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낮은 중국
라오웨이 지음, 이향중 옮김, 퍼슨웹 기획 / 이가서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현대사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울쑥불쑥 복잡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격렬한 투쟁의 현장이기도 했다가
이상을 실현하려는 혁명가와 그 혁명을 가로막으려는 보수주의자의
싸움터이기도 하고 그냥 별 생각없이 물 흐르듯 시대의 흐름대로 변화대로
흘러가는 사람들이 섞여서 비롯된 중국이라는 땅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역사를 가장 몸에 와닿게 느끼는 방법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당시를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를
말한다. 인터뷰니까 더 부드럽고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쉽진 않다. 그 말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가를 보자면 파고 파고 또 파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중국의 관련서들은 그 스펙트럼이 별로 넓지 못하다.
입에 발린 거대한 땅 엄청난 인구로 먹고 들어가는 중국의 경제 잠재력을
다루고 경각심을 고취하거나 들어가서 돈 벌라는 얘기를 다룬 책들이 태반이고
가끔 중국 소설들이 있고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다룬 책들도 간혹 있다.
문화에 관한 책 쪼끔. 삼국지 같은 고전이야 뭐 다 아니까.

이 책은 이제까지 나왔던 중국 관련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하층민들의 걸쭉한 입담이 담겨 있는 거다. 중국에서 이런 책을 출판하는 걸
용인했을 리 없다. 중국에서 당근 금서다.
암튼 이 책을 쓴 사람은 지식인이다. 그러니까 지식인이 하층민들을 만나서
나눈 얘기 모음집쯤이 되겠다. 변소지기부터 시작해서 날라리 아가씨, 옛 홍위병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 모두는 자기만 겪고 알고 있는 사연을 간직하고
이 지식인은 그 사연들을 끌어낸다.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얘기인 만큼 흥미진진하고
한숨 짓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생생한 중국 현대사 이야기라고 말해주겠다.
중국 현대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역사책을 읽고 체계를 정리해야 되겠지마는
그보다 먼저 이런 날 것의 팩트를 먼저 들어둔 다음 딱딱한 이론서 역사서를 보게 되면
더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좋은 책이고 보기 힘든 책이다.
중국이란 형식을 통해 인간 일반에 대해 읽고 싶거든 이 책을 보면 된다.
이 책에 소설 수십 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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