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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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누가 뭐래도 항상 나의 편의 되어주고, 좋을꺼라 생각했는데, '어쩌다'라니... 가족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어쩌다'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라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기에 이런 단어를 붙였을까 하는 궁금증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아리가 쓴 <어쩌다 이런 가족>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착하기만 하고, 바르기만 할 것 같았던 첫째딸이 가족이 다같이 모이는 유일한 시간인 아침 식사 자리에서 섹스동영상이 유출됐다는 말을 꺼내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며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어린 시절 그녀는 모든 것을 갖춘 집안에 딱 하나 부재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가족이 사는 집이라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바로 소음. 혜윤의 집에는 소음이 없었다. - p55

첫째딸 혜윤은 사업을 성공한 아빠 덕분에 부족함 없이 아빠가 바라는대로 잘 자라왔다. 겉에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 없는 가족이지만, 혜윤이 보기에는 다른 가족에게 흔히 있는 '소음'이 없다는 생각에 동영상 유출 사건을 폭로했다. 남들 부럽지 않게 부족함 없이 자란 첫째딸 혜윤은 그저 평범한 가족들에게 흔히 있는 일들을 부러워한 것이다. 자잘한 싸움마저도 없는 가족이라면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없던 소음이 이 사건을 계기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읽었다.


진욱이 일 때문에 찾아간 동네의 골목에서 마치 우리들만의 세계라고 선을 긋듯 높은 담벼락과 경비시설을 갖추고 있던 고급 빌라들. 더불어 대학교 시절 그가 종종 하던 모델하우스 안내 아르바이트. 잠시나마 그곳에서 사는 꿈을 꾸었던 순간들. 몽롱한 선잠 속에서 이런저런 단어와 기억들이 스티로폼 조각처럼 떠다닌다. - p110~p111

섹스 동영상으로 혜윤과 혜윤의 가족을 협박한 진욱은 혜윤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살아온 남자이다. 그는 부모도 없이 고아원에서 고아로 자랐지만, 주변 사람들이 미련하게 생각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하다. 그런 그가 어쩌다 이런 협박을 하게된 것일까?


의리? 용훈의 삶은 그런 단어를 놓을 자리를 내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 p121

아빠인 용훈은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무서운 사람이다. 딸이 아침 식사 자리에서 그런 말을 꺼낼 때도 딸 걱정보다는 그의 지위를 먼저 걱정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평범한 아빠들처럼 변하게 될 지 궁금했다.


혜란은 속으로 코웃음을 친다. 그렇게나 나를 업신여기더니 그림 참 잘 나오게 됐다, 건방진 인간아. 사태가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 했겠지. - p124

둘째딸인 혜란은 어릴 적부터 언니인 혜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사이도 좋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이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게 잘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피라미가 수작을 부릴 정도로 자기관리에 소홀해져 있었던가. 미옥은 자괴감이 들었다. - p131

엄마인 미옥은 아빠인 용훈 못지 않게 자신의 위치를 중요시하고, 그 위치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종종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터져나오는 격앙된 목소리와 그녀만의 은밀한 이야기에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생소하기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조용하던 집에서 시끄러운 일이 생긴 가족. 처음엔 인간적인 면모는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그들인 것 같았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여느 가족들과 다를 게 없는 가족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들. 이 책을 읽으며 가족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제일 소중한 건 곁에 있는 가족이라는 사실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여름 내내 추리 소설을 읽으며 긴장했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도 받아보길 바란다. 신기하게도 조용한 가족이 이런 사건 속에서 더 따뜻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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