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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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외롭고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떤 물건이 되었든, 장소가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의지할 무언가를 찾고 싶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 이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이 때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종종 '현재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제가 힘들 때 항상 제 편이 되어준 사람이에요'라는 답변을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내가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당신에게 접근해 당신의 마음을 샀다면 어떨 것 같나요? 한없이 잘해주던 그 사람이 하루 아침에 당신을 배신하면 어떨 것 같나요?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은 이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셰이는 애인이 없어 외롭고, 직장에서 해고되어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어맨다라는 여성의 공허한 눈과 마주치며 그녀의 일상은 180도 달라져요. 셰이는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어맨다가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녀는 어맨다의 추모식에까지 참석하게 됩니다.


그냥 조용히 추모만 하려고 돌아오려던 셰이. 그녀는 그곳에서 어맨다의 친구 무어 자매를 보게 됩니다. 커샌드라 무어와 제인 무어는 초라해 보이는 자신과는 다르게 화려하고 세련되게 보였어요. 셰이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어맨다와 아는 사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그들은 자주 만났고, 무어 자매는 셰이에게 친절을 베풀어요. 하지만 셰이는 어느 날 그런 친절함들이 조금씩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위기에 처한 셰이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의 퍼즐을 하나둘씩 맞춰가는데요...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풀어진 이야기입니다. 여자들만의 모임에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심리전이 있기 마련이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데요. 그럼에도 소속감이 들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게 인간의 심리죠. 이 책에서는 그 심리를 잘 이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읽는 내내 더 몰입이 잘 되고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친절함이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다가오는 그 느낌을 작가가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간만에 정말 잘 짜여진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조각들이 나중에 어떻게 합쳐질까?'하는 의문들이 후반에 들어서 착착 풀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도 불쑥 튀어 나와서 혼자 몰입해서 읽다가 입 밖으로 '헐?'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동안 어설프고 속 시원하지 않은 스릴러 소설에 지쳐있으셨다면,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공포보다 더 숨 막히는 심리 스릴러 한 편 읽으며 잠 못 이루는 밤 보내시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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