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때로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도, 때로는 아무 의미없이 건네는 그 말, "잘 지내니". 단 4음절밖에 되지 않는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이 말을 꺼내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말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원수가 아닌 이상 반가워할 때가 더 많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갖는 말, "잘 지내니". 톤 텔레헨은 어떤 느낌을 전해주려고 이 책을 썼을까?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는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톤 텔레헨의 새 소설이다. 두 소설에는 다람쥐, 하마, 펭귄, 개미, 코끼리 등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고 동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릴 적 읽었던 이솝 우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렸을 때 읽은 이솝 우화는 마지막까지 읽으면 교훈이 확실하다. 하지만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 눈에 띄지 않고, 고개만 약간 내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는 양이 적다고, 소설이라고, 후다닥 읽어버리면 '이 책 뭐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내 주관적으로는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지만, 등장하는 동물들의 행동과 생각, 대화가 평범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공감이 되면서 동물의 마음이 이해가는 이야기도 있었다.

<잘 지내니>에서는 자신을 잊어달라는 큰개미핥기의 이야기가 있다. 큰개미핥기의 친구들은 모두 그의 말대로 그를 잊기 시작했고, 더이상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달랐다. 귀뚜라미는 항상 큰개미핥기를 생각하고 있었고, 이런 귀뚜라미로 인해 큰개미핥기를 잊었던 친구들도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한 명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나를 기억할 수 있을테니.

<잘 지내니>와 <잘 다녀와>는 사실 읽기 전에는 얇은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생의 철학이 많이 담겨있는 소설이었다. 한 번만 읽고 덮어버리기에는 아까운 소설. 앞으로 여러 번, 다음에 읽을 때는 더 천천히,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