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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ㅣ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나는 시대극을 좋아하고 특히 사회 비판적인 소설을 좋아한다. <곽곽 선생뎐>은 그런 면에서 내 취향이다 싶었지만, 사람의 목이나 팔을 종잇장 베듯 잘라버리고 두개골이 깨지고 뇌수가 삐져나오는 부분들은 조금 힘들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살육하는 냉혈한 같은 자가 주인공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굉장히 비호감이지만, 그가 도륙하는 사람들은 ‘사람’이란 호칭이 아까울 만큼 쓰레기 같은 탐관오리나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다.
쥬나라의 섬 흑도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절도사 배장호는 국왕에게 바칠 진상품을 원래 양의 네 배나 많이 거둬들여 백성들의 삶을 착취한 죄로 곽곽 선생의 첫 번째 타깃이 된다. 곽곽은 아버지 곽현의 공으로 국왕 다음으로 최고의 권위를 가진(하지만 스스로 운명을 선택할 자유없이 국왕의 사냥개 노릇을 하는) 자로 암행총관이 되어 흑도에 온다. 곽곽은 흑도에서 시작해 평해, 죽전을 거쳐 수도 한벌까지 가는 과정 중에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과 아이를 납치해 팔아먹는 놈과 그 뒷배로 쥬의 권력을 쥐고 있는 백색당의 원로들을 모두 도륙한다.
「곽곽 선생, 검은 두건과 검은 옷을 착용하고 흑단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는 기이한 사내의 이야기는 외진 흑도에서도 유명했다. 귀신을 부리는 자이며 술법을 외워 비와 바람을 부르고 해가 지면 그림자에 숨어 사라진다는 사내, 그래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쥬의 모든 지방관이 그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 _46
아내가 절도사에게 납치 강간을 당한 뒤 자결한 뒤 산속으로 들어가 도적떼의 우두머리가 된 조근, 까까머리에 파계승같이 보이지만 이도류에 능한 후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책략가이면서 대단한 무사이기도 한 곽곽 선생이 나쁜 놈들을 응징하고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모험 활극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어릴 적부터 이야기꾼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꿈꿨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었다는 곽경훈 작가가 메디컬 에세이와 인문교양서 7권에 이어 처음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의과대학을 덜컥 간 것도, 전문의가 된 후 책을 덜컥덜컥 낸 것도, 거기다 원래 꿈이었던 이야기꾼의 되어 소설을 덜컥 쓴 것도 너무 다 가지신 거 아닌가, 샘이 날 정도로 대단한 분이라 생각한다.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도 원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줄 아는 사람 같아 ‘好好好’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백색당, 그들이 행하는 부정부패와 강약약강의 비열함, 하늘을 찌를 듯한 탐욕, 내로남불, 권력을 등에 업은 횡포 등은 현 정부와 정치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특히 평소 수많은 백성이 호랑이에게 해를 입어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던 국왕은 절도사 박민수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하자 호랑이 퇴치를 위해 사냥꾼 300명을 모집하는 부분에서 싱크로율 99%.
그러나 곽곽 선생과 후야의 살육은 정당한 것이라 하기 어렵다. 흑과 백으로 나뉘어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고만 한다면 밟고 밟히는 와중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악순환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곽곽 선생이지만 나는 그보다 도적떼의 우두머리였던 조근이 마음에 든다. 곽곽 선생은 말이 너무 많고 비아냥이 심한 사람이라 내 스타일 아님.
조근은 사람을 죽이기는 하지만, 부하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알고, 최소한 불필요한 살인을 피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나서는 근본이 선한 사람이라 느껴져서 더 호감이 간다. 책의 엔딩이 다소 아쉽다. 갑자기 나타난 흰옷을 입은 사람들의 존재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꼈고 급하게 이야기를 끝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소설이 이 정도라니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 된다.
덧, 표지가 두 가지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 거칠한 느낌의 표지가 책과 정말 잘 어울리고 표지 그림과 글씨도 찰떡임!
#교유당서포터즈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