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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평점 :

몇 달 전인가, 첫째가 릴스 영상 하나를 내게 보여주며 물었다.
“엄마, 이게 진짜야? 요즘 애들 다 이런 장난해”
뭔가 하고 보니, 한창 극우가 퍼트린 혐중 가짜 뉴스를 주제로 한 숏츠였다. ‘중국 괴담’, ‘인육/장기매매 괴담’으로 중국인들이 끌고 가려는 상황을 묘사한 영상이었다. 실제로 밤에 다니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생길 정도로 저 가짜 뉴스를 믿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평소 가짜 뉴스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해왔던 터라 아이는 금세 잘못된 정보임을 이해했지만, 순간적으로 도파민이 돌고 혹했던 건 사실이었을 거다.
여러분은 누가 봐도 뻔한 혐오를 조장하는 숏츠를 들이밀며 “엄마, 이거 알아?” 하고 묻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내 아이는 나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 줄 거라 확신하는가?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확신한다면 오히려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1020 극우가 온다』 _알고리즘에 빼앗긴 세대를 되찾기 위한 정민철의 현장 리포트
이 책은 “정치 인플루언서, 뉴미디어 팩트체커이자 세대 커뮤니케이터”로 인스타그램 최전선에서 독립군처럼 치열하고 외롭게 싸우고 있는 정민철이 제시하는 혐오와 단절을 막기 위한 처방전이다.
진짜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인 ‘알고리즘’을 파헤치고 우리 1020 자녀와 청년들을 도파민에 중독된 괴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주범, 시스템, 부모들의 무지, 그리고 낡아빠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의 안일함까지 가감 없이 꼬집는다.
웬만한 부모 세대라면 이 책을 여는 순간 경악과 통탄에 빠지게 될 거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를 필터 없이 바라보는 일은 불편함을 넘은 공포에 가깝다.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나른한 5교시 음악 감상 시간. 담당 교사는 특별히 아이들의 신청곡을 틀어주기로 한다. 평소 수업에 관심도 없던 남학생 무리 중 하나가 눈을 번뜩이며 노래를 신청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저속한 방식으로 조롱하는 내용의 ‘일베의 상징’과 같은 곡 <응디시티>였다. 뒤늦게 이상한 가사에 놀란 교사가 노래를 정지하고 아이들을 꾸짖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 그 부엉이 바위요? 그냥 떨어지신 거 아니에요?”
“웃겨서 듣는 건데요.”
“쌤, 너무 진지빠시는 거 아니에요?”
교사는 호통치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지만, 아이들의 들이대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다. 「학생 꼽주는 정치색 짙은 전교조 교사」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박제될 미래가 빤히 보였기 때문이란다.
진지한 사고나 말은 후지고 뒤떨어지는 것.
윤리고 도덕이고 나발이고 재미만 있으면 힙한 것.
MH 세대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노무현을 조롱하고 가지고 노는 것이 일상이 된 세대’라는 뜻이다.
어쩌다가 우리 아이들은 이토록 남의 고통과 아픔에 무감각해지고, 타인에 대한 존중보다 나의 재미를 우선시하게 된 걸까? 저자는 ‘플랫폼의 진화’와 ‘알고리즘’을 그 범인으로 본다. 알고리즘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
아이가 내 손 안의 통제권에 있다고 확신하시는 분들은 지금 당장 아이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숨겨진 보라색 아이콘이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알고리즘이 혐오의 입구라면, 폐쇄형 커뮤니티인 “디스코드(Discord)”는 그 본진이다. 검색 엔진의 빛이 닿지 않는 심해(Deep Web)와 같은 이 은밀한 서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폭력, 애국 대학의 호객, 도박, 마약,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아이들이 벗어날 수 없게 빠져드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공포가 함께 밀려온다.
20대 청년들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혐오를 조장하고, 설거지론을 신봉하고,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우리 세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어른들의 지루한 ‘라떼 이야기’에 질렸고,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자본주의에 부역하는 이중적인 모습에서 신뢰를 잃었다. 도대체 이 단절을 어떻게 회복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아들 셋을 키우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도,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내 아이들이 스마트폰 속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타인의 아픔을 비웃고, 혐오를 '힙'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냉소적인 어른으로 자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알고리즘을 지키는 일은 이제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치열한 전쟁처럼 느껴진다. 내가 24시간 아이들의 곁을 지킬 수 없다면, 적어도 혐오라는 늪이 어디에 있는지, 그 늪이 얼마나 깊은지는 가르쳐야 했다. 이 책은 그 막막한 길 위에서 내가 만난 가장 구체적이고 뼈아픈 지도였다.
그가 제안하는 꼭 필요한 현실적인 처방전을 실천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정치색에 상관없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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