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김선영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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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덜란드'하면 '튤립', '풍차', '주황색' 등을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잘 모르는 나라이기에 더 궁금했던 네덜란드 이야기.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는 네덜란드에 머문 지 3년이 되어가는 저자 김선영이 네덜란드에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 만났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에세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몰랐던 네덜란드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락사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묵과해왔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p28)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네덜란드는 한 마디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안락사', '대마', '낙태', '성매매', '동성애' 등에 대해서 네덜란드는 그 어느 나라보다 관대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찬·반 논쟁이 뜨거운 사안에 대해서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합법화가 되었고, 네덜란드 국민들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니. 이것은 네덜란드 정부만 잘한 게 아니라 네덜란드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네덜란드의 개인의 자유와 관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에서 '헤도헌'이라는 단어가 있다. 헤도헌은 '참다', '견디다', '눈감아주다', '허락하다', '가능하게 하다'라는 다양한 뜻을 가진 말로, 불법이지만 눈감아줄 수 있다는 네덜란드식 관용을 의미한다. (p57)


올해 유행했던 단어들 중에는 '휘게'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휘게'란 '느긋하게 함께 어울린다'는 뜻의 덴마크 정서를 말하는데, 작년 봄에 덴마크 관련 책을 읽고나서 제일 기억에 남는 단어였다. 이제 '덴마크'하면 저절로 '휘게'라는 단어가 바로 생각 날 정도. 이처럼 이제는 '네덜란드'하면 '헤도헌'이라는 단어가 바로 생각이 날 것 같다. '헤도헌Gedogen'은 '참다', '견디다', '눈감아주다', 허락하다', '가능하게 하다' 등의 다양한 뜻을 가진 말로써 네덜란드의 자유와 관용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이렇게 '관용'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는 사안들도 수월하게 해결되는 게 아닐까? 내년에는 올해의 '휘게'처럼 '헤도헌'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여 상처받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줄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흔히 '실패'라고 부르는, 계획했던 일을 이루지 못할 때도 이를 통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인생에 대해 그 전과는 다른 관점을 얻게 되기 때문에 실패는 결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설령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도 인생에서 한 가지는 꼭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p83)


요즘에는 자식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전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학창 시절 봉사활동을 할 때 친구들과 스스로 찾아서 하곤 했는데, 요즘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봉사활동에 관해 전화가 올 때 학생이 아닌 부모가 전화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학생들은 아직 미성년자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대학교에 입학하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경우도 있고, 나는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인데도 스스로 일을 해결하지 않고 부모를 부르는 사람도 봤다. 이런 우리나라와 다르게 네덜란드는 성인이 되면 자식들은 부모와 독립하는 게 거의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집에서 나오는 독립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의 선택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잘해야 해!'라기 보다는 오히려 실패를 여러 번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실패를 겪어보면 나중에 큰 실패를 겪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기대지 말고, 또 반대로 자식도 부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네덜란드에서 스펙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 관련 분야의 업무 경험을 기본 전제로 한다면, 바로 '회사와 코드가 맞느냐'이다. 회사의 분위기나 문화, 그리고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과 얼마나 잘 화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된다. (p189)


우리나라에서 또다른 큰 문제는 바로 '청년실업'이 아닐까 싶다. 청년체감실업률이 20%에 달하는 우리나라. 취업을 위해 열심히인 사람도 있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실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연봉도 낮고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들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전보다 좀 나아진 상태라고 하지만, 여전히 스펙을 보고 채용하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 '스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네덜란드에서는 '회사와의 코드'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취직에 성공했어도 막상 일을 하다보면 업무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어렵고 힘든 경우가 꽤 많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생각하는데, 네덜란드는 정말 '가족'같은 직원을 채용하니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누구나 반대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어떠한 사안이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이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10)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를 읽고나니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아직 부족한 부분도 꽤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씩만 가진다면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공평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우리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덜란드에 대해서 '튤립', '풍차'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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