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과 정약용 - 편지로 우애를 나눈 형제,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역사 인물 그림책
홍기운 글, 정주현 그림 / 머스트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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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초등 5학년 딸아이가 사회시험을 본다며 중얼중얼 뭔가를 외웠다.

"정약용 <목민심서>, 정약전 <자산어보>..."

조선시대 실학과 실학자들에 대해 배운 모양이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형제였고, 가장 윗 형인 정약종을 비롯해 삼형제가 모두

학식도 뛰어났고 열린 학문을 한 사람들이었단다..."

내가 몇마디 덧붙였지만 아이는 잘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역사를 공부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그 다음날, 바로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편지로 우애를 나눈 정약전과 정약용>

머스트비의 인물그림책 시리즈는 고학년이 읽어도 좋은 그림책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 <정약전과 정약용> 이야기는 근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고학년 딸아이에게

역사를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달해주고

형제간의 따뜻하고 은근한 우애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나는 천주교 신자라서 가끔 마재 성지에 가곤 한다.

자그마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옥을 개조한 마재성지가 바로

정씨 형제의 생가터에 만들어진 성지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재성지에 갔을 때는 어쩐지 그 곳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삼형제가 함께 뛰어놀고 공부하며 사이좋게 자랐을 모습이

마치 눈이 보이듯 상상되었다.

 

신유박해로 유배생활을 하는 내내 서로의 외로움과 고통을 편지로 나누며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걱정하고 위로하고 응원을 해주었을 약전과 약용 형제.

 

이 책은 형 약전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약용이

추억의 주막에서 주막집 형제에게 자신과 형의 얘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처음엔 이 양반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뒤로 갈수록 조금씩 가슴아픈 사연의 주인공임이

드러나 마치 단편소설이나 단막 드라마의 여운을 남긴다.

 

지난 가을 주고 받은 편지에서 전에 깨닫지 못했던 것을 새로 들은 것이 많구나.

또 전에 홀로 깨달은 것 중에 너와 생각이 같은 것도 알게 되었단다. 

우리 두 사람은 형제이고 같이 배웠기에 그럴 수 있었구나. 

참으로 신기하고 묘하여 웃음이 절로 난다. 

내가 아침에 우연히 뜻을 깨달아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날 네 편지가 도착해 나와 네 뜻이 같음을 알게 되었단다. 

너의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내 아우야, 내 아우야" 부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정약전이 정약용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 장에 있는 정약전의 편지에서 울컸했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유교사회에서 네 살 차이 형과 아우는 상하관계가 분명할 법도 한데 

약전은 동생을 마치 뜻이 잘 맞는 친구 대하듯 살갑고 격의없이 대하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잘 맞는 동생이 더없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가장 이상적인 형제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약전과 약용 형제.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자꾸 펼쳐들게 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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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2014-11-0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내용에 저도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리뷰 잘 보았어요.
4학년 딸래미에게 꼭~ 권해줘야겠어요.
저도 읽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