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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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고 저자소개를 읽어보다가 그때서야 알았다. '어? 나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잖아?' 내가 전에 읽어본 백영옥 작가의 책은 2년 전 출간된 <애인의 애인에게>라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내가 전에 썼던 서평을 블로그에서 찾아 읽어보았다. (이럴 때면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기록을 해두는 게 당시에는 조금 오래걸릴지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새삼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 서평을 읽어보니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당시에는 잘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접했다. 백영옥 작가의 소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몇 문장 만나봤는데, 에세이에서만 알 수 있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는 어떤 게 담겨있을지 궁금했고, 이번에는 어떤 문장들에 나의 마음이 끌려갈지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엄청난 독서를 한 백영옥 작가가 그 속에서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을 담은 에세이다. 백영옥 작가가 꼽은 문장들은 무엇이며 그런 문장들을 통해서 자신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백영옥 작가가 적어놓은 많은 문장들 중 가장 공감이 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문장 3개를 통해 나의 이야기도 적어볼까 한다.


나와 그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말이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시켜주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보듯 그의 웃는 얼굴을 봐야 안심할 수 있는 겁니다. -p34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집착한다'고. 백영옥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결국 자존감이 낮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부터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꼭 사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남이 나에게 베풀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하고,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듯이 말이다.


마음의 상처는 사라져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다만 시간에 묻히고 희미해질 뿐이죠. -p74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 건 참 고통스러운 것같다. 백영옥 작가의 말처럼 받은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희미해질 뿐이기 때문에. 그 희미한 상처가 언제 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이게 될지, 상처를 갖고 있는 나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쿨하다고 할지라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처받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받은 상처를 다루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게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여기저기서 세잎클로버를 뒤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생각했어요. 우리는 희귀해서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행운을 찾기 위해, 이미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행복을 지나치고, 심지어 짓밟고 있구나. -p150~151


우리가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 선택이 겉에서 보기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선택이 다른 어떤 선택보다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솔직히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큼직큼직한 것들만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행복한 순간들은 알게모르게 수도 없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모두 행복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백영옥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큰 행운만을 찾다가 놓치고 있는 행복의 순간들이 많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행복들을 만날 때마다 메모를 해놓고, 우울할 때 펼쳐보면 감정의 온도가 조금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백영옥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각각의 이야기마다 백영옥 작가 꼽은 좋은 문장들을 알 수 있어서 더 좋았고, 그 문장들이 담겨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책을 알 수 있게 되어서 더더 좋았다. 백영옥 작가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를 반복해서 읽으며 흩어지고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그럴 것 같다. 작가가 아니라 동네 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와서 때로는 따뜻한 말로 위로를, 때로는 솔직한 말로 현실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감정이 요동칠 때, 마음이 공허할 때 등 이 책을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영옥 작가에게 <두 번은 없다>라는 시가 있다면, 앞으로 나에게는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와 그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말이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시켜주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보듯 그의 웃는 얼굴을 봐야 안심할 수 있는 겁니다. -p34

마음의 상처는 사라져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다만 시간에 묻히고 희미해질 뿐이죠. -p74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여기저기서 세잎클로버를 뒤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생각했어요. 우리는 희귀해서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행운을 찾기 위해, 이미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행복을 지나치고, 심지어 짓밟고 있구나. -p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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