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 2025년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위는왜가위처럼생겼을까
#다나카미유키 #유키치요코 지음 #이효진 옮김
#카시오페아



학창 시절 나는 물리를 싫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리를 잘하고는 싶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해가 잠깐 갔으나 돌아서면 헷갈려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먹고 사는데 ‘물리’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웬걸? 이 책을 읽고 내가 이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중에도 물리작용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고 나는 별안간 ‘물리’하는 여자가 된 기분이다.



흘려보내는 도구, 꽂는 도구, 분리하는 도구, 유지하는 도구, 옮기는 도구라는 5가지의 큰 분류 속에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도구들을 다섯 개씩 소개한다. 대충 이런 원리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도구들에 사용된 물리 법칙을 자세히 아는 일은 신기하고 흥미롭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볼까 한다. 그냥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퀴즈형식으로.



Q1. 매일 적어도 두세 번은 내가 어루만지고 나와 키스하는 도구로 점과 면의 접촉면적의 차이 원리를 활용해 초기 형태와 모양이 달라진 도구는?









정답은 ‘숟가락’이다. 숟가락 역사 초기 숟가락은 화장 할 때, 악귀를 쫓을 때 사용했고 각진 사각형이나 극단적으로 길쭉한 타원형이었다고 한다. 숟가락이 왜 둥근 모양이어야 하는지 각진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둥근 모양은 입술과 접점이 한 군데이기 때문에 그 한 점을 통해 국물이 입속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_22


‘원은 직선이 없는 도형이라 다른 직선과 접할 때 반드시 한 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국물이 입술을 향해 호로록 빨려들어 간다. 그러나 네모 모양의 숟가락은 한 변이 모두 입술과 닿아서 국물이 흐르는 면적이 넓고 입술 밖으로 추하게 흘러내리기 쉽다. 특히 뜨거운 국물을 먹을 때 각진 숟가락은 한쪽 끝으로 기울이면 입술에 닿는 부분이 역삼각형 모양이 되어 국물이 흘러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져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둥근 숟가락은 입술과 닿는 부분이 넓적한 반원형이라 액체가 흘러 들어오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져 더 안전하다.




Q2. 아픈데 이것 때문에 더 아플 수 있다. 이것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 원인은 마찰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주사기’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은 ‘바늘이 살을 찌르니까 당연히 아프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피부의 통점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찰’이다.


“금속인 바늘과 인체라고 하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맞닿으면 마찰이 발생합니다. 마찰로 인해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으면 주변 피부나 근육, 혈관이 다치게 됩니다/ 접촉했을 때의 마찰을 최소화하면 주사의 고통이나 상처도 줄일 수 있습니다.” _94.95


주사도 바늘이 피부 속을 지나갈 때보다 주사기를 꽂는 순간에 더 아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프랑스의 물리학자 샤를 드 쿨롱이 추가한 ‘마찰의 법칙’을 보면 알 수 있다.


「1. 멈춰 있는 물체를 움직이려고 할 때의 마찰력(정지 마찰력)은 움직이고 있을 때의 마찰력(운동 마찰력)보다 크다.
2. 운동 마찰력은 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하다.」 _100



Q3. 스티커나 양면테이프는 자국이 남거나 힘이 약한데 이건 자국도 남기지 않고 힘도 세다. 기압과 진공의 물리 법칙을 이용한 이 도구는?








바로 ‘흡착판’이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대기의 공기는 우리를 사방에서 지속적으로 누르고 있다. 이 공기는 온도에 따라 기체 분자의 밀도가 달라지고 밀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른다. 흡착판은 이런 공기의 성질을 이용해 벽에 붙어있다.

흡착판을 벽에 누르면 흡착판과 벽 사이에 있던 공기는 밖으로 밀려난다-> 외부 공기가 흡착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흡착판과 벽 사이에는 주변보다 공기의 밀도가 훨씬 낮은 공간이 생긴다.-> 흡착판 주변의 공기는 어떻게든 그 공간에 들어가려고 흡착판을 계속 누르게 된다. 아하!



“아하!”를 몇 번씩 외치며 재밌게 읽었을 뿐인데 조금 똑똑해진 기분이다. 기본적인 과학 원리들이 모두 들어있어 학생들은 자동으로 예습·복습이 될 것이고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때 조금 더 호기심을 가지고 유심히 보며 생각하게 만들어 줄 만한 유익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실패할걸알면서도왜나는똑같은행동을반복하는가

#더글러스켄릭 #블라다스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나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놀라거나 나답지 않은 충동적인 결정을 하고 후회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다움이 진정 나다움이 맞을까? ‘나’는 진짜 하나의 자아로 이루어져 있을까?

인권 운동가로 존경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혼외정사는 참지 못했다는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게 도덕적이고 성인군자 같은 분이 출장 때마다 새로운 여성과 즐겼다니! 사람이 이렇게 이중적일 수 있나 싶다.

이 책의 두 저자 진화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과 마케팅 겸 심리학과 교수인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의 말에 의하면 그게 가능하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7개의 인격은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부분자아의 개념은 진짜 당신은 하나가 아닌 여럿임을 의미한다. 친구와 있을 때의 당신, 데이트할 때의 당신, 가족과 있을 때의 당신, 친구와 있을 때의 당신, 데이트할 때의 당신, 가족과 있을 때의 당신, 승진을 갈망할 때의 당신 말이다. 이 모두가 다 똑같이 진짜 당신이다.”_62

그러고 보면 나도 상대나 상황에 따라 조금 달라지는게 사실이다. 그게 단순히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 의하면 그때마다 다른 부분 자아가 나를 리드하고 있는 거다. 저자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이 진화적 목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진화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7가지 부분 자아들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해도 진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도권을 잡게 된다는 거다.

[자기보호 부분자아]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길 원함.

[질병 회피 부분자아] 병원균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안전하길 원함.

[친애 부분자아] 다른 이들의 호감을 얻고 친구로서 인정받는 것을 원함.

[지위 부분자아] 존경받는 것을 가장 원하며, 타인을 존중할 때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함.

[짝 획득 부분자아] 잠재적 연애 상대에게 훌륭한 짝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함.

[짝 유지 부분자아] 장기적인 로맨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둠.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을 적절히 보살펴주는 일에 가장 관심을 둠.

두 저자는 ‘진화’라는 렌즈로 현대의 행동을 관찰하면, 새로운 시각에서 인간의 선택 방식을 조망할 수 있고 흔히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합리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꾸게 된다고 말한다. 책의 시작에 소개한 무모한 선택들(365번째 신부를 맞이하는 인도의 거부, 100대가 넘는 캐딜락을 구입한 엘비스 프레슬리, 저축한 돈을 복권을 사는 데 모두 날리고도 여전히 복권 구입에 매해 3만 달러를 쓰는 아파트 관리인 등)처럼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결정 뒤에도 알고 보면 근원적인 지혜가 담겨있단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미국의 이혼율은 50%라고 한다.(경악스럽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86%는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일반적인 이혼율을 무시하고 결혼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이 덕분에 커다란 진화적 실수(유전자 복제에 실패)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심리적 오류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사실 몇몇 실험은 결과에 맞춤 설계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다양한 사례와 대부분의 실험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마시멜로 실험을 통한 양육자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결정적 영향과 미국 제약 산업의 문제를 다룬 부분이 좋았다(미국 사망 원인 4위가 전문 의약품 거부반응).

내가 비이성적 판단을 한다 느낄 때 어떤 부분 자아가 왜 활성화되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면 다른 부분 자아에게 도움을 청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끔은 비이성적인 듯 보이는 행동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너무 망설이다 놓치지 말자. 일이든 사랑이든!

이키다@ekida_library 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모임 책으로 스마트비즈니스 @smartbusiness_book 로부터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는 없다 -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유성운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에서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하는 책!



#한국사는없다
#유성운
#페이지2북스
#포레스트북스



제목이 파격적이다. 한국사는 없다니! 살짝 기분 나빠질 수 있는데 제목 아래 문구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모든 민족이 소통없이 고립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만 아웅다웅 살아왔다면 00의 역사란 말이 모든 나라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 어디에도 인접 국가나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 성장한 나라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는 없는 게 맞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한반도는 특히나 주변국들의 간섭이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고려대 한국사 전공, 현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이자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 유성운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함을 깨닫고 기후 환경학을 공부했단다. 해서 이 책은 고조선 시대부터 근대까지 기후와 역사의 연결고리를 찾아 역사가 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하는 특별한 역사서다. 사실 나는 역사적 지식이 단편적이고 풍부하지 못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사책이 내게는 흥미로운데 이 책은 앞서 말한 이유로 더욱 흥미진진했다.



한 무제가 고조선을 치고 한사군이 설치되고 한나라의 직할 행적 구역에 속하는 평양 일대의 낙랑군이 400년 동안 형성한 독특한 문화는 인상적이다. 토착민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허용했으며 대륙의 선진 문물을 한반도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 중국에서 넘어와 정착한 한인들은 몇 세대를 지내면서 한나라도 아니고 고조선도 아닌 ‘낙랑인’이라는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 낙랑군 400년의 역사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낙랑군의 역사를 숨기려 한다. 저자는 이후 고구려 미천왕의 낙랑군 정복이 더욱 빛나려면 낙랑군의 존재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중요한 가치는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지, 과거에 취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_66




고구려 장수왕이 영토를 더 확장하지 않고 남하한 건 그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4세기 찾아온 한랭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년 전쟁은 1315년 시작된 세계적 대기근와 추위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9~10세기 온난해진 기후로 유목민의 세력이 강해지고 몽골 제국이 탄생했고 14세기 몽골 제국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반대로 한랭해진 기후 영향이 컸다. 자유무역을 허용했던 원과 고려와 달리 명과 조선이 중농억상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원과 고려를 부정하려는 의도이기도 했지만, 역시 기후의 영향이 컸다. 연은분리법 기술을 유출한 유서종이란 작자(의주 판관씩이나 했던 자다)의 행태를 보며 나라야 어찌 되든 자기 이익만 챙기기 바쁜 현직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꼭 기억해야 할 조선의 임금을 만났다. 현종은 조선 역사상 최악의 기근이라는 ‘경신대기근’과 전염병, 국가 재정의 파탄 등 모든 악재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포기하지 않고 세금 제도의 개혁을 시도하고 애썼던 훌륭한 군주였다. 저자는 언성 히어로라고 표현했다. 좋은 표현이다.



조선 말기로 갈수록 우리 나라는 망가져간다. 누구는 일본과 달리 지나치게 다른 나라에 의존했다고 비판하지만 지정학적 조건의 차이는 엄청난 변수이다. 단순하게 일본과 조선을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친일파의 탄생도 그런 구도를 만든 고종의 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판이 그렇다 하여 모든 사람이 나라를 팔아먹는 쪽에 붙진 않는다. 친청파, 친러파도 친일파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은 알겠으나 “친일파는 이런 환경이 만든 마지막 결과물에 불과했다”라는 표현은 친일을 옹호하는 것으로 느껴 불편했다. 현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와 별개로 두세 번 더 정독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 싶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지아가들려주는이토록아름다운권정생이야기

#정지아

#마디북

 



 

 

이러한 권정생의 삶은 오늘날, 무엇이 사람답게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높이 올라가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낮은 데에도 생명이 살고, 못났든 잘났든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그 낮은 곳의 슬픔과 고통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난뱅이 권정생은, 폐병쟁이 권정생은 가장 사람다운 사람, 가장 작가다운 작가였습니다.” _정지아(소설가)

 

 

 

 

첫 페이지부터 아름답게 슬프다. 외로운 정생의 곁을 늘 지키던 뺑덕이가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이다. 내용은 슬프지만 둘이 나누는 교감은 아름답다. 나는 내 품에서 키우던 머루와 산이를 보내지 못했다. 부모님 댁에 일주일 맡겨둔 시기에 실종됐다. 어떤 이별이 더 아플지 잠시 생각해 보지만 답을 못 찾겠다.

 

 

 

열 아홉에 걸린 폐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50년이나 더 이어오던 정생이 남긴 유언장은 또 아름답게 슬프다. 그 긴 세월을 병마와 홀로 싸우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환생한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 서너 살 어린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며 쑥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문득 내 삶의 동반자가 떠올랐다. 어제 접촉사고를 당하고 멀쩡하게 왔지만, 사고로 그를 잃는 상상을 하게 했다. 상상만으로 온몸이 굳는 두려움을 느꼈다. 만날 혼자 좀 살아보고 싶다 떠들어대지만 실은 나는 혼자 살 위인이 못 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삽시다! 크크크)

 

 

가난, 굶주림, 전쟁, 피란, 일본 살이, 중학교 진학을 포기, 이른 취업, 폐결핵 그의 인생 초반은 내내 가파른 오르막길뿐이다. 계몽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둘도 없는 벗이 되었던 기훈 과의 대화가 그들의 고단한 삶을 간접적이지만 또렷하게 보여준다.

 

 

내 눈앞에 베르테르란 놈이 있다면 이 주먹으로 힘껏 패 주겠어. 보나 마나 괴테란 사람은 고생 한번 안 해 본 부잣집 도련님일 거야. 그러니까 이딴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라고. 피난길에 가족을 잃어 보라지. 사랑 때문에 죽겠다는 말이 나오나. 부모가 죽어도 배가 고프고, 부모 같은 형을 잃고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야.” _86

 

 

기훈이 한 말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이 책을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끝내고 인심 좋은 사장 덕분에 보증금만 내고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서점에서 기훈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정생에게 중학교 진학 좌절에 대한 보상같은 시간이었을 거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 목생의 죽음이 아련하게 슬펐다면 매일을 함께 했던 기훈의 죽음은 너무나 손으로 만져지는 실감 나는 슬픔이었으리라. 후로도 이어지는 상실과 이별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과의 사투,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 처절한 그의 삶에 마음이 얼얼해질 정도로 저려왔다.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느릿느릿 포기하지 않고 기어가는 굼벵이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았다.” _125

 

 

“‘이것들에게도 살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 나에게도 살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게 아닐까?’” _125~126

 

 

많은 사람이 이런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작은 좌절에 인생을 포기하고 함부로 살거나 반복되는 시련에 생을 져버리지 말길...

 

 

 

권정생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강아지 똥이다. 그 강아지 똥이 어떤 사연으로 아이들에게 존재의 자체의 귀중함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책으로 탄생했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나온다. 작고 사소하고 눈에 띄지 않고 어쩌면 하찮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예쁨을 발견하는 그 낮은 마음, 그 사랑의 마음이 마치 예수님이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예수님을 진정 사랑했기에 그와 닮은 마음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혼자 자는 게 무섭지 않냐는 아이들이 질문에 정생은 양쪽에 하나님과 예수님이 함께 주무신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곧이곧대로 믿었는지 눈이 휘둥그레 뜨고 신기해한다. 그런 동심을 요즘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잃어버린다.

 

 

10, 12, 14살 아이들은 권정생 작가님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지 슬며시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책을 보며 울었다. 울보 정생의 이야기를 읽다가 전염이 됐는지도 모른다. 권정생 선생을 보면 모두 부끄러워졌다고 한다. 나 역시 그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절대 그와 같은 낮은 마음을 가질 수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닮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권정생 작가님의 삶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써 주신 작가님,

책을 만들어 주신 마디북,

이 아름다운 책을 읽을 기회를 준 혜진에게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정생

#권정생전기

#진정한작가

#동화작가

#인물이야기

#어린이인문

#5~6

#어린이필독서

#감동적인삶

#어린이교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나를 고쳐 쓰기로 했다 -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삶을 바꾸는 매일의 작은 습관들
김선영 지음 / 부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김선영 작가는 종합병원이라 불릴 만큼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한다. 아토피, 허리 디스크, 치질, 편두통, 끔찍한 월경통, 소화 장애, 자궁 내막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한창 멋 부리기 좋아할 나이에 붉고 붓고 진물이 나는 얼굴은 얼마나 큰 고난이었을까!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 나이에 마음 놓고 먹을 수도 없는 현실은 얼마나 가혹한가! 웬만한 청소년이었다면 집에 박혀 나오기를 꺼리거나, 사람을 기피하는 소심한 성격이 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는 긍정적이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면 아픈 몸일 리셋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믿었고 대학교 응원단을 시작으로 등산, 클라이밍, 플라잉 요가, 달리기 등을 하며 조금씩 자기를 고쳐나갔다.

 

 

 

 

저자는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현재는 저자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죽이 잘 맞는 신랑과 잠자기 전 필사 루틴까지 함께 하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게 삶을 고쳐 쓰고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이 결코 이 글처럼 유쾌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쾌한 글에 가려진 눈물과 땀과 끈기와 고통과 인내를 보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난다.

 

 

 

 

소란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참는 법도 배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숙련자들 역시 내색하지 않을 뿐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저 사람은 원래 체력이 좋으니까’ ‘저 사람은 원래 잘 참는 성격인가 봐라는 안일한 생각은 스스로 위안하려는 방어기제일 뿐 아니라, 타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잘 쓰기까지, 그림을 잘 그리기까지 수업이 참고 견뎌온 노력의 시간을 원래라는 말로 깎아내리는 셈이니까. 그것이 평소 삶의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p66

 

 

 

 

남의 성취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한 번 더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내 삶을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느리게 갈지언정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삶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이번 생을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분들에게 특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저 사람은 원래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 라는 생각일랑 접어 두고 읽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