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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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가르침이었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것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 본문 중에서


#하늘과땅식료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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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은 인종 차별을 겪어 본 적이 있는가? 영화나 드라마, 뉴스에서나 나오는 유색인이나 유대인에 대한 린치 사건들을 볼 때마다 함께 분노하지만, 그 순간 혹은 길어야 하루 동안 이어지고 말 감정일 뿐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좀만 깊이 감정이입을 해 보자. 실제로 내가 그런 억울하고 모욕적인 대우를 받고도 저항할 힘도 용기도 없는 처지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무력감이 느껴진다. 나는 그런 사회 안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단단한 사람일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장애와 유대인이라는 제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헌신하는 단단한 여자가 나온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속에 마야같이 아름답지만 강인한 사람, ‘초나’다. 이 책은 193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실존하는)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 중심은 작가가 만들어낸 ‘치킨힐’이라는 마을이다. 다양한 출신의 유대인과 흑인들이 모여 살고 물이 나오는 집 한 채도 없는 동네다. 초나는 코셔(유대인 율법에 따라 만든) 상점인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운영하면서 유색인들에게 외상으로 음식을 팔고 백인들이 닿는 것 조차 꺼리는 유색인들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그의 남편 모셰는 극장 소유주로 음악 공연을 기획해 꽤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넉넉하다. 미국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고 따라 하려는 유대인들이 하나둘 치킨힐을 떠나 도시로 가자 그도 흔들린다. 하지만 초나는 식료품점을 지키며 유색인들 곁에 남고 싶어 한다. 모셰는 초나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녀 곁에 있기로 한다. 그는 선한 사람이다.





부모를 잃은 유색인 소년 ‘도도’의 등장부터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다. 다리가 불편한 초나를 돕는 유색인 애비, 모셰의 일을 돕는 애비의 남편 네이트는 주요인물이다. 그리고 도도는 네이트의 조카다. 주정부에서는 ‘도도’를 귀머거리 저능아로 알고(사고로 청각장애를 얻었지만 매우 똑똑한 아이다) 악명 높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펜허스트 정신병원(명색은 특수 학교다)에 잡아넣으려 한다. 초나는 도도를 기꺼이 숨겨주고 둘은 서로에게 더없이 좋은 의지가 되어준다. 그 시간이 비록 짧았지만 말이다.






펜허스트 정신병원에 대한 묘사는 더운 여름에도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하다. 마치 그 음침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것만 같고 땀과 오물과 약품이 뒤섞인 악취가 코끝을 자극하는 기분이다. 그곳에서 만난 몽키팬츠는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나를 아프게 한 캐릭터다. 혹시 이 책의 후속편이 나온다면 꼭 몽키팬츠가 일상적인 삶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제발..





시작부터 술술 읽히진 않는다. 유대인 문화와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를 쫓아가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없다. 그냥 편하게 읽다 보면 저절로 정리된다고나 할까? 본론이 나오기 전에 치킨빌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그들의 관계, 상황, 문화 등을 독자에게 이해시킨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진짜 이야기로 흘러 들어가 어느새 독자를 이야기에 풍덩 빠트려버리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다.





또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휴머니즘과 유머다. 살인이 일어난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휴머니즘이 있었던 <어메이징 브루클린>처럼, <하늘과 땅 식료품점>에도 억울하고 불평등하고 끔찍하고 잔혹한 상황에서도 연대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유머를 곁들여 풀어냈다.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캐릭터의 매력인데 그 역시 만족스러웠다. 초나, 버니스, 이삭, 네이트, 애비, 페이퍼, 말라기, 빅솝, 도도, 몽키팬츠... 누구 하나 빼기 아깝다.



다음엔 또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티쿤 올람!





-‘세상을 고치다’라는 뜻이 히브리어로,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 개선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야 한다는 유대인의 사상.









「완전한 자유가 있는 그런 땅, 하지만 현실은 회색 하늘로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쓰레기에 둘러싸이고 염소와 닭이 전부 차지한 좁은 마당을 가진 따닥따닥 붙은, 마을 사람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곳, 물도 나오지 않고 화장실도 없는 그런 집에서 그들은 살고 있다. 그들은 고향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살고 있었다. 그들이 고향에 있지 않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들은 고향에 있는 셈이었다.」 _123







「‘나는 미국인임이 자랑스럽다’라는 의미 없는 깃발을 위해 싸우는 대신 ‘나는 살아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다름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한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같은 인류이기 때문이다.」 _287







「죽어가던 초나는 핫도그가 아니라 미래를 느낀 건지도 몰랐다. 사람들 주머니 속에서 잠겼다 풀렸다 하며 그 어떤 핫도그보다 더욱 유혹적이고 강력하고 위험한 물건이 자유를 가장한 억압인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열광하고 중독되고 마는 미래.」 _293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기에 이렇게 디테일한 인물들과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제작사A24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사에서 함께 영화 제작을 확정, 발표한 상태라니! 영화에서 얼마나 그 캐릭터를 잘 살려줄지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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