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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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안락사는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현재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도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정도 뿐이라고 한다. 평소에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을 읽고난 후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락》은 자신의 수명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할머니와 이에 대한 가족들의 생각과 갈등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내가 처음에 이 소설 제목을 봤을 때는 그저 따뜻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안락'에서 더 나아가 '안락사'를 다루고 있는, 쉽게 볼 수 없는 소재를 다룬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락사'를 생각해봤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존엄사'도 떠올리게 되었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지 못해 검색해보니, 존엄사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일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약물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에 법적으로 존엄사가 본격 시행되었고,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면서 5년 후에 생을 마감하겠다는 할머니의 수명 계획이 그대로 진행이 된다. 소설 속 할머니는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키시는 분이다. 말을 한 번 내뱉으면 정말 그대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가족을 모아 놓고 수명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주인공의 엄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놀란다. 특히 주인공의 엄마는 할머니의 막내딸로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하지만, 할머니의 계획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할머니가 눈을 감기 전까지 더 많이 찾아뵙는다.


안락사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안락사가 꼭 반대되어야만 하는 안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의 자매, 즉 이모 할머니도 요양원에 계시면서 소통할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또한 파킨스병이 진행되면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안락사를 선택하고 자신의 물품들을 스스로 정리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미리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는 점은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전제 조건에는 '건강'이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건 나도, 내 주변도 모두 고통스러울 뿐이다. 책을 읽으며 소설 속 할머니처럼 더 아프기 전에 미소를 지으며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락사를 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법률로 만드기 전까지는 정말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죽음. 죽음의 방법 중 하나인 안락사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안락사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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