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사이행성, 2016
이곳 저곳에서 '평등'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양성평등'을 외치고, 미국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살다보니 '인종차별 금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너무 과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이 될 때도 있다. 간혹 이런 잘못된 방식 때문에 전체가 비난 받기도 하는데 그런 걸 볼 때면 안타깝다. 과하지 않게,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말하는 방법을 알면 조금 더 빨리 원하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을텐데 말이다. 자신을 스스로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록산 게이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지 궁금해 이 책을 펼쳐보게 됐다.
록산 게이가 쓴 《나쁜 페미니스트》는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차별을 얘기하고,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녀가 어릴 적 겪었던 좋지 않은 경험, 많은 사람들이 호평했지만 막상 그녀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작품들, 웃기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유명인들 등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이 책 속에 자세히 적혀있다.
이 책은 쪽수가 376쪽인데, 내가 50쪽도 채 읽지 않았을 때 이 책의 흡입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대를 비판하고 있는 록산 게이는 그냥 뭉퉁그려서 비판을 하는 게 아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 인물 등을 적나라하게 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에 더 집중이 잘 되고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뉴스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사망까지 하는 사건을 볼 때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저 일부일 뿐이고, 이와 비슷하거나 심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페미니즘이 어떤 대단한 사상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의 성 평등임을 안 순간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건 놀라울 정도로 쉬워졌다. (p17)"
나는 사실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의 성 평등"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어렵지 않게 다가온 것 같다. '남자는 무조건 싫고, 여자는 무조건 우대받아야 해' 이런 건 그릇된 것이다. '사회적인 성 평등'을 말하는 게 바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 오스카는 여자 친구나 엄마에게 잘가라고 인사를 할 때마다 끝에 꼭 "사랑해."라는 말을 붙인다. 쿠글러는 많은 도심의 흑인 청년들이 꼭 이렇게 인사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집을 나설 때마다 어쩌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p344)"
우리나라에서는 인종 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느끼기가 힘들어 관련된 이야기를 듣더라도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장을 보니 다양한 인종이 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매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집 밖을 나가야하는 흑인들의 삶이 너무 안타깝고 눈물난다.
《나쁜 페미니스트》를 읽으며 록산 게이의 솔직한 말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실제 있었던 차별에 대한 일들을 읽으며 눈물이 나기도 했고, 이런 차별들이 일어나는 사회에 대해 비판을 할 때는 진지해지기도 했다.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 덕분에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흑인 차별에 대한 내용이 좀 많은 것 같다는 점과 당당하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갖고 행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처럼 '페미니스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이 사회가 얼마나 부당한 지,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