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살면서 흔들림의 순간을 많이 겪으셨나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흔들림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흔들림도 꽤 많더라고요. 후자의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워낙 집순이라 밖에 나가지 않으면 그냥 방 안에서 혼자 누워 있다가 눈물이 막 나서 울다가 잠드는 때가 있는데요. 밖에 있을 때면 평소 넓었던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짧은 보폭으로 걸으면 그렇지 않을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소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는 점이죠.


가평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의 저자 또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안정적일 줄 알았던 40대가 되었지만, 혼란스러운 20대처럼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저자. 저자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의 산책을 핑계로 나가서 걸었더니, 슬픔도 차츰 사라지고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 작은 풀꽃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걷고 매일 걷습니다. 매일 산책으로 슬픔이 지워지니, 산책으로 지우지 못할 슬픔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는 사진이 함께 있는 에세이입니다. 자연과 일상이 함께하는 사진들이어서 사진만 휘리릭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또 짤막한 글들은 저자만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 누구나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하실 수 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그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때면, 사진에서 그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따듯한 정이 느껴지는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면 저도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잔잔한 일상이 글과 사진으로 담긴 이런 힐링 에세이는 오랜만에 읽어보는 것 같아요. 전에는 그저 위로 받고 싶어서 뜬구름 잡는 듯한, 약간은 오글거리는 글들이 적힌 에세이를 읽었어서 책을 읽는 그 순간에만 위로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와 같은 일상 공감 에세이는 그 여운이 잔잔하게 계속 이어져서 힐링이 제대로 되는 것 같아요.


외출도 마음 편히 못하고 집콕으로 힘든 요즘, 이 책 속의 사진을 보며 랜선 산책도 하고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혼자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그 흔들림은 생각보다 별 게 아닐 수 있고, 곧 지나가는 흔들림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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