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그제야 알았다.
디스토피아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그 참혹한 폭력과 양민 학살, 총성과 비명, 피범벅과 피눈물의 울부짖음을.
점심을 굶을 정도로 가난한 육지 출신 전학생 준규,
그런 친구에게 마음이 쓰이는 부잣집 둘째 아들 수혁,
그 둘과 둘도 없는 친구이자 곱고 야무진 아이 옥희.
늘 붙어 다니며 추억을 만들고, 사랑도 키워가던 꼬마 삼총사는
성장하면서 극적으로 다른 환경에 의해 정반대 입장에 서게 된다.
수혁의 아버지 현치호는 소작농들에게 후한 인심으로 동네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엔 일본과 미군정 시절엔 미군, 이승만 정부와 적당히 타협했다.
수혁은 군인이 되어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육지로 나가 공부하고 훈련을 받으며 장교가 된다.
준규는 낮에는 어머니를 도와 장사를 하고 밤에는 들불야학에 나가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훗날 남로당의 우두머리가 되는 춘삼과 친해진다.
3.1절 기념행사에서 여자아이가 미군의 말에 차여 도랑에 빠지는 사건으로 사람들은 흥분해서 미군을 쫓는다. 당황해서 도망쳐 오는 미군과 성난 얼굴로 뒤를 쫓는 시민들을 보고 경찰은 앞뒤 따지지도 않고 발포한다. 탕탕탕.
같은 민족, 같은 도민들을 향해.
도민들의 시위가 확대되자 서북청년단이 제주에 파견되고 그때부터 제주는 무법천지가 된다. 서청의 패악이 도를 넘고 군경이 무고한 도민들을 잡아가 고문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고문 중에 청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분노한 도민들이 남로당 제주도당들과 함께 무장봉기를 일으키게 된다.
한편, 준규는 성실하게 일해 모은 돈으로 허름하지만 어엿한 가게를 내고 옥희와 미래도 약속하지만, 걸핏하면 가게로 찾아와 춘삼의 행방을 말하라고 괴롭히던 서청과 옥희를 탐하는 감찰부장 때문에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남자가 사라진 집의 가족들은 몰살당하고 무장대의 복수가 이어진다. 수혁의 부모님은 미군과 정부에 우호적인 사람이었기에 그 표적이 된다. 수혁과 준규는 어떻게 될까? 옥희는?
빨갱이 색출에 혈안이 된 서청과 군경은 아이, 젖먹이, 여인, 노인 할 것 없이 아무 이유나 갖다 붙여 죽여버린다. 자수하면 살려주겠다는 거짓말로 꼬여내 한꺼번에 총살한다. 무장대는 밤에 산에서 내려와 군경의 가족을 해친다. 사상이 뭔지 관심도 없고 먹고 살기도 버거운 무고한 제주 사람 3만여 명이 그렇게 사그라졌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제주 사건에 남로당 중앙당의 지시가 있었다는 가짜뉴스가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룡의 계엄령 선포로, 국군통수권자였던 이승만과 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군은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졌으리라. 빨갱이 딱지를 아무에게나 붙여 누구든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자들.
그게 가능했던 건 계엄이 아니었을까?
계엄이 이렇게 무서운 거다.
시퍼런 대낮에 국군이 시민에게 총을 겨눌 수 있고
힘없는 여자는 욕정풀이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갈 수 있고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며
고문당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는 거다.
보통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참혹한 역사에서 이런 교훈을 배운다.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
그렇지 못하고 잘못된 역사를 답습하려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mydear___b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출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