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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혐오의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름, 테오 [도서협찬]
언제부턴가 ‘착하다’는 말이 온전히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마냥 착하기만 하면 호구 잡히기 쉽고, 누군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풀면 고마움과 동시에 의심이 앞선다.
타인의 불행에 무관심하고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에는 과한 정의감을 불태운다.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고 편을 갈라 공격한다. 흔하게 쓰이던 “정(情)”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는 요즘이다. 조금 과하다 싶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정이 넘치고 온기 가득한 이야기가 어떤 마케팅도 없이 자비출판 후 입소문만으로 17만 부를 돌파, 정식 출간 후 반년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사실이 내겐 이상한 위로가 된다.
‘아, 그래도 사람들 마음속에 “선”에 대한 동경이 크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 할까?
🔍 책 속으로
미국 남부 골든이라는 도시에 한 노신사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테오’라고만 소개하고 어딘지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는 우연히(?) 챌리스라는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연필 초상화에 매료된다.
초상화 속 인물들의 눈에서 어떤 애환, 슬픔, 갈망을 느낀 그는 초상화들을 하나씩 사서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골든의 부동산 중개인이자 컨설턴트인 제임스 폰더의 도움으로 초상화 속 인물을 찾아내고 테오는 직접 그들에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쓴다.
초상화를 선물하겠다고 분수대 앞 벤치에 나오라는 편지를 받은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결국은 나온다. 일단 테오를 만나면 게임 끝. 그의 앞에만 서면 모두가 마법에 걸린 듯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생전 처음 만난 노신사에게 평생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는 마음이 어쩐지 이해가 된다. 어떤 비난도 판단도 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들어주는 대상을 만나면 나라도 무장해제가 될 것만 같다. 테오가 만나는 인물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드라마틱해서 주인공이 바뀌는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다.
사고로 멀쩡한 아내를 잃고 딸은 불구가 될 운명에 처한 켄드릭의 사연이 내 심장을 가장 세게 후려쳤다. 아내를 잃은 아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딸을 걱정하며 병원비 때문에 밤엔 일을 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냥 기구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엘렌의 삶도.
테오가 그런 그들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자신 또한 누구보다 큰 아픔으로 침잠했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테오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는 장면이 스틸 컷으로 각인된다. 그 순간은 영혼의 구원의 순간이었을 거다.
💬 “천천히 절대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평온이 그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평온이 너무도 분명해서 순간 테오는 깨달았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깊고 어두웠던 슬픔의 계절이 끝났다는 것을.” _p156
테오는 골든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선함을 선물한다. 그가 암암리에 움직였기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꾸준히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듯 선행을 펼친다.
성경 구절을 많이 인용해서 그런지 테오의 행동이나 말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쩌면 앨런 레비는 끊임없이 천국을 믿느냐고 비꼬듯 말하는 토니 같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몸까지 다 내어준 예수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잔잔한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점이 <스토너>를 생각나게 하고, ‘사랑’에 대해 언급되는 부분들은 <오두막>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좋은 문장이 넘치도록 많다. 555페이지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잘 읽히면서도 의미 있는 소설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신의 덫에 빠진 분들, 울트라급 감동 휴머니즘을 경험하고 싶은 분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 같이 테오에게 전염되면 좋겠다.
💬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인간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갖게 되는 것 같아요.” _p166
💬 “그분은 부모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형식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이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보다 부모와 아이를 크게 변화시키는 일이 또 있을까요?” _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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