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별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쓸쓸함과 슬픔이 마음 속으로 서서히 침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회가 남지 않는 시원한 이별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이별은 그렇지 않다. 이별을 한 직후에는 '그 놈이 완전 나쁜 놈이네' 하며 이별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그때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인가' 하며 내 탓을 하기도 한다. 연애할 때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이별한 후에야 생각하며 후회하는 많은 사람들(나 포함). 앞으로 기회가 많은데 후회를 가득 안은 채 살 순 없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마냥 행복했던 그 순간에

나는 끝을 상상하곤 했다.


이 행복이 끝나면 나는 얼마나 아플까.

나는 그 아픔을 견딜 수 있을까. -p181


그렇다면 이별한 후에 남는 건 후회밖에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은 더 성숙해졌을 거고, 다음 연애는 보다 나은 연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성일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에세이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에서는 이별한 후 남녀가 겪는 정서적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번 에세이에서는 이별한 후에 깨닫게 된 사랑의 의미를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은

내 마음이 미동도 없었으면 해요.

그게 편하니까요. -p239


나는 평소에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인데, 다양한 에세이들을 나름 분류해 보자면 딱 2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하나는 아프고 상처난 부분을 어루만져주면서 위로해주는 따뜻한 에세이, 다른 하나는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정곡을 찌르는 현실적인 에세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후자에 더 가까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했니? 마음이 아프겠구나. 내가 위로해줄게' 보다는 '이별했니? 나도 이별했어. 이별은 원래 다 아픈거야. 다음에 똑같은 실수로 똑같이 아프지만 않으면 돼'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나에게 허락된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앞으로 뒤돌아볼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일이다. -p256


사랑할 때는 좋은 것만 보이고 행복한 것만 느낄 수 있는데, 조성일 작가는 사랑하는 순간에도 끝을 생각한다. 혹자는 '사랑하기도 바쁜데 꼭 안 좋은 것까지 생각해야 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성일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지금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지만 꼭 이별한 사람에게만 공감되는 책이 아니다. 이별한 사람에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소중함을 상기시켜주는 책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띠지 끝부분에는 엽서처럼 간단한 편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더 예쁜 관계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