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더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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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원더>가 공개됐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막내 딸 역할을 한 배우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지금까지 넷플릭스 영화 TOP 10 안에 들고있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았다.


'4개월간 먹지 않고도 생존했다고 주장하는 소녀'의 존재가 흥미롭게 다가와 이 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그럴 수가 있는가? 작가 엠마 도노휴는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50건에 가까운 '단식 소녀' 사례에 영감을 얻고 살을 붙여 이 허구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나는 이 '기적'이 '사기극'임을 밝혀내려는 간호사 리브의 시선을 따라 《더 원더》를 읽어나갔다.


애나 오도널은…… 아니, 그 아이 부모는 애나가 열한 살 생일 이후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20


애나는 11살 생일 이후로 성수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그 아이의 부모는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애나는 무려 4개월 동안 굶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기독교 신자들은 그 아이를 기적의 상징으로 보고 추앙한다. 반면 리브는 이 일이 진짜 기적인지, 사기인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용됐다. 물론 리브는 100% 사기일거란 의심을 갖고 애나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머리 위 산사나무 가지에 매달린 것은 털실이 아니었다. 사람이 만든 기다란 물체였다. 정말이지 기이했다.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127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는 《더 원더》. 3장까지는 매일 교대하며 애나를 관찰하는 리브가 애나, 애나의 가족, 가정부로 일하는 사촌 언니, 심지어 리브와 같은 이유로 고용된 수녀까지, 이 사기 행각이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의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간중간에는 리브가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며 자연에 대한 묘사가 참 섬세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 소설의 배경인 19세기 중반의 아일랜드로 간 느낌이었다. 이런 자연 뿐만 아니라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도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가 이어져서 눈 앞에 영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왜 이 아이는 감시가 이어진 나흘 동안 낮에도 음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증상들에 시달리면서도 음식 없이 살 수 있다는 애나의 신념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172


4장 끝 부분 부터는 감춰져 있던 진실이 밝혀지는데, 작은 진실 속에 감당할 수 없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까지 밝혀져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진실 속에서 애나와 리브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인간은 참 따뜻하다가도 한순간에 냉정함을 볼 수 있는 존재다. 나는 《더 원더》를 통해 이러한 냉정함을 넘어서 잔인함까지 보며, 애나를 점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리브에게 더욱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조금은 답답하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을 맞닥뜨리고 완벽한 결말을 볼 때까지 리브와 함께 끝까지 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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