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원 -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7
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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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바사키 토모카, 봄의 정원, 은행나무, 2016


요즘은 만남과 이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옆 집에 누가 이사오고 누가 이사가는 지 모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이고, 심지어 오랜 연인 관계도 스마트폰이 더욱 발달하면서 문자 하나로 끝내는 '인스턴트 사랑'도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면에 몇 년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생물 선생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생물 선생님을 좋아해서 칭찬받기 위해 생물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한 때는 생물 교사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전근을 가시면서 그 이후로는 뵙지를 못했다. 이 책을 읽기 전 표지에 써 있는 '기억과 만남,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이라는 문장을 보고 제일 먼저 선생님을 떠올리고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펼쳤다.


시바사키 토모카의 《봄의 정원》은 철거 예정인 오래된 연립주택에 이사 온 다로가 이웃 여자인 니시와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책이다. 다로는 어느날 니시가 남의 집에 불법 침입하려는 것을 목격하고 처음에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동기를 듣고나서는 자신도 모르게 관심이 생겨 그 둘은 함께 그 집에 들어가기로 계획을 한다.


《봄의 정원》은 책 제목처럼 봄에, 특히 책 속 시간 배경이 딱 5월이어서 지금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이 책 표지에는 "꼭, 천천히 읽어주세요!"라는 문장이 써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왜 천천히 읽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봄의 정원》은 다로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부터 니시가 가고 싶어하는 물빛집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배경 묘사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읽어야만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마치 나도 그들의 이웃인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는 원래 책을 빨리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책들도 천천히 읽어볼까 한다.


모두가 떠나고, 곧 떠날 다로 혼자 지키고 있는 철거 예정인 연립주택의 모습은 매우 쓸쓸하게 다가왔다. 북적북적하지는 않았어도,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어도 짧은 대화라도 소통을 하며 살았던 이웃들이 없으니 그렇게 예뻤던 봄의 정원도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멋진 풍경과 자연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아무리 멋진 풍경과 자연이 있어도 그것을 함께 보고, 감정을 나눌 누군가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생물 선생님을 생각했었는데, 이웃 간의 이야기가 담긴 내용을 읽으니 초등학생, 중학생 때 살던 아파트에서 만났던 옆집 가족들도 떠올랐다. 그 때는 애기였는데 지금은 몇 살일까. 어디에 살까. 뭐하고 있을까. '기억과 만남,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이라는 책 표지의 짧은 문장이 이렇게 마음 속에 크게 다가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사람을 떠올리고 싶다면 시바사키 토모카의 《봄의 정원》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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