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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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민에 관하여 _ 프랭크 카프리오 [광고 ]





고립의 시대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타인의 염원이 희귀해진 세상에서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의 이야기는 뭉근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말한다. 미래의 확신은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어깨 위에 얹은 손' 하나로 충분했다고.



어느 추운 월요일,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화덕가에서 아버지가 소년의 어깨에 얹어 준 그 짧은 지지가 한 소년을 판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판사는 이제 길 잃은 피고인들의 어깨에 보이지 않는 손을 얹는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받은 '정서적 자산'이 어떻게 사회적 '환대'로 환전되는지를 보여주는 뜨거운 기록이다.




카프리오의 다정함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상냥함이 아니다. 고교 시절, 키 작고 마른 50kg의 소년이었던 그가 레슬링 매트 위에서 보여준 것은 지독한 ‘악바리 근성’이었다. 기술도 모르는 코치 밑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냈던 끈기의 근저에는 가난한 이민자의 삶이 주는 무시가 있었다. 우유 배달복을 입고 동전 소리를 내며 달려온 아버지를 향한 관중석의 조소 앞에, 소년은 그 모멸감을 폭력으로 되갚는 대신 상대를 메치는 원동력으로 삼으며 승리를 일궈냈다.



이 투쟁적 에너지는 훗날 그가 가짜 뉴스로 검찰총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맞았을 때, 비로소 고결한 철학으로 진화한다. 유력 후보였던 그가 비열한 모함으로 오명을 쓰고 추락했을 때, 그는 복수심에 휘둘리는 대신 '스스로 감정을 놓아주는 선택'을 한다. 억울함을 당해본 경험을 타인을 향한 칼날이 아닌, 타인의 아픔을 살피는 돋보기로 바꾼 것이다. 그는 이때의 낙심과 성찰을 통해 우리에게 다정하지만 묵직하게 묻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분노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분노로 체포되고, 기소되고 징역형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분노를 잘 활용할 것인가? 분노를 통해 다들 안 될 거라고 하는 무언가를 해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가?” p.68





카프리오 판사는 연민이란 타고나는 본성이 아니라,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대가족 틈에서 자라며 수많은 인생의 굴곡을 지켜본 그는 법정에 선 피고인들을 보며 늘 생각한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떤 대우를 받길 원할까?‘


주차 딱지 하나 때문에 차에 잠금장치가 채워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지 못하고 생업이 끊기는 사람들. 벌금을 낼 능력조차 없는 이들에게 그는 기각이나 사회봉사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그의 판결은 동생 조가 제작한 법정 방송 <프로비던스에 잡히다>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감동적인 기적을 불러왔다.



자신도 어려운 형편이면서 20달러를 보내며 "더 필요한 사람에게 써달라"고 했던 싱글맘 앤지 체서의 편지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기부금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이름을 딴 '필로메나 기금'이 만들어졌고, 법정은 처벌의 장소를 넘어 전 세계인이 동참하는 연대의 장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후반부에 나열된 판결 사례들은 비슷한 판결들의 반복이 살짝 루즈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식상함이야말로 카프리오 판사가 평생에 걸쳐 지켜온 '태도의 일관성'이다. 그의 잔소리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 역시 분노와 편견의 계절을 통과해온 선배가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이자 지치지 않는 연민이다.



그는 연민을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습하고 배워야 할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80세가 넘은 노판사가 매일 법정에서 지치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연민을 베푸는 행위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가장 숭고한 정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어깨 위에는 누가 있는가? 

당신은 누구의 어깨 위에 손을 얹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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