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도
박완서 외 지음 / 책읽는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캐나다 보우호수, 일본 요론섬, 그리스 스코펠로스 등이 내가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 리스트에 적혀 있다. 인도는 무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라서 사실 여행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인도 여행 계획은 없을 것 같아서 대신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기로 했다.


《나의 인도》는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 문인 11인의 인도 여행기를 엮은 에세이집이다. 인도 여행을 마냥 추천하는 글들이 아니다. 11인의 문인들이 직접 인도 여행을 하며 느꼈던 점을 각자의 문체로 솔직하게 적었다. 중간중간 인도의 사진도 있어서 한 템포씩 쉬어가며 읽기 좋다.


《나의 인도》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특히 '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끊임없이 담았다가 비워 내는 여행인 것'이라고 표현한 박형준 시인의 문장이 이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원한 건 없었다. 사랑도, 취미도, 취향도 자꾸만 변해왔다. 익숙한 것이 떠나면 상실감을 느끼는데, 박형준 시인의 문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나를 비우면 새로운 하나가, 혹은 전에 비웠던 그 하나가 담길 것이니,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삶이라는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항상 생각해왔다. '친구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으면'하는 생각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나희덕 시인님의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건지 명확하게 알았다. 나는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그늘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 그늘의 크기를 더 넓혀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늘을 찾게 만들고 싶다.


《나의 인도》를 읽으며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들은 사진 한 장으로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도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라 사람으로 기억되는 곳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여행 에세이라고 말하기엔 아까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도 《나의 인도》는 거리낌없이 삶의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평화(샨티)와 장소(니케탄)가 합해진, 조합해 보면 평화의 장소라는 뜻의 샨티니케탄. 그 호숫가 마을에서 한 아낙이 물 단지에 물을 채웠다가 다시 따르는 의식을 되풀이했다. 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끊임없이 담았다가 비워 내는 여행인 것인지.

《나의 인도》 p43 ∥ 박형준 ∥ 시성의 숨결 밴 땅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만나다 中

내 한몸 쉴 그늘을 찾아다니며 살아왔을 뿐 스스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지 못한 내 모습이 거기서는 잘 보였다. 그동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리저리 그늘만 찾아다녔을 뿐 제 뿌리와 그늘을 갖지 못해서라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나의 인도》 p166 ∥ 나희덕 ∥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