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 인생, 힘 빼고 가볍게
김서령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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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가?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제목을 본 순간부터 '이 책은 내가 공감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 끌린 책이다. 제목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러게, 무슨 사랑이냐. 나는 지금도,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데.'이다.


사랑이 전부인 것 같은 시절이 있었던 김서령 작가처럼 나도 한때는 '사랑 없이는 못살아'라며 연애를 해왔다. 활활 타오르며 지속될 것 같던 연애들은 끝이 났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지금. 연애를 하지 않으면 삶이 재미없고 지루할 것만 같았는데 이게 웬걸? 지금이 훨씬 자유롭고 편하고 좋다. 물론 이별을 하고 나서 며칠간은 슬픔에 파묻혀 지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연애할 때 있었던 끊임없는 감정 소모가 없다는 점이 제일 큰 변화였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크게 변화된 점이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 김서령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결국 '사랑보다 내 삶에 집중하라'가 아닐까 싶다.


그럼 김서령 작가는 지금 싱글인가? 그건 아니다. 그녀는 아기 엄마가 되었다. 제목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런 마음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녀가 아기 엄마가 된 것도 사랑을 좇아서 된 게 아니라, 무엇보다 그녀 자신에게 집중을 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속에 김서령 작가와 그녀의 친구가 한 대화가 나온다.


"넌 1년에 고향 집을 몇 번이나 가?"

"두 번쯤? 설하고 추석."

내 대답에 곰곰 생각하던 친구가 말을 잇는다.

"그럼…… 이제 서른 번 정도 남았겠구나."

"뭐가?"

"엄마를 만날 일." -p77


나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훗날을 생각하며 이 대화를 읽으니 마음이 쿵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도 아닌데 쌀쌀맞게 대했던 것들을 반성하며……. 한집에서 같이 지낼 때 좀 더 살갑게, 속 썩이지 않는 딸이 되어야겠다고, 부끄럽게도 20대 후반이 되어 새삼 다짐한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산문집이다보니 김서령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볍다고 생각되는 책이 아니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친구로서의 김서령 작가의 모습을 다 담고 있는 책이어서 그녀를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랑이 꼭 연인과의 사랑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사랑까지는 필요없는 것처럼 제목이 쿨하게 적혀있지만, 김서령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사랑을 하라'고, 이왕 하려는 사랑 '좀 더 폭 넓은 사랑을 하라'고 일러주는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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