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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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고양이'. 올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읽어봤을 문구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나오는 표현이다. 유행어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고양이에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된 것 같다. 그 중 나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그려져있는 심플한 표지의 고양이 관련 책을 집어들었다.


《고양이 손님》은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히라이데 다카시가 쓴 소설로, 우리나라에 출간되기 앞서 전 세계 24개국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다. 또한 많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많은 해외 언론에서도 극찬을 한 소설이다. 내가 어렸을 때 제일 감명깊게 읽은 책이 안도현 시인의 《연어》인데, 이 책을 포함해서 《어린 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과 함께 최고의 우화 5편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그 내용이 더욱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주인공 부부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부부가 번개골목이라고 이름을 붙인 골목에서 어느날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 고양이는 옆집이 데려다 기르기로 하면서 '치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옆집이 기르는 고양이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치비는 부부가 사는 집으로 자주 넘어왔고, 부부도 점점 관심을 갖고 간식까지 챙겨주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고양이 손님》은 조금만 읽어보아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책 속에 그려진 공간은 대부분 부부가 임대하여 살고 있는 작은 집과 주인집 할머니댁, 그리고 그 앞 정원 정도로 작은 공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아주 세밀하다. 그냥 단순히 이미지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독특한 비유를 하며 묘사를 해서, 계속 감탄을 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가 나오는 귀여운 소설이 아니다. 만약 고양이가 없었다면 이웃과 거의 소통하지 않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현대의 모습만 가득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정원의 변화로 알 수 있는 사계절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작은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생기는 삶의 변화를 보면서 내 주변을 다시 둘러보기도 했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 작은 고양이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에는 조각구름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떠 있다가 바람에 아주 조금, 좌우로 날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히라이데 다카시, 《고양이 손님》, p6

겨울로 접어들었다. 서서히 치비는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마치 작은 물길이 거듭거듭 완만한 비탈을 적시고 뻗어나가듯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때 일종의 운명이라고 할 것까지 그 물길에 함께 따라와 있었다.

히라이데 다카시, 《고양이 손님》, p23

사체를 봉한 장소에 서고 싶다는 심리는 애초에 어떤 것일까. 이미 상실해버린 그것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귀한 존재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과 앞으로 또 다른 차원의 통로로 맺어지고 싶은 심리일 것이다.

히라이데 다카시, 《고양이 손님》,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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