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아 연인아
다이허우잉 외 지음, 김택규 옮김 / 휴머니스트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다이허우잉.
그 이름을 맨 처음 보고 남자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여자였다. 다이허우잉과의 첫만남은 <인간아 아 인간아>신영복 선생의 번역으로 나왔던 책으로 당시 같이 교회에 다니던 한 친구가 선물해 주었다. 지금은 교회도 안 다니고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아, 그 친구가 주기 전에 어디선가 읽어서 정작 선물 받은 그 책은 읽지 않고 그냥 서가에 꽂아 두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는 기억만 난다. 하여 지금 이 책. 내가 말하려는 이 책은 아는 선배가 번역한 책이다. 학교에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정치학 수업을 듣곤 했는데 그때 그 수업이 아니었으면 만날 일이 없었던 선배였다.

희한하게도 그 선배는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했고 그것도 중국시를 전공했다. 당시 선배의 면모로 보아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묘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선배.
사람의 인연이란 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잡설이 길었다.

이 책은 참 무섭고 징그러운 책이다. 다이허우잉의 편지 그러니까 가오윈에게 보낸 편지글인데 가오윈과 그녀의 남편인 우중제가 당시의 다이허우잉과 얽힌 사연을 보충했다. 이 글은 제3자에게 말하는 절절한 연애편지라고 할 법하다.

이 짧은 글은 굴곡 심한 중국현대사가 감수성 예민한 한 개인에게 어떻게 투영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크게 문화대혁명, 대약진, 반우파 운동, 하방 운동 등등 지금의 한국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사회주의 관제 운동들을 이 사람은 한 몸으로 돌파하고 있다. 일반 민중의 입장은 아니고 지식인의 입장이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다.

이 책은 사실 너무나 빨리 읽혀서 그런 참혹한 내용을 이렇게 쉽사리 읽어버린다는 게 사실 무척 미안스울 정도다. 그 사람이 겪은 그 시대 그 상황을 내가 어떻게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가. 문학적인 글로 느낌을 가져 보려고 노력하는 건데 잘 안 된다.

내 감수성이 이렇게 말라버렸나 싶어서 슬프다. 근데 이상한 건 티브이나 영화를 볼 때는 감정 몰입이 엄청 잘 된다는 거다. 이상하다. 내 정서체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짧지만 당시 중국 상황을 감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다만 주는 후주가 아니라 각주를 달았으면 훨씬 읽는 데 도움이 될 뻔했다. 그리고 부분부분 편집상의 오류가 눈에 띈다. 책을 급하게 만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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