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길들이기 저학년 북플러스 9
최은옥 지음, 김중석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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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림자에 붙어다니는 걸까?

그림자가 내게 붙어다니는 걸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과 같은 이런 의문에

작가가 책을 통해 시원하게 대답을 해준 것 같다.

 

내 그림자는 내가 주인이고 

내 스스로 길들여야 하는 거야...!

 

주인공 동우같이 잔뜩 풀이 죽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그림자같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정작 주인의 그런 행동을 답답하게 생각한 동우의 그림자가

걸레를 냅다 집어던지고 반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곧 자신의 주인이 억울하게 당한 만큼 친구들에게 되갚아준다.

 

"지금 네 키가 작은 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야?

나만 봐도 그렇잖아. 하루에도 몇 번씩 키가 달라지는 걸.

빛에 따라서 작아지기도 하고, 커지기도 하고,

뚱뚱해지기도 하고, 날씬해지기도 하고 말이야.

앞으로 동우 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여튼 널 놀리는 녀석들은 가만 안 둘 거야!"

 

그림자가 이렇게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아! 이래서 그림자라는 모티브를 잡았구나! 와! 멋지다!

 

동우 그림자 참 똑똑하다.

동우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골탕먹이는 대목에서 잠시 신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뭐지? 시원함 뒤에 따라나서는 이 껄쩍지근한 느낌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은?

 

아하! 그렇다! 

동우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동우 자신은 아니잖아!

그것을 깨닫기 시작한 동우가 차츰 스스로의 힘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신감을 찾기 시작한다.

그림자 길들이기는 결국 동우 스스로 자신을 길들이고 세워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 그림자를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늘 곁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유심히 쳐다봐주지는 못했던 내 그림자.

너 잘 지내고 있는 거니? 혹시 뿔은 없니?

늘 위만 쳐다보고 살던 나에게

내려다보는 습관을 가지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늘 느끼지만 이 작가의 이야기는 참으로 건강하다.

구성도 차분하면서 튼튼하다.

그래서 책 읽을 맛이 난다.  

소재도 친근하고 재미있다.

<방귀 스티커>의 방귀, <사라진 축구공>의 축구공, <그림자 길들이기>에서는 그림자...

담에 또 어떤 소재로 우리를 즐겁고 신나게 해줄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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