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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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한참 많이 읽었을 때는 '언젠가 나도 북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만요.)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있는 북 카페! 그냥 추상적인 생각만 가득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뭔가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내가 어느정도 원했던 모습의 '북스 키친'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소양리 북스 키친은 책을 팔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북 카페와

책을 읽을 수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북 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책들의 부엌》 p9 프롤로그 中



《책들의 부엌》은 우연히 소양리의 땅을 사 북 카페를 겸한 북 스테이 '소양리 북스 키친'을 연 유진과 이곳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 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인기 많은 가수 다인, 서른 살을 앞둔 네 친구 시우·찬욱·세린·나윤, 재판 연구원인 소희, 세린의 친구 지훈, 지훈의 친구 마리, 완벽해 보이는 수혁, 유진의 선배까지.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 오는, 혹은 우연히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옵니다.


대부분 겉모습만 보면 걱정 하나 없을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아픈 사연들이 있어요.


꼭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현실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착하게 살았어도 사연 없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 경주도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아닐까.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내서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책들의 부엌》 p123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 中



누구나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힘내'라는 말을 건네기 보다 상대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어요.


'소양리 북스 키친'의 주인장 유진이 그런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도시에서 지친 손님들이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와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누구에게나 첫눈 같은 순간이 있는 거라고 유진은 생각했다.

소란스럽던 일상이 일순간 고요해지고 나풀거리듯 변화가 시작되는 때가 있다.

실패와 균열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난날이

첫눈으로 하얗게 덮이고 나서야 드러나는 인생의 윤곽이 있다.

뾰족하게 솟은 전나무 끝부분도 눈으로 뒤덮이면 둥그렇고 하얀 눈꽃 나무로 변한다.

그제야 이해되지 않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의미를 가진 풍경이 된다.


《책들의 부엌》 p223 첫눈, 그리움, 이야기 中



《책들의 부엌》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유진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유진에게는 솔직하게 털어 놓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웃기도 하고 뭉클 하기도 했어요.


따뜻한 봄날에 이렇게 따뜻한 힐링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현력이 너무 좋아서 반했어요. 덕분에 소설 속에서 나오는 사계절을 글 만으로도 풍성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릿 속이 복잡할 때,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읽으면 좋은 힐링 소설을 찾는다면 《책들의 부엌》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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