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바라본 시작 -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얻게 된 이야기
장연호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 수험생이 혈액암을 이겨낸 이야기지만 어쩌면 고3 수험생이 초능력을 얻게 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은 보지 못하는 행복을 찾는 초능력 말이다!”

 

 


 

 

 

사람은 복잡한 것 같지만 참 단순해서 직접 겪어 보기 전에 깨닫지 못하는 일이 많다. 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는 게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내가 건강할 땐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건강을 가진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지 못한다. 교통사고만이 사고가 아니다. 3 기말고사를 앞둔 저자에게 그야말로 사고처럼 일어난 혈액암 판정으로 그는 하루아침에 수험생에서 백혈병 환자가 된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에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독감만 걸려도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우울해지는 나는 저자의 혈액암 판정과 고통스런 항암치료와 골수 이식 치료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겹게 느껴졌다. 다행히 그는 아버지의 지극한 간호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위로에 힘입어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 다독이며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낸다. 겨우 성인이 되어가는 경계선에 있던 그가 이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더 어려운 환우들에게 용기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혈액암 투병 기간을 거치며 19세의 나이에 죽음에 깊이 생각하고 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그의 결론은 사랑이다. 좋은 대학도, 성공도 아닌 사랑하는 일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읽은 <오두막>과도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무턱대고 사랑을 퍼주는 삶이 비현실적이라 비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책을 읽어 보라. 그가 이런 마음에 다다른 과정을 본다면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주영아 넌 꿈이 뭐야?’

 

?”

 

······

 

나는 건강한 사람이 꿈이야.”_74

 

 

소아암 병동에서 만난 15살 소년과 저자가 주고받은 이야기다. ‘건강한 사람이 꿈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 건강, 내 가족의 건강이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지 알면 돈이 조금 없어도, 집이 허름해도, 차가 후져도, 최신 핸드폰을 못 가져도,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되는 일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반성했다. 아이들은 내맘같이 따라주지 않고 할 일은 태산이고 마음은 바쁘다 보니 감사함을 잊고 살았다. 불과 며칠 전 아이들이 장염에 걸려 시체처럼 누워만 있을 때는 빨리 낫기만을 바랐으면서. 아이들이 건강해지니 또 다른 불만이 생기는 거다. 물론 나는 죽을 고비를 넘겨보지 않았기에 지은이와 같은 마음이 되긴 어렵겠지. 그럼에도 자기가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으로 채워진 저자의 삶은 앞으로 더욱 빛날 거라 감히 예견해 본다.

 

 

 

 

 

10대의 마지막을 소아암 병동에서 보내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보고, 죽을 고비도 넘겨봤지만 괜찮다. 치료가 다 끝난 지금도 마음껏 꿈꾸기보다 솔직히 건강부터 걱정해야 하지만 괜찮다. 내가 이제 그것들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괜찮다. 오히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줄 모르겠다. 값없이 받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정말 눈물 나도록 감사하다. 백혈병 그 자체만 보면 엄청난 불행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불행을 겪어봤기에 행복이 쉬워졌다._189

 

 

 

힘든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는 아름답다. 하지만 힘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보내는 관심은 오히려 독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불행을 맞아 아직 본인이 처한 상황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해 주어야 한다. 불행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고 타인의 위로를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존중이며 성숙한 배려가 아닐까._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