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모모푸쿠 -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이 들려주는 성공하는 문화와 놀랍도록 솔직한 행운의 뒷이야기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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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맛'이라는 철학적인 문구와 함께 잘 익은 복숭아 하나가 그려져 있는 책과 다르게 책을 두르고 있는 문장은 '어차피 망할 거,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나 하고 망하자'였다. 살아가며 망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쏘냐 마는 그런 기세를 가지기란 분명 싶지 않다. 나에게 는 이 말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말과 같게 보였다. '인생은 운칠기삼이지.'라는 농담을 종종 한다. 그냥 우스갯소리 같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던졌음에도 앞길이 묘연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굉장히 불안하고 힘들고 좌절하고 싶지만 농담으로 삶을 헤쳐나가야만 할 때,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족보도 실력도 없는 애송이가 정말 기세로 부딪치며 성장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셰프이면서도 기업가인 데이비드 장의 일생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모모푸쿠는 일본 라면의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 회장에서 따온 단어이며,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레스토랑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한인 2세대였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의 것을 사업화하는 것에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름에 '코', '도모', '니시' 등을 사용했다. 한국인으로서 그가 한국적인 것을 사용했다면 더 친근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쌈 바'라는 네이밍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보통 고급 식당으로 불리는 파인 다이닝은 부자들의 것이다. 귀한 식재료, 코스 메뉴, 맛과 모양 그리고 식당의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즐기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그렇게 많은 음식을 지불하지 않고도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은 아시아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의 신념은 라면집을 오픈하게 이끌었다. 그는 이를 두고 음식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썼다. 실패해도 삶은 흘러간다는 말로 자신과 독자를 위로하는 그는 죽지 않기 위해서 일했다. 그는 요리는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기본적인 상식과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접대하는 아시아 음식 문화가 미국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약점을 자신의 동기부여로 사용했고 갈등으로부터 추진력을 얻었고 그의 집념은 성공뿐 아니라 미슐랭 별 두 개와 비어드 재단 명예의 전당 입성을 가져다주었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기 때문에 혹은 작가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작가는 자신은 회고록을 쓸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엉망진창인 부분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은 우울증을 심하게 겪고 있고 남을 배려하는 인간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다. 그러면서도 강조하는 것은 견디면 살아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약자라고 혹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덤벼 보라고 얘기한다. 마치 성공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요리는 할수록 는다는 그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요리는 시대와 함께 바뀌어 간다. 신념 또한 시대에 맞춰 나아가야 한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맞닿게 된다. 도전을 멈추는 순간 신념도 죽는 것이다. 책은 바닷가재를 예를 든다. 이 동물은 수명이 끝이 없다. 대신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어야 한다. 그 순간은 정말 위험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저앉아 버리는 것은 쉽다. 하지만 우리는 껍데기 속에 갇혀 스스로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신념을 가지려면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그는 '모모푸쿠 도모'를 만들 때 한 달 동안 요리를 하지 않고 모여 어떤 레스토랑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팀원들과 얘기했다고 했다. 나는 이 작업이 너무 좋았다. 리더의 '가치'를 팔로워가 인지 하지 못할 때의 소란스러움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기부여 동영상들이 지금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쏟아진다. 시원하게 독설을 듣고 나면 정신을 차릴 듯 하지만 금방 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한다. 동기 부여는 남이 만들어줄 수 없다. 많은 책들에서도 '일단 행동하라'라고 말한다. 어차피 망할 거,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나 하고 망하자. 어차피 후회할 거 해보기나 하고 후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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