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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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라는 나라는 땅덩어리가 꽤 큰 편이다. 네 개의 큰 섬에 오키나와까지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서 오사카는 조금 특별해 보인다. 일본 방송을 보더라도 칸사이 사투리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인다. 서울 말이 대부분에 어쩌다 재미로 사투리를 쓰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칸사이 지방 연예인들은 거침없다. 역사가 깊은 교토와도 그다지 멀지 않은데 바다 옆이라 그런지 와일드하다.

  오사카 찐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게 되는 이 책은 모디빅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해외여행에 그다지 진심이지 않아서 가본 나라는 대부분 출장지였고 그 대부분은 중국이었다. 일본은 전시회, 출장과 더불어 신혼여행으로 인연이 있다. 그러고 보면 홋카이도, 요코하마, 오사카, 나고야 매번 다른 지역을 다녀온 것 같다. 겉으로 보는 일본의 모습에는 큰 차이는 없었다.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중 오사카는 샤프와의 미팅이었기에 마케팅 팀장과 함께 갔다. 그래서 여러모로 좋았다. 닭과 양배추가 유명하다는 오사카는 밑반찬으로 항상 생 양배추가 나온다고 했고 닭 요리는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관광지답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관광객이 서 있는 식당은 비추한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많은 곳 그리고 주방장이 나이가 지긋하면 더 좋다고 했다. 그렇게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즐겼다. 샤프와의 미팅이 끝난 뒤에도 팀장은 일본 맛집 랭킹 어플을 이용하여 숨겨진 타코야키 집과 라멘집을 찾아줬다. 짧은 출장 동안 잘 먹고 복귀할 수 있었다.

  책은 그런 추억을 소환해 준다. 시끌벅적한 칸사이 사투리가 귓가를 때리는 듯한 짧고 생동감 있는 문장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사진이 예술이다. 나는 삶을 그대로 닮은 캔디드(candid) 장르를 좋아하는데, 사진을 너무 잘 찍었다. 글을 빼고 사진만 담아도 충분히 책이 될 법하다.

  오사카에서 맛보는 술. 구글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집들을 소개한다. 도쿄 긴자에나 있을 법한 그런 절제된 미가 있는 식당들이 아니다. 오사카 답다고 해야 할 법한 와일드하고 소박한 집들이다. 맛이 전부가 아니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 주인장의 매력이 넘치는 곳,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은 곳, 숲 속의 절처럼 정갈하나 곳 등 삶의 단편을 담은 집들을 소개한다. 맛이 없다면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술이라는 게 꼭 맛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아침 술, 낮 술이 가능한 집도 있다. 그야말로 로컬 맛집이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늘 즐겁다. 그들의 문화 또한 즐길 수 있다. 노재팬 이후로 쭉 업무 이외로 일본을 방문한 적도 없고 (일본 정계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그럴 생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여행에 대한 욕구의 그릇이 채워진 느낌이다.

  오사카에서 제대로 된 음주 분위기를 느끼려면 한 번쯤 읽어보고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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