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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어렸을 때 안네의 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땐 빽빽한 텍스트와 무거운 내용엔 흥미를
못느끼던 터라 끝까지 읽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차차 나이가 들어 세계사, 전쟁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다시 안네의 일기를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 노블로 출간된 안네의 일기는
일단 소설책 보다는 접근하기가 쉽다
이름도 헷갈리지 않게 친절히 등장인물까지 소개하며
여타 만화책과 다를바 없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컷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픽 노블 버전의 안네의 일기는 주로 한 달 주기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그 한 달 내에 상황이 급변하는 걸 보면서
당시의 상황이 유대인에게 얼마나 암울했는지 알 수 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안네는 전차, 자동차,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해가 진 뒤엔 밖에 나갈 수도 없으며
기독교인 친구 집에도 놀러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나중에 은신처에 몸을 숨기게 됐을 땐 행여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창문을 내다볼 수도 없고,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꽁꽁
싸맨 채 두려움에 떨며 이동해야 한다
그 열악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안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언젠가 이 모든 일들이 끝날 거라는, 그럼 그때
본인이 소망하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은신처에 숨어 지내던 이들이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밖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 케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
아픈 동료의 문병을 가는 것, 시내를 맘껏 거니는 것 등등
거창할 것 없는 소박한 일들이었다
그림은 컬러풀하지만 그 속에 서술된 안네의 일기에는
혼란스러운 속내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본인의 감정
제가 보고 들은 것들까지 거짓없이 적나라하게 쓰여 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까지 고찰할 수 있다고?
글을 읽으면서 감탄할 때도 있었다
안네의 일기 원작의 내용을 모두 옮겨올 수 없었기 때문에
생략된 부분이 많을 텐데, 안네의 일기 그래픽 노블 버전을 읽으면서
원작까지 다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