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 수학 중독자들이 빠지는 무한한 세계
이상엽 지음, 이솔 그림 / 해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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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수학 중독자인가? 제목을 보고 '대부분의 실수는 무리수 두다 생기지'라고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웃기는 책이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웃은 책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얘기한다.

'현웃 터졌네'

  수학으로 이렇게 사람을 웃길 수가 있다니 작가는 천재임에 틀림없다. 혹시나 웃지 못할까 봐 뒤에 왜 웃기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누가 이과 아니랄까 봐. 그게 더 웃기다) 부록 설명이 더 진지하다. 그림만으로 빵 터져서 혼자 큭큭 댄다.

  이런 위트 넘치는 수학 유머는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2컷 만화 같아서 어떻게 후기를 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이렇다.

 '우울한 마음을 플러스로 전환시켜 봐' → |우울해| (절댓값 우울해)

 초코파이의 함유량은 32% = 초코/초코파이 = 1/파이 = 약 32%

 '그 영화 제목이 특이해. 초집합, 합집합, 교집합, 부분집합' = DUNE

 2차원으로 보면 뺑뺑이지만 3차원으로 보면 우리는 발전하고 있어!

 탄 파이를 못 먹는 이유 = tan π = 0 이니까.

 나만 웃긴가? 그렇다면 당신은 수학 중독자가 아닐지도... 난 너무 웃겨 작가 천재! 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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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 인권위 상임위원 3년의 기록
박찬운 지음 / 혜윰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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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그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단어는 여기저기 참 많이 쓰이지만 실상 그 정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자신들만의 잣대로 인권을 강조하기도 무시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 증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자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에서 설립되었다. 여러 세월 동안 인권위는 국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다루기도 했지만 별스러운 것까지 다룬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원회 상임이사를 맡았던 저자의 기록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헤윰터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무언지 설명하라고 하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와 권리를 얘기할 수 있다. 인권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근거의 자연에 의한 건지 법률에 의한 건지에 따라 이견이 생긴다. 그래서 인권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생명권,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으로 분류되는 인권이라는 것은 그 시작부터 어렵다.

  인권 자체도 어려운데 인권에 대한 판단 및 설명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이 책은 쉽지 않다. 인권위 활동을 했던 저자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에 펼쳤던 책이 꽤 무겁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꽤나 묵직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해석을 담은 전문은 더더욱 어렵다. 정말 기록 그 자체다. 인권을 공부하는 사람이 읽어야 도움이 될 듯 한 글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풀어놓은 일기 같은 글도 있고 기본적인 전개는 에세이와 다르지 않지만 내용의 묵직함을 상쇄시킬 수가 없다. 하지만 인권위에서 일어난 일이 세상에 드러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자의 자의적 해석을 품은 글로 가볍게 마주하는 것 외에는 기회가 잘 없다. 이렇게 길게 만날 수 있는 일은 드물기에 책의 존재의 이유는 확실한 듯하다.

  우리나라 많은 기관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인권위원회와 같은 조직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추천받아 임명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인권이라는 것이 정치색이 물들면 안 될 듯하다는 느낌일까 (조직에 정치색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려웠지만 한 번쯤 펴보는 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읽고 나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네 정도는 남아 있다. 내가 아무렇지 살고 있다고 해서 사회가 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 경우의 수가 나에게 닿지 않았다고 해서 관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확률은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읽는다면 이 또한 나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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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입니다 - 어느 문화재 복원가가 들려주는 유물의 말들
신은주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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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에 들르면 조각조각 붙여 복원한 토기를 어김없이 만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고대 그림을 복원하는 장면을 만나기도 한다.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혀 있는 유물은 땅 밖으로 드러나 우리와 만난다. 하지만 시간은 그것을 온전하게 보관하고만 있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훼손되기도 파손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기록을 버려둘 순 없다. 복원사의 손길을 거치면서 유물은 하나의 역사를 드러낸다.

  어느 문화재 복원가의 유물 이야기는 앤의 서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복원사라는 직업은 조금 특별하다. 과학과 역사 어느 중간쯤에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복원사가 되려면 이과를 가야 하나요 문과를 가야 하나요 같은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 역사를 느끼고 그 시대를 읽어내는 것은 문과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과 화학품들의 사용 그리고 테크닉을 따져 보면 역시 이과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유물이라는 것은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는 것이지만 복원하는 자에게는 재료의 물성이나 화학적 조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냥 융합형 인재라고 하자.

  이 책의 제목도 참 좋지만 유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마음이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유물이라는 것은 어쩌면 땅 속에서 시간을 멈췄는데 우리가 파내면서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훼손 진행도 빨라지기에 최대한 빠르게 보관을 해야 한다는 것도 뭔가 멋진 것 같았다. 땅에서 발견된 천마총의 색은 바로 변색되어 버린 감각이 바로 그런 것일까 싶다.

  우리는 물건을 개선하고 싶어 하지만 유물을 대하는 자세는 그렇지 않다. 있는 그대로 만드는 것이 그것을 대하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담은 물건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옳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지금 복원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보관해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복원 불가능 했던 것도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물에 대하는 것에는 꽤나 큰 책임감이 있는 듯하다.

  복원가는 어떻게 보면 한 명의 의사와 같다. 유물에게 원래의 모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눈앞에서 유물이 와장창 부서지기라도 한다면 복원가 또한 PSTD를 겪는다. 시간을 건너온 것들은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복원가는 버리지 못하는 성격들인 것 같다.

  수백 년 혹은 수년천을 침묵하고 있던 유물들. 그 속에는 권력을 갖지 못해 글자로 남겨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득하다. 세상에 꺼내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복원하는 사람이 바로 복원가다. 유물이 가져다주는 의미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유물은 그저 오래된 물건일 뿐이다. 그 속엔 분명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들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되는 것이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건 없다. 모두 자신의 얘기를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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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 양자 시대를 여는 꿈의 물질
김기덕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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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이 없는 꿈의 물질. 사람들은 그것을 찾아 헤맸다. 그것을 상용화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패러다임은 한번 더 바뀌게 되고 에너지 효율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난간에 부딪힌 수많은 과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여전히 실험과학이 우세한 듯하다. 그것이 왜 생기는지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초전도체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알 수 있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이슈 몰이를 했던 LK-99는 여전히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 정도다. 상온 초전도체는 그만큼 꿈의 기술이며 이것을 선점하는 나라는 부를 선점함과 동시에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초전도체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LK-99는 그러지 못한 듯하다. 연구소는 후속 물질도 공개했지만 학계는 회의적인 듯하다.

  우리나라의 LK-99와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이것은 실험의 문제일 수도 있고 측정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만큼 민감하게 다뤄지는 기술이다. 이런 물질들을 USO라고 한다. 미확인 초전도체 물질이라는 뜻이다. UFO랑 비슷하다. 이 단어의 에피소드에는 일본 과학자도 있다. 일본으로 '우소'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학계에는 여전히 USO가 많이 있으며 너 나 할 것 없이 상온 초전도체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일종의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물질은 어느 특정 온도에서 갑자기 저항이 뚝 떨어지거나 급격하게 증가한다. 저항이 0이 되는 것은 초전도체며 측정 불가능해지는 건 부도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온 초전도체는 부도체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초전도 현상은 어느 특정 온도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는 것과 비슷하다. 이과 같이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온도를 '전이온도'라고 한다.  

  초전도체는 냉각 기술의 발달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많은 기체들을 액화시키는 과정에서 냉각 기술은 발전했고 수소와 헬륨을 액화시킴으로써 절대 영도에 가까운 냉각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기술로부터 초전도 현상은 발견되었다. 하지만 초전도 현상을 상용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고온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냉각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높은 온도는 -135도 다.

  초전도체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한 곳에서 사용된다. 가까이는 MRI가 그렇고 더 나아가면 입자충돌기가 그렇다. 핵융합 발전에서 플라스마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자기장은 필요하다. 일본의 신칸센에도 초전도체가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여전히 갈길이 멀어 보이는 초전도체지만 이것이 가져올 세상의 이득이 막대하므로 사람들은 연구에 매진한다. 평생을 연구해도 결실을 보질 못하기도 하지만 과학이란 원래 이전 과학의 어깨를 딛고 오르는 학문이니 하나의 돌을 쌓았다는 것에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초전도체의 수수께끼가 풀리면 어쩌면 양자컴퓨팅도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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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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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서적이라면 꽤 많이 읽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사실 별로 없었다.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전개가 펼쳐질 것 같았다. 첫 장에서 만난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사를 보며 '교수님이 추천사를 남겼네.. 왜?'라는 의문과 기대를 하게 된다. 내용은 당연히 빅히스토리를 벗어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한 편의 과학사를 담백하게 담은 이 책은 추수밭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일단 이 책은 재밌고 쉽다. 사실 그것 하나로도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다루고자 하는 하나의 섹션이 길지 않고 그렇다고 핵심을 빠트리지는 않는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고 하는 다른 과학사 책들에 비해 읽기가 수월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허술하냐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대신에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마냥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처음 보는 사실들이 종종 들어온다. 다른 과학 서적에서는 아마 생략하는 부분이지 싶다. 어떻게 보면 다른 서적에서 생략하는 부분을 얘기하고 얘기하는 부분을 생략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다. 

  책은 생명, 문명, 과학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얘기를 다룬다고?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 버린다.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더 전문적인 책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일반교양서적으로서의 기능은 확실히 하고 있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는 읽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두세 시간이면 138억 년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과학이 어렵고 과학사가 지루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럼에도 과학사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은 꽤나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읽으며 앞에 아들에게 '이거 네가 읽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해 줬을 정도다. 아이가 읽어도 괜찮을만한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하려고 하는 모습이 책에서 그대로 느껴져서 이 선생님께 배우는 학생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벌써 여러 저서를 썼고 융합형 교육 교재 개발에도 참여한 선생님이다. 과학을 쉽게 접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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