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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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이런 해괴망측한 제목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 제목을 계속 보다보면 이상하게도 점점 이해가 가는 것도 같아요. 공포 소설이 아닌 이 책, 어떤지 궁금하신가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는 일본 작가 미야가와 사토시가 쓴 만화 에세이입니다. 위암 말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요. 매 화마다 생전의 모습은 어떠셨는지도 함께 그려져 있어서 책을 보면서 더 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죠. 그래도 그 순간이 반드시 오긴 할 겁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니까요.


나이만 30이 됐지, 철이 없게도 저는 아직도 부모님께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독립도 아직 다 하지 못했어요. 내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부모님의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닙니다. 지금껏 받아왔던 조건없는 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힘듦이고 두려움이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을 갖고 있으면서 계속 그녀를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아예 자신의 영혼 안에 어머니의 영혼을 흡수시키고 싶은 그 마음. 할 수만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제가 눈물이 진짜 많은 편이라서 이 책이 엄청 슬프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일부러 가지고 다니지 않고 방에서 혼자 조용히 읽었는데요. 기대했던 것처럼 눈물이 펑펑 쏟아지지는 않았습니다. 딱 한 번 울컥한 부분이 장례식 할 때까지도 덤덤해 보이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서럽게 우시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아빠께서 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우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장례식을 치른 뒤, 몇 달 정도 흘렀을까요? 아빠께서 그 날, 술을 꽤 많이 드시고 오셨습니다. 방에 조용히 들어가셔서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바닥에 앉으시고 머리를 수그린 채 울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 너무 죄송해’라는 말씀을 하시며.


이 책 내용이 이렇게 저의 경험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면, 저는 우느라 이 책을 못 봤을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공감을,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현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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