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동네 1 창비아동문고 212
김남중 지음, 류충렬 그림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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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년 시절 엄청나게 핍박 받으며 외면해야 했던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이 소설은 정면으로 마주 대했다. 광주 사태를 다룬 이 소설은 지난 시절 짓밟혔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살아 남아 세상을 향해 퍼붓는 이를 앙다문 고발도 아니고, 눈 뒤집은 복수도 아니다. 긴 세월을 곰삭여 품어낸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한 마디이다. 

 

중학교 삼학년 서울에서 살던 내게 광주사태는 폭도들의 난동에 불과했다.  대학에 가서야 진상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미 다 지나가 버린 일일 뿐 그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 하겠다는 결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외면했던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지켜 나가야 겠다고 마음도 다져 본다.

 

이 작품이 나의 인생 후배들(자식, 조카, 제자들 포함)에게도 폭 깊은 사유의  기회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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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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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고 또 울었다. 아주 슬펐다. 엄마가 없는 영대, 어느날 전학온 영대는 꾀죄죄한 옷차림에 더럽고 느려 터진, 말도 없고 바보 같은 학생이다. 학급 아이들은 영대를 싫어해서 왕따를 시키지. 꽤 오랜 동안 왕따를 시키는데, 그러던 중 경주로 수학 여행을 간 어느 날 영대는 애들이 모두 있는 방에서 방구를 뀌고 만다. 언제나처럼 애들은 잔인하게 영대를 놀리는데 (“엄마없는 바보”라니 - 네가 혹시 누구를 그런 말로 놀리면 엄마는 화가 나서 돌고 말거다), 무표정에 반응이 없던 영대가 이제까지의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크게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영대가 울다니… 여지껏 아무리 놀려도 한번도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아이들은 놀라고, 또 갑자기 미안함을 느낀다. 영대는 계속 서럽게 울어대고 결국에는 애들도 울고 선생님도 울고… 글을 읽고 있는 엄마도 울고 우리 홍도 울고…

눈물로 모든 걸 씻은 아이들은 그날부터 영대를 잘해준다. 선물도 주고 놀아도 주고 또 말을 잘 못하는 영대에게 말도 가르쳐준다. 영대는 점점 깨끗해지고 그렇게 왕따는 학교에서 없어졌다.

예쁜 장난감, 멋진 책, 번쩍이는 가구, 으리으리한 집… 우리는 모두 반짝 반짝 새롭고 완전한 것만을 좋아하지. 사람도 마찬가지라 똑똑하고 잘생긴 친구가 더 좋을 거야. 하지만 어려운 친구라면 도와야지 괴롭혀선 안되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동화는 그림도 좋지? 아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인데 특히 10쪽에 크게 나온 영대의 그림에서 그 아이의 우울함, 외로움이 아주 잘 드러나 있는 것같아. 그리고 “나”로 등장하면서 영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 누굴까 그림을 보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단발 머리에 머리띠를 두른 여자애이지? 너도 알았니? 이 동화의 주인공은 분명 영대이지만, 영대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건 “나”이지. 그리고 자기 소개는 한번도 하지 않아. 여자앤지, 남자앤지 이름은 뭔지… 하지만 글 전체를 통해서 알 수는 있단다. 잘 그린 삽화도 동화책을 읽는 즐거움에 한 몫을 단단히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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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아기와 나 1 - 애장판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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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나답게”를 너와 함께 읽으면서 엄마가 마음 먹은 게 있었단다. 아주 옛날 그러니까 네가 갓난 아이 때 엄마가 읽은 만화 “아기와 나”를 너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지. 교통사고로 엄마를 읽은 주인공 진이는 어린 동생 신이를 데리고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 세 부자가 모두 얼굴도 잘생기고 능력이 있어서 주위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지만, 그건 화려한 겉모습일 뿐 엄마가 없는 생활은 아주 아주 힘들다. 초등학교 사학년인 진이가 두살된 동생 신이를 엄마대신 돌보며 둘이 겪게 되는 형제애, 성장 과정이 얼마나 흥미 진진하던지… 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데, 엄마는 그게 얼마나 아쉽던지…

진이나 신이처럼 미숙한 상태에서 하나씩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을 성장물이라고 부른단다. 우리는 모두 미약한 존재. 조금씩 알고 깨닫고 커 가는 남의 얘기를 통해서 우리도 그만큼 커 갈 수 있겠지. 그래서 엄마는 이 감동적인 작품이 너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어.

이미 책을 들고 낄낄거리며 보고 있는 너를 쳐다보니 조금은 의외구나. 엄마는 처음부터 눈물 콧물 분수를 뿜으며 봤었거든 (엄마 없는 애들 얘기를 듣게 되면 무조건 내 눈엔 눈물이 분수처럼 솟는데, “아기와 나”가 내게 그런 습관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작품이란다!). 막 새내기 엄마가 된 때 모성 자극을 너무 크게 받아서 그랬나 보다.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아. 하지만 가족끼리 어려울 때는 어떻게 서로 도와야 하는지, 가족끼리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느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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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나답게 사계절 저학년문고 13
김향이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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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눈물부터 흐른다. 내 아이를 낳고부터 생긴 증세이다. 엄마가 어려서 돌아가신 아이, 엄마가 아빠와 이혼해서 같이 못사는 아이, 엄마에게서 버림 받은 아이… 모두 가엾고 측은해서 언제나 그들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그냥 가슴 아파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눈물 콧물이 분수처럼 솟는다. ‘내 이름은 나답게’도 눈물 콧물 수돗물처럼 흘리며 읽었다.

나답게는 다리를 저는 화가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산다. 엄마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다리를 절게 된 것도 같은 사고 때문이다. 할머니가 어머니 몫을 도맡아 하시는 그 집에서 답게는 초등학교 이학년 아이답게 아주 개구지면서도 한편 자신의 실수로 (음주 운전) 아내를 잃은 아빠의 후회도 달래주고 싶어하는 의젓한 아이이다.

집수리 때문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온 고모 덕에 답게는 졸지에 형, 누나가 생겨 또래 놀이를 즐길 기회를 얻는다. 그들이 엮어가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엄마를 잃은 답게의 슬픔을 헤아리는 친척들의 넉넉한 사랑을 볼 수 있어서 가슴이 훈훈했다.

이 책은 엄마 잃은 아이의 애잔함만을 다루지 않았다. 물론 갑자기 엄마를 잃어 불안해진 어린 답게가 하도 아빠꽁무니만 따라 다녀서 별명이 지남철이 된거며, 아기를 잃고 실성한 동네 거지를 따라다니면서 엄마를 연상하는 거며 애처러운 모습이 장면 장면 여러 번 묘사되긴 했지만, 중간 중간 어린이다운 우스운 에피소드가 삽입되면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눈물 콧물 매달고 낄낄낄낄 웃고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오랜만에 감동과 폭소가 함께하는 글을 읽은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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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 - 세계 단편 동화 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신홍민 옮김 / 웅진주니어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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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를 위해서 내가 직접 책을 골라 준다. 네 개의 권장 도서 목록을 놓고 최대로 많이 겹치는 책을 우선으로 사 준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는 유일하게 네 개 목록 모두에 올라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 어디에도 독자 리뷰가 없는 좀....이상한 책이다.

도서를 구입하고 읽은 후 소감은 한마디로 '정말로 훌륭한 책'이다. 더 자세한 말로 풀자면 이책은 아름답고 따뜻하고 교훈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전쟁 중 적군과 함께 눈보라를 이겨내는 군인의 삶에 대한 긍정이, 세계 곳곳에 굶주린 아이들에 대한 좀 더 잘 사는 나라의 어린이의 배려가 이 보다 더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을까. 이야기의 배경도 독일 학교, 선교사가 파견된 멕시코, 러시아 전쟁터, 인도에서 독일로 입양되어온 아이의 고국 인도 등등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한결 같은 삶에 대한 따뜻함이 충만한 책이다.

긴말이 필요 없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Two Thumbs Up! 4학년 아들 아이의 표현을 빌자면 “많지는 않아도 내 평생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책”이란다. 어린이 독서 지도에 종사하시는 많은 전문가 여러분과 함께 평범한 학부모로서 나도 주저 없이 이 책을 권장할 만한 명저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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