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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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어왔다. 그 중 '충격을 주는 소설 장르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숨도 안쉬고 '스릴러, 공포 소설'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녀, 아델>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공쿠르상 수상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인 <그녀, 아델>을 읽고 '꼭 스릴러, 공포 소설이 아니어도 큰 충격과 울림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아델은 누구도 그녀로부터 제거할 수 없는 존중의 후광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고통의 저녁에 몸을 숨기고, 방탕의 나날에 기댈 곳이 되어줄 피난처를 스스로 만들어나갔다. -p45


<그녀, 아델>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의 성욕'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써낸 소설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강렬한 여성 모습의 표지에 뒤이어 내가 이 소설에 끌린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주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성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 같은데, 여성의 성욕을 그려내는 동시에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소설을 읽어나갔다.


아델을 유년에서 꺼내준 건 남자들이었다. 이 진흙투성이 시기로부터 그들이 그녀를 끄집어냈을 때, 그녀는 기꺼이 어린아이의 수동성을 게이샤의 외설성으로 바꾸어버렸다. -p171


아델은 신문사 기자이다. 그녀의 곁에는 돈을 잘 버는 의사 남편 리샤르가 있고, 그들 사이에는 아들 뤼시앙이 있다. 겉에서 보면 이들은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가족이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 뒤에는 아델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녀는 상대를 만난 기간, 상대의 나이, 만나고 있는 장소 등을 모두 불문하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한다. 아델은 자신이 만나는 모든 남자들을 단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은 없는 것 같다. 한 번 만나고 난 후, 혹은 관계를 맺기 전부터 상대방에게 싫증이 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녀는 겉에서 볼 때는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남자들을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그녀의 참을 수 없는 고독함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자신이 사랑 받고 있음을 아는 이들은 때로 이렇게 잔혹해진다. -p271


다른 사람들은 외로움을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이겨내거나 친구들을 만나며 이겨낸다면, 아델의 방식은 성관계로써 해결하는 것이다. 아델의 이런 비밀스런 만남과 관계는 꼬리가 길어져 결국 남편인 리샤르도 알게 된다. 그저 착하고 완벽한 아내라고만 생각했던 리샤르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아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델은 지긋지긋한 고독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리샤르와의 관계가 틀어져 더 방탕한 생활에 빠지게 될까?


만족을 모르는 인간은 주위의 모든 사람을 파괴하는 법이야. -p276


<그녀, 아델>은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서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소설인 것 같다. <그녀, 아델>은 출간됐을 당시 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이 소설은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여성의 성욕, 그녀의 고독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 본질적인 이야기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색다른, 현실적인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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