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닥친 한파처럼 얼어버린 마음도 봄날의 햇볕으로 서서히 녹아내리듯 인간의 마음도 사랑으로 녹아내리듯 하는 작품이다. 계절은 줄곧 겨울에 갇혀있지만 이야기는 봄 같은 따사로움이 있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속에 훈훈함이 생긴다면 혹은 기분 좋음이 함께 한다면 눈이 오던 비가 오던 그날은 좋은 날이지 않을까?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만이 꼭 좋은 날은 아닐 거다.


  내 마음과 꼭 맞는 날씨를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음이 있는 소설이다. 특히 겨울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맞는 듯한 따사로움이 있다.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도 좋지만, 은은하게 스며드는 이런 소설은 내 취향에 잘 맞는 듯하다.


  이 작품은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소설과 같은 향을 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 돌아온 아내와 함께 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끌어가는 잔잔함과 따사로움이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는 계절이라도 한파가 닥친 계절이라도 그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계절은 없을 듯싶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마음의 여유를 잃은 해원은 도피하듯 고향으로 내려오고, 그녀의 귀향을 늘 기다리는 은섭은 '굿나잇책방'이라는 서점을 하면서도 겨울 한 철 큰아버지의 논두렁 스케이트장을 도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살아온 은섭과 상처를 받은 해원의 이야기다. 녹아내리는 해원의 마음과 온돌 같은 따스함이 있는 은섭의 마음을 보기 편한 수채화처럼 그려나간다. 너무 빠르지 않은 전개는 마음을 간지럽히듯 조금씩 파고든다. 예상할 수 있는 심리적 전개는 무료함보다 공감으로 이어진다.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소소한 즐거움 덤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갈등이 필요했을까. 였다. 세상에는 알지 않는 편이 나은 진실도 있듯 책 속의 내용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갈등을 끄집어내어 꼭 다 풀어줘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맑은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처럼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또한 날씨라는 것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테지 라며 이해하려 했다. 굉장히 많은 페이지를 가졌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겨울이 배경이었지만 봄 같은 작품이었고, 주인공들의 마음 변화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소하면서 기분 좋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날씨가 좋은 날 벤치에 누워 읽으면 더없이 좋을 기분 좋은 연애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