율이 80%며 셀의 핵심 소재는 97%가 중국이다.

   소형 원자로 SMR에 대해서도 정책 기조가 바뀌었으니 해 볼만한 산업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SMR이 핵잠수함이나 우주선 추진 엔진으로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효율도 낮고 폐기물도 여전히 생기는 기술. 그리고 잠수함처럼 실거주지 바로 옆에 두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RE100으로 가는 추세를 CF100으로 하자고 하는 게 우리만 외친다고 될 일인가 싶다.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를 걱정한다면 그걸 도와줄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이 미래보다 현재를 적고 있다 보니 현실감이 확확 와닿았다. 미래의 기술이라면 배운다는 자세로 그저 읽었을 텐데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생각과 다른 점, 내가 모르고 있던 점 등을 찾아가며 읽는 공부가 된 듯하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한 권의 산업 동향 분석서로서 나에게 현재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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