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는 없다 -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유성운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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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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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파격적이다. 한국사는 없다니! 살짝 기분 나빠질 수 있는데 제목 아래 문구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모든 민족이 소통없이 고립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만 아웅다웅 살아왔다면 00의 역사란 말이 모든 나라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 어디에도 인접 국가나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 성장한 나라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는 없는 게 맞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한반도는 특히나 주변국들의 간섭이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고려대 한국사 전공, 현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이자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 유성운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함을 깨닫고 기후 환경학을 공부했단다. 해서 이 책은 고조선 시대부터 근대까지 기후와 역사의 연결고리를 찾아 역사가 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하는 특별한 역사서다. 사실 나는 역사적 지식이 단편적이고 풍부하지 못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사책이 내게는 흥미로운데 이 책은 앞서 말한 이유로 더욱 흥미진진했다.



한 무제가 고조선을 치고 한사군이 설치되고 한나라의 직할 행적 구역에 속하는 평양 일대의 낙랑군이 400년 동안 형성한 독특한 문화는 인상적이다. 토착민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허용했으며 대륙의 선진 문물을 한반도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 중국에서 넘어와 정착한 한인들은 몇 세대를 지내면서 한나라도 아니고 고조선도 아닌 ‘낙랑인’이라는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 낙랑군 400년의 역사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낙랑군의 역사를 숨기려 한다. 저자는 이후 고구려 미천왕의 낙랑군 정복이 더욱 빛나려면 낙랑군의 존재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중요한 가치는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지, 과거에 취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_66




고구려 장수왕이 영토를 더 확장하지 않고 남하한 건 그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4세기 찾아온 한랭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년 전쟁은 1315년 시작된 세계적 대기근와 추위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9~10세기 온난해진 기후로 유목민의 세력이 강해지고 몽골 제국이 탄생했고 14세기 몽골 제국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반대로 한랭해진 기후 영향이 컸다. 자유무역을 허용했던 원과 고려와 달리 명과 조선이 중농억상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원과 고려를 부정하려는 의도이기도 했지만, 역시 기후의 영향이 컸다. 연은분리법 기술을 유출한 유서종이란 작자(의주 판관씩이나 했던 자다)의 행태를 보며 나라야 어찌 되든 자기 이익만 챙기기 바쁜 현직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꼭 기억해야 할 조선의 임금을 만났다. 현종은 조선 역사상 최악의 기근이라는 ‘경신대기근’과 전염병, 국가 재정의 파탄 등 모든 악재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포기하지 않고 세금 제도의 개혁을 시도하고 애썼던 훌륭한 군주였다. 저자는 언성 히어로라고 표현했다. 좋은 표현이다.



조선 말기로 갈수록 우리 나라는 망가져간다. 누구는 일본과 달리 지나치게 다른 나라에 의존했다고 비판하지만 지정학적 조건의 차이는 엄청난 변수이다. 단순하게 일본과 조선을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친일파의 탄생도 그런 구도를 만든 고종의 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는 완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판이 그렇다 하여 모든 사람이 나라를 팔아먹는 쪽에 붙진 않는다. 친청파, 친러파도 친일파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은 알겠으나 “친일파는 이런 환경이 만든 마지막 결과물에 불과했다”라는 표현은 친일을 옹호하는 것으로 느껴 불편했다. 현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와 별개로 두세 번 더 정독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 싶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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