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
김정현 지음 / 새봄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새봄출판사에서 출간하고 김정현이 쓴 <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 이 책은 산문집이다. 지금까지 많은 책은 아니지만,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의 분야는 보통 소설, 에세이, 취미였다. 산문집이라고 크게 다른 게 아니라 쉽게 말해 '에세이' 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에세이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보다 좀 더 간결하고, 자유롭게 쓴 것을 산문집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장이 되게 간결하네.', '시 같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바로 산문집에 특징이었다.

제주에 발을 내딛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제주를 하나쯤 가슴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그려보는 것이다. (p50)

<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이라... '이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기는 한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의 끝'은 다름 아닌 제주도이다. 저자인 김정현의 첫 비행은 제주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성이 아닌 조금은 엉뚱한 후배와 함께 한 제주도 여행. 저자는 후배와 함께 제주도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랑했던 '당신'을 이따금씩 떠올린다. 이제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사랑이기에 그가 이 책에서 써내려간 문장들은 읽다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가, 아련하기도 했다가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어떤 시간은 물 위를 흐르면서도 잠들어 있고 어떤 시간은 물속에 잠들어있으면서도 흐르고 있네. (p143)

<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을 읽으며 나도 올여름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갔던 여름휴가가 떠올랐다. 저자가 다녀왔던 곳을 나 역시도 다녀왔는데, '같은 장소여도 정말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문장 속에서는 쓸쓸함이 많이 느껴졌지만, 나는 즐겁다는 느낌만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는 다녀오고 나서부터 여행하는 거라고
제주에 있을 때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서울에 돌아와
하루 이틀이 지나면 사무칠 만큼
제주가 그리워질 거라 말했던 당신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p220)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시적인 표현에 감탄을 많이 했고, 또 그만큼 공감하는 문장들도 많이 있었다. 위의 인용구는 저자가 한 말이 아니라 '당신'이 한 말이지만, 속으로 끄덕거리며 제일 공감했던 문장이다. 나도 제주도에 있을 때는 이곳, 저곳을 보면서 카메라에 멋진 풍경을 담아내려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서 무릇 여행이 거의 그렇듯이 다시 일상 속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제주도가 참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는 한 번이 아니라 같은 곳이라도 여러번 다녀오면 느낌도 여러번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읽으려고 한다면 실망할 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아닌 '옛사랑'에 대한 저자의 감정, 저자의 시적인 표현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순간 당신도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옛사랑'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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