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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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발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에게 놀람을 주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에세이다. 그는 어떻게 생활 밀착형 상황들을 그렇게 잘 표현해 낼까? 특히 어린아이들의 행동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감탄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의 에세이를 통해서 작품의 비밀을 알아보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많은 작가들과 비슷하게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남기고 싶은 장면이나 무심코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기록 중에 장면에 맞는 것들을 찾고 가장 알맞으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채우면 좋은 평을 받는 글이 나온다고 한다. 작가는 편집자가 원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수록 글을 쓰기 쉽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에피소드가 있으니, 비어있는 요구 사항은 전체 기록 중에서 최고의 에피소드를 찾아야 하니 그만큼 힘들다고 했다.


이런 작업들은 행복과 닮아 있을까.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결정의 순간이다.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한 순간 기대로 가득한 행복이 함께 한다. 평소에 기록한 에피소드가 하나의 장면을 채울 때 오는 기쁨을 작가는 모아가는 것 같다. 작가는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즐겁고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해야 평균의 지점까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노력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 사라지면 작품 활동이 잘 안 된다고도 했다.


이 에세이에도 생활의 작은 철학과 육아를 통해 생각해 볼 만한 것들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가끔씩 작가의 생각을 들려주는 부분도 좋았다. 특히 아래의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 덕분에 나는 마침내 당신을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


작가로서 엄청난 영향을 받은 존재들에 대해서 더 이상 필요하게 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이 이미 내 속에 스며들어 체화된 것이 아닐까. 이제 더 이상 곁에 두지 않아도 함께 하고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참 좋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되뇌고 사색해야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될까 참 궁금하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는 채로 하는 것이 일


이것은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할 수 없는 것을 잘하려는 노력은 효율적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일을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기대며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으로 일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할 수 없는 채로 남겨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점은 사회에서 생활하다 보면 꼭 새겨 둬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늘 글보다 그림이 많은 요시타케 신스테의 작품이지만 이번은 에세이니만큼 글이 많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믿고 읽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을 조금 더 음미할 수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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