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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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것은 우주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 물질은 원자로 이뤄져 있고 원자는 전자와 핵으로 그 속엔 또 양전자, 양성사, 중성자가 있다. 그 안에는 또 중성미자나 힉스 보손, 퀄크까지 존재한다. 인간이 우주의 먼 곳을 바라보게 되었듯 더 작은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의 조합으로 물질이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물리학이라는 단편적인 학문에서 시작하여 핵물리학을 넘어 가속 물리학이라는 세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속에는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또 실망과 죄책감도 있었다. 입자를 알아가는 것은 우주 초기를 알아가는 것과 닿아 있다. 이런 발견의 역사를 담은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는 X선으로부터 시작한다. 뢴트겐이 발견한 이 빛은 그동안 알고 있던 빛과는 사뭇 달랐다. 인류에게 물질과 빛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는 거대한 질문을 던졌다.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굳게 믿었던 원자를 더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은 고전 물리학자들의 이론이 조금씩 붕괴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전자가 발견됨은 물론이고 모든 원자들은 붕괴되었다. 반감기가 아주 길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일 뿐이었다.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긴 광전효과는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그리고 모든 물질은 두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양자물리학은 일반적인 것이 된 듯하다.

  헤스가 발견한 우주선은 15년이 넘게 물리학자들을 괴롭혔다. 실험에서 발생하는 여분의 방사능의 출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것이 우주로부터 날아온다는 것을 안다. 우주선과 원소의 붕괴를 통해서 실험을 하던 물리학자들은 원자를 직접 쪼개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입자 가속기의 발전은 엄청난 양의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붕괴되어 존재할 수 없는 원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런 물질들에 대한 연구는 빅뱅 초기의 물질들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많은 것을 알게 된 인류이지만 여전히 우주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암흑물질도 다중 우주도 우리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이 책이 좋은 점은 하나의 사실을 기반으로 시작해 질문을 만들어내고 방법을 찾아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았다는 사실이다. 누가 무엇을 발견하고 과학이 발전했는지는 너무 흔한 이야기다 되었다.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어떤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사 그중에서 입자 물리학의 스토리텔링이 완벽하다.

  과학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럼 우리가 배운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순수하게 지식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세상에 공유하여 우군을 만들어 더 전진하려는 과학자의 모습이다. 전 세계가 web으로 연결되어 협력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어 간다는 것이 이 역사의 가장 큰 가치인 것이다.

  이 책의 호감도가 급상승한 이유는 에디슨을 과학자 취급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명가는 돈 되는 것을 찾아갈 뿐 그 원리나 이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는 에디슨이 내가 좋아하는 테슬러를 괴롭혀서 싫어하지만) 순수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지식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그리고 가치 있다. 옳은 시기에 옳은 맥락으로 옳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모든 것의 핵심을 꿰뚫고 지나간다. 올바른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과학자들은 그런 질문을 통해서 지금의 성과들을 이루어낸 것이다.

  원자 너머의 세계를 탐구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재밌기도 하고 어떤 의문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 즐겁다. 과학 덕후에게 너무나 소중한 책이며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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