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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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는가? 나는 원래 무서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최근에 종영한 OCN 드라마 '손 the guest'는 매번 본방송을 챙겨볼 만큼 아주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 초반에는 무서운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TV를 정면으로 못보고 TV 옆 벽을 보거나 화면의 일부를 가리면서 봤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그래도 점점 적응이 되는건지 나중에는 두 눈 크게 뜨고 모든 장면을 다 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는 깜짝 놀라지만... 그래서 나는 공포 '영화'보다는 '소설'로써 이 장르를 즐겨왔다. 아무래도 영상보다는 텍스트가 비교적 덜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기왕이 온다>를 읽고난 후부터는 '텍스트만으로도 이렇게 긴장감이 넘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보기왕이 온다>는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책이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대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그 내용과 어떤 공포감이 있을지 더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부모님이 '그렇게 계속 말 안 들으면 홍콩할매귀신이 잡아간다'라고 말하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기왕이 온다>에서 '보기왕'은 책 목차 '제1장 방문자'의 주인공 다하라 히데키의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와 비슷한 전설 속에서 존재하는 괴물이다. 다하라 히데키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 때 할아버지댁에서 이 보기왕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는 동네 할머니 집에 마실을 나가시고 히데키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바로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집에 남게 되었다. 할머니가 나가시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초인종이 울린다. 울퉁불퉁한 유리 격자로 되어 있는 현관문을 바라보니, 짙은 회색의 무언가가 비쳐서 보인다. 기척을 낼까말까 망설이다가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현관문 너머로 들려 히데키는 대답을 한다. 그런데 이 여자, 이상하다. 할머니의 이름, 외삼촌의 이름,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뒤에서 갑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라고 고함을 쳤고, 회색 그림자는 그렇게 사라졌다. 몇 년이 흐른 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히데키는 회사에서의 어떤 일로 인해 보기왕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일로 히데키의 후배인 다카나시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고, 히데키는 어렸을 적에도 뚜렷한 형태를 보지 못했던 보기왕이 더 강력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히데키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인 가나, 딸인 치사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히데키는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는다. 히데키는 민속학 준교수인 옛 친구를 찾아가고, 그가 소개해 준 오컬트 작가 노자키를 만난다. 노자키는 히데키에게 영마사 히가 마코토를 소개해준다. 히데키는 이 사람들을 통해 보기왕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알게 된다. 히데키 집을 찾은 마코토. 마코토는 그 곳에서 '그것'이 엄청나게 끔찍한 존재임을 감지한다. 히데키의 가정에는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도대체 보기왕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주로 조용한 밤이나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등골이 오싹해져서 의자에서 일어나 따뜻한 바닥으로 이동해 베개에 등을 딱 붙이고 읽었다. 그동안 다양한 공포·스릴러 소설을 읽어왔지만, 이런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어 온 공포·스릴러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내용의 소설들이었다. 하지만 <보기왕이 온다>는 '보기왕'이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하지만 공포감은? 현실적인 공포·스릴러 소설이 잔잔하다가 뒷 부분에서 반전과 함께 잠깐 놀랄 정도라면, <보기왕이 온다>는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공포감을 마주치게 한다. 색다른 공포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보기왕을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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