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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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지금 희망이 있다면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_본문 중에서



#한말씀만하소서
#반완서
#세계사


참척: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참척(慘慽)의 한자는 참혹할 참,
서러워할 척이란다.
자식이 나보다 먼저 죽는 일을
참혹하고 서럽다는 표현 정도로
감히 대신할 수 없겠지만,
박완서 작가님은 '참척'이란 단어에
그 아픔을 담았다.






이 책은


한 단어로 담을 수 없는
억장이 무너지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신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신에게 애걸하다 안 되면
따지고 덤비고 쥐어뜯고
사생결단을 하고 싶은,


그 끔찍한
통곡의 시간을
일기로 남긴 책이다.



지난 한 해,
특히 12월 한 달 동안은
뉴스를 보는 일이 참 힘들었는데
요며칠 특히 힘들었던 건
무안 제주 항공기 참사때문이다.



희생자들의 사연이 하나 둘 소개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희생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입은 특정한
한 명, 한 명이 될 때,
더 깊이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울고싶지 않은 마음과 상관없이
이미 눈물은 생성중이고
흐르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애도가 고맙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 새끼가 죽고 없는데
내 가족이 죽고 없는데
모르는 사람의 애도가 얼마나
위로가 될까?? 싶다.




박완서 작가님도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셨던가 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마음이든
위로의 말조차 공격으로 느껴지는.



큰 딸의 강요에 못이기는 척
부산 큰 딸네 머물면서
손주들과 딸, 사위가 신경쓰여
울컥 울컥 올라오는 통곡을
쏟아낸 이 일기는
처절하면서도
때론 당황스러울 만큼 솔직하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88올림픽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아니꼽고,
아슬아슬하게 요트를 타던
사람이 노인이었음을 알고
미치 늙은이는 죽어도 된다는 듯
추책이라고 미운말을 하고,
뇌성마비로 태어난 남의 자식을 보고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걸 하는 모진 생각을
한 적이 있음을 고백하는 등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딸의 지극한 돌봄에도
식욕은 일지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배출하는 일마저
제기능을 잃어갔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던
그는 '주님과 한번 맞붙어 보려고'
'혼자돼 보기를 갈망했'고
이해인 수녀님이 소개해준
분도 수녀원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힘든 봉사를
티없이 맑은 얼굴로
그것도 명랑하게 해내고 있는
수녀님들을 보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막내딸보다 앳돼 보이는
수녀님의 한 마디에서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



['왜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와
'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 되나?'
는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의 대전환이 아닌가] _127



나는
박완서 작가님이
참척의 고통에
온힘을 다해 몸부림 쳤기에
그 시간을 잘 이겨냈을 거라
생각한다.



괜찮은 척하지 않고
충분히 신에게 묻고 찾고
글로 토해낸 과정이 있었기에
온전하진 않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거다.



자식을 잃고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죽지 못하는 자신을
징그럽게 여겼지만,
그게 오히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음을 안다.



참척이 아니어도
가족이나 친지, 친구를
잃은 일은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하지만,
내가 오늘을 버티고 살아준다면
그로 인해 나와 연결된 또 다른
누군가의 삶도 함께 이어질 거다.


그러니 오늘 사랑하고 오늘을 살자.
부디 고통과 슬픔에 잠식되지 말고
처절하게 싸워 이길 수 있길.



세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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